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호주 오기 전 ‘과연 호주에 가면 인종차별이 있을까? 있다면 어느 정도일까?’ 라는 막연한 의구심을 가지고 이곳에 도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눈에 안 보이는 인종차별이 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또한 이는 적나라한 방식의 인종차별이라기 보다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나 끼워주려고 하지 않는 배타적인 인종차별이며, 혹은 내가 모르는 나라의 사람에 대한 낯설음과 거리감에 가까운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딸의 학교에 여러 명의 교감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에게서 그러한 차별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이 문제로 상담을 하려고 했었는데 몇 분씩이나 저를 옆에 세워두고 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뻔히 아는데 다른 사람과 계속 대화하면서 양해의 말 한마디는커녕 눈도 한번 안 마주치더라고요. 학교를 가면 항상 다른 학부모들한테는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는데, 저는 항상 무시하더라고요. 기분이 참 나빴습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대접을 호주에 와서 받는다고 생각하니 호주가 갑자기 싫어지더라고요. 다른 학부모들 중에도 서로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먼저 건네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 나를 봤는데도 그냥 안면몰수인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제가 먼저 인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처음에는 저 사람이 눈이 나쁜가? 아니면 귀에 이상이 있나?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정신이 팔렸었나? 등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생각들이 어느 날부터는 피곤하게 느껴지고 너무도 비생산적인 것 같아 그냥 이렇게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만 알고 지내면 되지 뭐!” 하지만 이럴 때 남의 나라에 와서 서글픈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번씩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호주 사람을 대하는데 선입견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마세요.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고 인종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호주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들 특히, 아시아인들이 자기네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그리고, 집을 세줄 때도 아시아인들을 꺼려해서 집 Rent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같은 외국인이라고 해도 유럽 쪽에서 온 사람들은 환영 받는데, 아시아에서 온 우리들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사실이 그렇답니다.
이곳에 와서 다른 나라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간다는 게 서글픈 일 이라는걸 깨닫게 되었으니, 참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사람들을 보면 따뜻한 인사말 한마디라도 먼저 건네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꽤 인종차별이 심한 곳 입니다. 잘사는 나라에서 온 백인들한테는 안 그러면서 우리보다 좀 못살거나 피부색이 검으면 드러내놓고 차별하고 무시하죠. 그런 분들께 선진국에서의 타향살이 1년 정도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