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중앙 특별지원학교에서의 봉사활동 이야기. 파트 2 로 다시 찾아온 딸기소녀입니다.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할까 고민이 많이 됩니다.
하고 싶은말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잘 안되네요.^^
지난편에는 11학년 때 한 봉사활동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요.
낯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특별지원학교 얘들이랑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햇었죠.
하지만 12학년 때 만큼은 얘들이랑 가까워 지고 싶은 마음이 컸답니다.
작년 9월달에 3학년 2반으로 배정을 받았어요. [예전에 배정받은 3학년들은 이미 졸업 했죠]
이번에는 잘하자는 마음으로 활동을 하려고 했는데, 역시 처음에는 금방 친해지기가 힘들었어요.
이 반 얘들도 조용하고 말을 잘 안해서 저한테 별로 관심이 없는거 같았고...
제가 말을 걸어도 별로 반응이 없어서... 어떻게 할지 몰랐어요.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났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나 여기서 뭐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작년 여름방학 때 한국에서 여기와 비슷한 장애인학교로 봉사활동을 갔는데요.
그 때는 정말 얘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잘 어울리고, 정말 잘한거 같은데...
[걔네들은 초등학생이라서 금방 친해지고 적응하기 쉬웠어요^^]
일본에 돌아오고나서 생각해보니까 한국에서의 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에서 의사소통이 안되는것도 아니고 하나도 다를게 없는데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는 제가 정말 창피해졌답니다.
아마 그 때부터였을지도 몰라요.
봉사활동을 할 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보다도 학생들이랑 같이 지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된거.
그러면서 적극적 [은 좀 아니다... 조금 소심하게?-_-]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어요.
가만히 얘들을 지켜보고 있던 제가 얘들 급식 준비하는거 도와주고요.
몇몇 얘들 일지도 같이 써주거나 도와주고, 같이 밖에 나가서 놀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음 솔직히 말하면 제가 말을 많이 걸기 시작했죠... 아무리 반응이 없어도^^]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되어있었어요.
얘들이랑 친해지니 저에게 닫혀있었던 그 얘들의 마음이 열렸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역시 다가오기를 기다리는게 아니라, 먼저 다가가야지 이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거 같아요.
이제 3학년 2반 학생들 소개를 해드릴게요.
제가 갈 때는 항상 점심시간이라서 얘들이 급식을 준비하는데요.
급식복으로 갈아입고 자기가 맡은 임무를 해요. [밥 퍼는 얘는 밥을 퍼고 반찬을 나누는 얘는 반찬을 나누고... 등등?]
급식복 입은 얘들 귀엽지 않나요?^^
밥을 퍼고 있는 남자얘는 타하라 군인데요.
말도 잘하고 수학도 잘하는 똑똑한 아이랍니다.
하지만 의외로 부끄럼을 많이 타는데요. 제가 한번 타하라 군 옆에서 밥을 먹을려고 책상을 옮겼더니.
부끄러워 해서 밥을 못 먹은거에요.^^
결국은 다른데서 밥 먹었지만요.ㅋㅋㅋ [귀염둥이 같으니라고ㅋㅋㅋ]
그리고 국인가 반찬인가를 퍼고 있는 여자얘는 마리나 짱 (일본어로 ‘__양’)인데요.
항상 잘 웃는 얘랍니다.
아무것도 아닌거 가지고 잘 웃는데요.^^ 그래도 그 모습이 정말 좋아 보인답니다.
제가 예전에 말을 걸었을 때 대답을 저한테 안하고 [쑥스러웠는지...] 딴 얘한테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저한테도 자연스럽게 말 걸고 꽤 친해졌답니다.
이 얘는 작고 귀여븐 카오리 짱.
원래 말을 전혀 못했는데요. 이젠 조금 말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알아듣는거는 다 알아듣고요. 자기 표현을 확실하게 하니 의사소통은 가능한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장난꾸러기인거 같아요. 마리나 짱처럼 항상 잘 웃어요.
급식 나누어줄 때 제가 도와줬답니다.^^
학생들이랑 선생님들이 급식 먹을 때 저는 도시락 싸와서 먹어요.
점심 먹기전에 모두다 ‘이다다키마스’ 라고 잘 먹겠습니다 라고 하고 먹고요.
다 먹고나면 다 같이 ‘고치소사마데시다’ 라고 잘 먹었습니다 라고 한답니다.
그러고 나면 얘들은 치카치카 이 닦고요. 일지를 쓴답니다.
