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재작년 이 곳을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영어를 잘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한 적이 없었고 간혹 누가 "영어 잘 하세요?" 라고 물어본다면 "죽지 않을 정도요" 라는 답을 했습니다. 먹는 데 필요한 단어는 알고 길 찾는 것이나 쉬운 정도는 할 줄 아니까 그랬지요.
그런데 지내면서 보니 아직 제가 영어가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영어 이상으로 문화적으로 더 많은 차이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딱히 목적이 있는 대화 이외에는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나가야 할 지 참 어렵더군요.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영국식 발음을 들어보지 않아서 많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을 했지요.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는 일부 철자의 차이를 비롯하여 강세와 발음에서 차이를 보이지요.
잉글랜드 출신의 마크.
시애틀 출신의 제시카. (사진 왼쪽)
그런데.. 그것은 일종의 착각과 자기 기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약 석 달간 백팩에서 거주를 했는데요. 영국에서 온 청년과 미국에서 온 아가씨는 아주 대화를 잘 합니다. 거친 영국 청년의 투박한 영어와 굴러다니는 미국 아가씨의 부드러운 영어는 서로 대화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막상 생각을 해보니 그렇더군요.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에 간다고 해서 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 것은 아니죠. 가끔 단어 한 두개에서 걸리는 것이 있더라도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지요. 얘들도 그렇습니다. 간혹 단어 한 두개 놓치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대화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지요.
미국 영어만 공부했다고 해서 미국 영어는 잘 들리는데 영국 영어가 어렵다면 아직 영어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군요. 미국인이라고 해도 지역 및 출신, 교육 수준 등에 따라서 영어가 천지 차이입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라고 모두가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축구스타 데이빗 베컴의 인터뷰를 들어보셨나요? 안습인 목소리와 함께 그가 하는 영어의 발음은 아주 나쁘기로 유명합니다. 그렇지만 그 차이가 있다고 해서 그가 영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요.
호주에서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면 거기 영어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렇습니다. 자주 들어보지 못한 발음과 억양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구태여 ask를 "아스크" 라고 얘들식으로 하지 않고 "애스크", fast를 "패스트"라고 미국의 영향이 가득한 발음을 하더라도 f사운드만 잘 발음해주면 아무런 어려움없이 쓰이는 곳이 이 곳입니다.
저는 제가 호주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해서 이 곳이 좋다. 나쁘다 이런 것을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호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렇지만 호주에서 영어를 배워서 미국 영어를 못 알아듣겠다는 것이나, 미국에서 영어를 공부했더니 호주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탓해야겠지요.
뭐 그렇지만.. 몇몇 호주식 슬랭을 잠시 소개해보겠습니다.
"Good day, mate!"
"G'day mate!"
얘네들은 대개 그데이~ 마이트~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Good Morning" 과 같은 뜻이죠.
"Ta"
"Thank you" 의 뜻인데 대개 지방 쪽의 나이드신 분들이 자주 씁니다.
"Did you have a good day?" 이 말을 호주인들은 어떻게 할까요?
발음대로 적자면 - Jyava gooday? 쟈바그다이? 가 됩니다.
"Did you enjoy it?" 이 말은..
- Jinjoyit? 진조이잇? 이 됩니다.
이 밖에도 여럿 있습니다만 갑자기 생각을 하려고 하니 잘 생각은 나지 않는군요. 나중에 호주 슬랭 특집편을 한 번 하도록 해야겠네요.
호주 영어는 기본적으로 철자는 영국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centre, harbour, favourite, colour, organisation, realise 등 미국 영어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요. 그러나 생활에서 쓰는 단어에서는 영국식이 많지만 미국식이 혼용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비행기 탑승시 휴대용 수하물은 영국식으로는 hand luggage를 쓰지요. 그러나 얘들은 미국식인 carry-on baggage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제목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영어는 영어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