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도 애들레이드는 축제의 도시라고 불리는데요. 2월에 필름 페스티벌부터 시작해서 프린지, 3월에는 Womadelaide라는 음악 축제가, 그리고 지난 9일에는 애들레이드컵이라는 경마가(이 날은 특별히 공휴일로 지정이 된 날이지요), 지난 주말에는 Clipsal V8 supercar 500 이라는 자동차 경주가 열렸습니다.
웜애들레이드는 세계의 각국의 뮤지션들이 참가하는 음악 축제로 애들레이드의 보타닉 가든에서 3일간 열렸는데요, 수십 명의 음악인 중 단 한 명도 모르는 탓에 별로 내키지 않아 그냥 주말 내내 집에 있었다지요.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관람을 했다더군요. 한 번 가 볼 것을 그랬나봅니다.
경마는 애초에 관심도 없고, 자동차 경주는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 가끔 TV 중계를 보았는데요. 나중에 좋은 직장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Corporate 좌석은 관람하기 좋고 부대시설이 좋은데 반하여, 일반 좌석은 비싼 돈을 내면서도 자리가 좋지 않아서 상당히 좀 기분이 상하더군요. 아마도 이번 자동차 경주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74나 하는 일반인 좌석은 경기장 주변의 잔디밭에서 화면으로 경기를 보는 것이고,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피트나 관중석에서 관람을 할 수 있더라고요.
유일하게 제가 가본 곳은 프린지 축제의 한 부분인 Garden Unearthly Delights의 Storm in a tea cup이라는 서커스랍니다. 이것도 아는 사람의 딸이 서커스단의 일원이라고 해서 가 보았는데요. 엄청난 수준의 묘기를 기대했던 저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시설도 열악하고, 무대도 좁고, 아이들부터 중고생 정도의 어린 학생들이 공연을 하는데, "학예회"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워낙 귀엽고 천진하게 공연을 하는지라 나중에는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단한 공연은 아닐 지라도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하여 카메라는 가방에 넣고 조용히 앉아서 한 시간 동안 구경을 했습니다.
티켓 케이스인데요. 학생 할인을 해도 $16.50에 수수료 $2가 추가가 됩니다.
그나마 이것은 싼 공연에 속하지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에 의하면 Fringe라는 이름처럼 Outside of the edge의 참가자들이 공연을 하기 때문인데요. 쉽게 말하면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고 싶은 비주류의 공연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만드는 축제이기 때문이랍니다. 요즘에는 그 규모가 커지고 해서 호주의 전역에서 아마추어 공연자들이 참가하러 오기도 하는데요, 제가 본 플립사이드 서커스단 역시 브리즈번에 바탕을 두고 있는 단체입니다.
아쉬운 마음에 공연장 근처 가든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간단한 음식을 팔고 있지요.
서커스가 끝나고 관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많은 것은 부럽습니다.
연인도 있지요.
이런 곳에 다니다 보면 딸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
(양육비도 벌지 못하면서.. 켁)
원래 그냥 이 곳은 잔디밭인데 저런 놀이기구도 임시로 설치가 됩니다. 얼마나 안전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요즘에는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코미디언이나 가수들이 와서 쇼를 하기도 하는데요, 가격이 좀 비싸고 아는 사람이 없어서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사실 코미디언의 유머를 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도 하나의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이런 축제에서 우리가 흔히 "호주인" 이라고 말하는 유럽 출신의 백인과 그 쪽에 바탕을 둔 사람들과 아시아를 비롯 다른 문화권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의 차이가 어느 정도 보이는 것 같더군요. 물론 호주 정부에서는 Multicultural이 호주의 하나의 특징이자 장점이기 때문에, 이민자들에게 자신들의 문화와 가치를 보존할 것을 당부하기는 합니다만, 막상 이 사회의 주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류의 문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프린지에서 또 다른 Outside of the edge들은 이 축제를 즐길 여유를 갖지 못하거나 혹은 이 축제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더군요. 어차피 저야 곧 돌아갈테지만 이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다음 세대들에게는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어쨌든 남이야 어쨌든 저나 남은 시간 동안 호주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즐기도록 해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는 9월, 10월에는 멜버른에서 멜버른 프린지가 열린다고 하니 혹시 기간 중에 멜버른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는 것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