일지를 열심히 쓰고 있는 두 학생을 소개할게요.>.<
카와시마 군 과 아이 짱이에요.
카와시마 군은 모범생이랍니다.
학생회에 들어있고요. 전교집회 할 때 항상 앞에서 MC 역할을 한답니다.
하지만 보통때는 뭐 물어봐도 쑥스러운지 대답을 조금하게 말해요.^^
주로 점심시간 때 자전거를 같이 탄답니다.
아이짱은 밥먹을 때 제가 옆에 앉아요.
아이짱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지만... 말도 또박또박 잘하고 밝고 귀여운 학생이랍니다.
갈 때마다 제가 일지 같이 써주는 학생입니다. 유우군이라고해요.
말은 전혀 못하지만 말하면 다 알아듣고요. 정말 머리가 좋은거 같아요!!
글씨를 못쓰니까 보통은 선생님이 대신 일지를 써주는데요.
제가 있을 때는 같이 일지를 써준답니다.
보이시나요? 같이 쓴 글씨? 보면 초등학생 글씨 같은데요. [아니 유치원생인가?]
제가 대신 써주는게 아니라 손 잡아줘서 유우군이 쓰도록 해요.
일지를 다 쓰면 남은 점심시간동안 운동장에 나가서 놀아도 되고,
체육관에 가도 되고... 아니면 교실에 남아서 놀아도 된답니다.
주로 날씨가 좋으면 운동장에 나가서 얘들이랑 자전거를 같이 타곤 그랬어요.
가끔 교실에 있을 때는 다른반 얘들이랑 일본 카드게임 카루타를 했답니다.
한 사람이 문장을 읽어주면요.
잘 듣고 앞글자 (히라가나 – 한자도 있음)를 밑에 깔려있는 카드 중에서 찾는거에요.
그 문장은 일본 속담이나 그림을 설명하고 있지만...
카드는 먼저 가져가는 사람의 것이니까 끝까지 안 듣고 막 낚아채요.ㅋㅋ
처음에는 봐줄려고 했는데 저보다 얘들이 더 잘한답니다.
이건 탓짱. 디카를 안 쳐다봤네요.ㅠㅠ
얘는 말도 못하고 저희가 하는 말 잘 알아 듣지도 못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많이 신경 써줘야하는 학생입니다.
가끔 제게 다가와서 의자에 앉으라고 하고^^ 그러고 놀아요.
헉, 카즈군이랑 찍은 사진은 없군요!
3학년 2반에 학생이 한명 더 있는데요.
꽤 많이 먹고^^ 잠 자는 학생이 있어요. 교실에 카즈군을 위한 침대(?) 도 있답니다.
그리고 항상 급식 먹는것도 느리고... 우유 다먹고 나면 정리를 차곡 차곡 하는데요.
엄청 느려서 급식당번이 기다려야할 상황까지 오고 해요-_-
그래도 귀여븐 학생이랍니다. 헤헤.
딸기소녀는 이 아이들과 거의 1년 가깝게 같이 지냈답니다.
하지만 얘네들은 졸업반이고... 사람이 만나면 헤어지는건 당연한 일이죠.
이 아이들은 3월 초에 졸업 했답니다.
[참고로 졸업식 연습하고 있는 사진인데요.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3학년 2반 얘들이랑 함께한 마지막 날 같이 찍은 사진...]
마지막 날, 전 큰 선물을 받았어요.
학생들의 메세지가 담겨 있는 카드...
- 4월에 의자빼기 놀이를 했습니다. 서로 잘해봐요.
- 밖에서 같이 나간게 즐거웠습니다. 자전거를 탔죠.
- 김치 맛있었어요.
- 김치 고맙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요.
- 항상 일지를 같이 써줘서 고마워!
- 밖에서 같이 자전거를 탄것이 즐거웠습니다.
- 급식을 같이 먹기도 하고 즐거웠습니다.
- 고맙습니다.
라고 써 있는 카드... 저 감동 받았어요.
일주일에 한번, 2시간이는 짧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정말 즐거웠고요.
뜻깊은 시간이었답니다.
이제 졸업을 했고 그들도 성인이 된거니까, 사회에 나가서 잘 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얼마전까지 2학년에 들어가서 봉사활동을 했는데요.
4월에는 3학년으로 올라가는 얘들 [그러니까 2학년이었던 얘들] 이랑 함께할거에요.
이 얘들은 3학년 2반 얘들이랑 달리 정말 수다스럽고 훨씬 더 밝은 반이랍니다.
다른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고요. 남은 2달동안 열심히 활동 할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