[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43 트라브존 여행 1편, 가자. 흑해로!
최근에는 트라브존을 다녀왔습니다. 트라브존은 터키 동북부에 있는 도시로 흑해를 접하고 있는 해안도시입니다. 터키에 오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할 몇몇 도시를 생각해두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트라브존 지도(구글 지도)
에게 해, 이제는
흑해!
이즈미르는 에게 해를 바로 맞대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터키와 그리스를 여행하며 에게 해를 여러
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작성한 로도스와 터키 서부 해안가는 물론 아직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터키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한 히오스 섬까지 에게 해는 여러모로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 흑해 해안가
동로마제국에서 오스만제국에 이르기까지
그에 반해 흑해는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흑해 연안에 있는 트라브존은 꼭 가고 싶었습니다. 사실 역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4차 십자군 전쟁 때, 십자군이 동로마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여 제국이 몇 개의 국가로 분열될 때, 그중 하나가 트라브존을 중심으로 형성된 트라브존드 제국이었기 때문입니다 비잔틴 제국 멸망 이후에도 오스만 제국으로
편입된 트라브존은 흑해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이 때 이탈리아 도시국가 상인들과 아르메니아계
상인 계층이 활약하였습니다.
트라브존 외에도 흑해 해안의 도시들은 현대 터키 정치에서도 중요합니다. 터키의 국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처음으로 상륙한 곳이 흑해 연안의 삼순이라는 도시였으며, 현재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는 에르도안의 고향이 트라보즌 근교에 있는 흑해 연안도시 리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군사적 갈등을
벌여 어려워졌지만, 트라브존에서 배를 타고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조지아 제 2의 도시 바투미도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우연히 또 친구를 만들다.
▲버스에서 내려서 찍은 공항버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계획을 짜다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시간이 밤였는데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작은 버스가 바로 공항버스였기 때문입니다. 터키에서는
돌무쉬라고 부르는 이 버스는 대략 한국의 마을버스와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지역과 도시에 따라
2~3리라 정도(약 400~600원)을 지불하고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하차하면 됩니다. 문제는
노선을 파악할 방법이 없으며 터키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버스 안에서 함께 찍은 사진
그 때 옆에 있던 터키인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목적지를 말하고 맞다고 하니 고맙다고 말하고
앉아있는데 혹시 한국인이냐고 그쪽에서 다시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자신의 여동생의 남자친구가
한국인이고, 자신도 한국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한국인을 직접 만나게 되어 반갑고 신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버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 터키인이 직장을 그만두고 트라브존을 여행하고 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향은 부르사라고 말했습니다. 부르사가 터키에서 4번째로 큰 도시고 이스탄불 이전에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기 때문에 언제 한 번 가볼 예정이라고 말하니 언제든지
오라는 말과 함께 연락처를 주고받았습니다. 나중에 부르사에 방문할 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숙소로 가는 길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찍은 사진
수월하게 버스에서 내리는가 했더니 또 하나 간과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트라브존은 해안도시이지만
평야는 해안가 일부에만 형성되어 있으며 내륙으로 갈수록 지대가 높아집니다. 그래서 시가지는 해안가 평야지대에
있지만 주거지도 내륙 고지대에 있어 버스에서 내리더라도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했습니다. 이것을 몰라
버스에서 내려 30분을 다시 걸어야만 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에 도착하고 사정을 설명하니 인상 좋은 어머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왜 자신이 말한대로 택시를 타지 않았냐고
말했습니다. 택시비가 비싸서 그렇다고 하니 여기는 택시비가 싸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며 방으로
저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친절한 집주인이 제공해준 쾌적한 숙소.
▲ 내가 머물렀던 숙소
딸을 런던에 유학 보냈다는 집주인은 굉장히 친절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딸이 쓰던 방을 내놓는
것 같았는데, 숙소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자기 집처럼
편하게 있으라는 말과 간식들과 냉장고의 물품들도 편하게 쓰게 해주었습니다. 심지어 요리를 하고도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너무 미안해서 설거지는 제가 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다 보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형태가 아니라, 방을 공유하는 형태로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양해를 구하고 정해진 시간에 요리한 것,
비행기 출발 시간을 공유하고 체크아웃을 일찍 한 것을 가지고 불평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에
반해 이곳은 심지어 모닝콜을 해주었고, 돌무쉬를 타는 방법을 알려주며 여러모로 편한 관광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혼자 푹 쉬며 매일 닭고기를 먹었던 3박 4일.
저는 기숙사에 거주하여 부엌을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녁마다 집에 있는 양념에 곁들여 닭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어차피 터키 음식은 계속 먹어왔고, 트라브존의 음식은 점심에 먹으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밑간을 한 후 양파와 마늘을 함께 준비한다.
▲조금씩 익힌 후
▲닭기름에 각종 양념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완성된 닭고기
터키에서 가장 좋아하는 닭고기 부위는 뼈에 발라낸 닭다리 부위입니다. 가격도 1kg에 12~13리라(약
2400~2600원)정도이며 크기도 큼직하고 흔히 한국에서
닭갈비를 먹을 때 먹는 그 질감과 같습니다. 우선 닭고기에 밑간을 하고 마늘과 양파, 버터와 함께 구우면서 닭기름이 나올 때, 고춧가루, 바비큐 소스, 케찹을
적당히 섞어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닭고기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린 후 맥주와 곁들이는 방식으로
매일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다음 글을 통해 본격적인 여행을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