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대학은 늘 Controversial issue 인데요. 4가지 질문을 통해 잠시 그것을 짚고 넘어가도록 하지요. 저의 생각도 있지만, 주변에 만난 이런 저런 사람들이 많은 정보를 주었습니다.
(National Geographic)
1. 호주 학위가 한국에서 취업시장에서 불리하다?
결론만 말하자면 Yes에 가까운데요. 제가 생각을 해보니 이 세 가지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 서열화
한국의 대학만큼 서열화가 잘 이루어진 곳은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제 친구는 서울 중위권 대학을 다니는데, 원서를 내면 학벌에 스크린이 된다고 울상입니다. 역시 우리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한 일본에서도 국립, 사립을 나누어 그 랭킹을 매길 정도이지만 우리나라는 1등부터 최하위까지 입학 점수를 기준으로 좌르르 랭킹을 매기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대학 본고사가 큰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희망 학교에 맞추어 공부 방식을 달리한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입시철이면 나오는 그 문제의 "배치표" 덕분에 수능점수를 위주로 어느 정도에서 어느 학교 어느 학과 입학이 가능한지 서열이 나뉘게 되지요. 이 서열화는 문제가 있지만,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는 측의 입장은 이렇답니다.
"현재 대학들이 상대평가를 하고 있는데 상위권 학생들이 몰린 학교에서 성적을 못받은 학생이 우수하냐, 아니면 그보다 다소 못미치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서 성적을 잘 받은 것이 우수하냐? "
이것은 대학 입시 이전에 특목고 논쟁에서도 나오는 것이지요. 대학들은 최대한 특목고 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려고 하는데, 특목고에 입학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학생이 다른 학생들보다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똑같이 이 관점이 기업들에게도 대학 졸업생을 평가할 때 적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은 사람들에게 단 한 번의 결과로 판단을 하여 나중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불합리한 면이 많습니다만, 한국과 같이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높고, 일부 직종에 대해서만 경쟁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딱히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취업했을 때 충분한 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구조를 바꾸어야 이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나 싶어요. 그랬더라면 저는 지금 학교를 안 다니고 기술을 익히고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호주의 대학은 입학 경쟁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운 면이 있겠지요. 기업의 인사부서만큼 대학들의 정보, 특히 요즘에는 해외 대학까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곳은 없다고 하지요. 호주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고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겠군요.
- 문화
대학을 단지 공부만 하고 학위만 받아가는 곳이라고 보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지요. 각 회사들이 새로운 인력을 충원할 때 기업의 인재상에 맞는 사람들을 채용한다고 하지요. 제가 아는 모 공기업의 인사팀에서 일하시는 분은 미국에서 학부를 나와도 채용을 꺼리게 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한국에서 학부를 마친 사람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랍니다. 직장 생활이 개인의 능력 중심이 아닌 조직의 역량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보다는 기업 문화에 잘 적응하여 조직 생활을 잘 하는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한국 대학의 선후배 위계질서의 장단점을 떠나 이는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는 한국적 조직문화의 기초를 다져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요. 이는 한국에서 취직하려면 한국에서 학부를 나와야 한다는 인식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이는 호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외국인 채용의 경우 학부를 호주에서 마친 사람을 대학원을 마친 사람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학부 출신이 대학원만 다닌 사람보다는 현지 문화에 익숙하고, 적응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학부에서 회계학을 전공하여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중국인 여학생은 이미 올해 초에 회계법인에 취업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말하는 것을 보아도 영어도 유창하고, 호주인들과 어울려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모습입니다. 그녀를 보면서 이 곳에서 취직하기 위해서는 단지 학교만을 나와서는 안 되고, 생활 패턴을 현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 인맥
인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요. 공인회계사의 경우 SKY출신은 시험에 합격만 하면 대부분 대형 회계법인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역시 한국에서 회계사를 하시다 호주에 영주권을 취득하러 오신 분은, 위의 학교 출신이 아니라면 +@가 있어야 하는데, 특출난 영어나 US CPA 등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이는 분야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달라지지만, 연줄과 인맥이 강한 영향력을 작용하는 분야에서는 호주 대학 학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요. 그 알아준다는 미국 학위도 학부를 한국에서 나오지 않은 사람은 한국에서 교수 직업을 얻기가 어렵다고 하는 상황인데요.
인맥이 부당하게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부당하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이용되면 문제가 되겠지만, 한국적 정서에서 "소속감" 이 가지는 중요성을 생각해볼 때, 조직을 단합시키는 것 등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용되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호주에서도 선배 및 졸업생들의 후배 사랑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에서 학교다니기 짜증난다고(워낙 개판을 쳐놓은 성적 때문에) 호주로 가서 대학을 갈까보다 하고 주변에 이야기했더니, 가서 살 생각 없으면 그냥 한국에서 졸업하라는 의견이 절대적이었지요.
2. 호주의 대학 과정이 쉽다?
설렁한 입학 기준에 비교했을 때, 공부하는 내용조차 저평가를 받아야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굳이 한국의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는 비슷하지 않나 싶지만, 다루는 범위는 좀 더 넓은 것도 같아서 주어진 텍스트 위주로 공부를 하던 습관을 가진 한국 학생들에게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학부 수업을 들을 때는 교과 중심 내용을 심화하는 편이었는데, 여기서는 어떤 토대를 두고 관련 자료를 많이 읽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넓은 범위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장벽으로 느껴질 듯합니다. 대학 입학 조건은 충족했음에도, 여전히 사전을 찾아서 헤매야 하는 입장. 아무래도 20년간 읽어온 한글이 훨씬 익숙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저 같은 경우는 딱히 모르는 단어가 없더라도 일반 단행본을 읽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영어를 읽으면 바로 그 뜻이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중간에 한글로 해석하는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한글로 된 책은 대개 2~3시간이면 어지간해서 다 읽는 편인데, 영어로 된 책은 위와 같은 이유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그것이 읽기 싫게 만들어서 2주씩 걸리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모국어가 아닌 말과 글로 공부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요.
에세이의 경우, 한국에서는 표절도 쉽사리 하는데 여기서는 표절에 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겠지요. 그래서 호주에서 대학 진학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영어 시험에서 나오는 그런 뻔한 주제의 에세이 실력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1000자 이상의 영문 에세이를 써보는 연습을 하고 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3. 호주대학에 대한 다른 아시아 나라의 평가는?
한국보다 저평가를 받지는 않는 것 같지만 세계 수준의 대학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홍콩, 싱가포르에서는 호주 대학에서도 "국제 랭킹" 만큼의 대접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 여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말입니다. (저의 주관이 아니고) 그러나 불리한 점도 극복할 수 없을 만큼 크지는 않다고 합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역시 홍콩대나 싱가포르 국립대를 나온 학생들이 최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고 하는군요. 이 학교의 입시에서 떨어지고 호주로 건너오는 경우도 많지요. 그러나 이 나라들의 경우는 우리와 다소 다른 것이 "한국어" 가 독점을 하는 한국과는 달리 영어의 사용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곳에서도 중국어가 보편적이지만 영어의 사용 기회가 많고, 많은 부분이 개방되어 있어 외국과의 교류가 큰 분야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나라들이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호주와 많은 연관이 있다는 것은 호주 학위가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이미 북경대를 비롯한 몇몇 대학은 세계적인 순위에 이름을 내밀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은 그러한 학교로 진학을 하고, 역시 대학 진학은 실패했지만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호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주로 회계학에 몰리고 있지요. "이재"에 밝은 중국인들에게 어울리는 분야인 듯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