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시드니의 낮기온은 42도까지 올라가서 이번 여름들어 가장 더운 날을 기록했습니다. 밖에 나가니 숨이 턱 막혀올 정도로 기온이 후끈 달아올랐더군요.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공기는 습하지 않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그럭저럭 견딜만 합니다. 하지만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는 산불이 많이 나고 있는데요, 높은 기온, 건조한 공기, 그리고 세찬 바람때문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오늘은 낮기온이 20도만 올라가는 것으로 그치고 하루종일 흐리고 비가오는 바람에 긴 옷을 입지 않으면 추울 정도로 어제와는 대조적인 날씨였습니다. 하루 중에서도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하고, 어제와 오늘의 교차 역시 크네요.
오늘 해드릴 이야기는 고환율 시대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한 중고제품 구입하는 방법입니다. 시드니에 도착해서 방을 구하자마자 구입한 물품들은 '프린터기(복합기), 히터, 전기장판, 전기밥통, 이불'이었습니다.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부피와 무게때문에 서울에서 가져오지 못한 것을이죠. 가전, 생활용품들을 저렴하게 파는 Big W 와 Target 을 뒤져 가장 저렴한 것들로 구입하였고, 전기밥통만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급한 생활 가전 등을 구입하여 한 학기를 잘 지냈지만, 방학이 되니 아쉬워지는 물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TV인데요, 인터넷으로 웬만한 방송을 그럭저럭 찾아 볼 수는 있지만 인터넷 종량제이기 때문에 동영상을 보는 것이 다 돈이고, 속도도 느린데다가, TV 만큼 전원만 누르면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죠. 따라서 방학 하자마자 큰 맘먹고 하나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것이 여간 비싼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 가전제품 홈페이지에서 잘 팔린다는 제품들의 가격을 보니 이렇더군요. 네, 삼성 LCD TV 좋은거 잘 압니다만 제 형편에 구입할 수가 없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부피도 커서 혹시나 이사를 가게 된다면 운반하는 것도 골칫거리이지요.
그러던 중 중고제품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호주 거주 한인들의 모든 정보가 집합되어 있는 호주나라(http://www.hojunara.com)와 학교 근처 무빙 세일 광고를 유심히 살펴본 결과, 제가 구입 가능한 제품이 딱 하나 있더군요.... 바로 14인치 CRT(배불뚝이) 였습니다..-.-;;;;;;;;;;; 아마 한국에서도 이제는 구경하기조차 힘든 제품인데요, 싸면서도 이사갈 때 버리고 가도 부담이 없을 것 같아 멜번으로 이사간다는 중국 아저씨에게 사왔습니다...
그럼 중고 제품을 구입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께요.. 보통 편한 방법으로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는데, 주로 위에서 언급한 호주나라(http://www.hojunara.com) 에서 먼저 찾습니다. 귀국세일, 또는 무빙세일 하려는 한국인들이 이 사이트에 물건들을 많이 내놓기 때문에 원하는 물건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지만 단점은 보통 물건을 받으러 멀리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죠. 보통 한국분들은 제가 사는 동네 근처에서는 잘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차가 없다면 좋은 물건이 나와 있다 하더라도 구입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현지 사이트로는 검트리(http://sydney.gumtree.com.au) 라는 곳이 있는데, 역시 시드니 전역이 대상인 만큼 학교 근처의 거주자에게 원하는 물건들 구입하는 것은 운이 따르지 않으면 거의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전에 학교 근처에서 방 구할 때 추천했던 방법인 학교 근처의 게시판, 전봇대의 광고인데요, 이는 학교 근처에 사는 학생들이 귀국, 이사 등의 이유로 물건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구입이 가능하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TV 도 이 방법으로 구입했습니다. 다행히 판매자의 집은 제가 사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이더군요. 미리 전화를 걸어 방문 약속을 잡고, 물건을 확인한 다음에 집으로 잘 운반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차가 없는데 어떻게 무거운 TV를 운반했냐고요? 비록 거리는 가까울지라도 TV를 양팔로만 들고 오는건 힘듭니다. 그렇다고 택시를 타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가 있지요. 그래서 학교 근처에서 학생들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동네를 잘 돌아다니다보면 울월쓰나 콜스의 트롤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매장 안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기 집앞까지 가져오는 오기때문이죠. 이것을 잠시 이용하는 겁니다^^ 저처럼 중고 제품을 구입할 때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이사할 때도 트롤리를 많이 이용합니다^^ 콜스와 울월쓰에서는 화날 일이겠지만 학생들은 이것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사는곳에서는 높은 건물이 많이 없기 때문에 안테나만 꽂으면 공중파는 잘 나옵니다. 제가 사는 집에는 방마다 실외 안테나 선이 연결되어 있어서 거기에 꽂기만 하면 아무리 고물 TV라도 선명하게 나온답니다. 실외 안테나가 없는 경우는 저렴한 간이 안테나를 구해서 꽂으면 잘 나온다고 합니다.
▲ 중고로 구입한 14인치 TV. 한국에서는 이제 구경조차 힘든 구닥다리이지만 보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 캠퍼스 내외부의 게시판, 전봇대 등의 무빙세일 광고
▲ 동네 어귀에 버려진 마트 트롤리. 트롤리 수거 차량이 동네마다 수시로 돌아다니며 싣고 가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계속 집으로 가져옵니다.
중국 아저씨한테 TV를 사서 트롤리에 싣고 오는데 문득 제 모습을 보니 엄청 초라해보이는 것입니다. 고물 TV를 중고로 사서 마트 트롤리에 담아 가져오는 모습.... 큰 길로 오면 10분도 안 걸리는 거린데 차와 사람이 많은 큰 길로 오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싶어 골목길로 돌아 돌아 오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만 요즘 집에서 각종 TV 프로들을 재미나게 보고 있는 덕분에 그 때의 초라했던 모습들은 많이 잊혀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