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갈 때 꼭 챙겨가야할 것, 절대 챙길 필요 없는 것①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
4. 화장품
내가 했던 바보같은 짓 중 하나는 화장품을 한국에서 구입해 온 일이다. 미국에서 그 싸다는 바로 그 크리니크를 나는 미국 오기 며칠 전 국내 백화점에서 몇 십만원 주고 한아름 사왔더랬다. (많은 분들이 미국에 올 때 일본 경유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살 수 없다. 미국 직항은 상관없지만, 일본 경유는 면세점에서 액체류(화장품류) 구입이 금지된다.) 그런데 미국에 오고보니 크리니크 같은 경우 평균적으로 1~2만원씩 많게는 한국보다 3만원정도 싸지 않은가!!! 더군다나 성분 역시 한국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은 성분을 사용하고 있어 의학적으론 모르겠지만 피부상에선 훨씬 효과가 좋다. MAC(맥)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스카라 같은 경우 10$대에서 구입할 수 있고, 파우더 같은 경우도 너무나 싼 편이다. (한국에 비해서) 이 외에도 AVEENO(아비노), 메이블린, 등은 아주 저가 브랜드에 속한다. 구매해보진 않았지만, 랑콤이나 에스티로더 같은 브랜드도 저렴하다고 들었다.
여자분들 같은 경우에는 화장솜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내가 미국가기 전 미국 화장솜이 안좋으니 화장솜을 챙겨오라는 의견이 많아 화장솜을 두 박스 정도 챙겨왔다. 실제 미국에 와서보니 화장솜 질이 한국에 비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더 페이스샵, 미샤, 등의 고급화장솜이라고 해서 나오는 압축솜에 비하면 형편없을 정도다. 그런데 내 생각엔, 한국 화장솜이 '좋은 것'이지 미국 화장솜이 '나쁜 것'은 아니다. 월마트에서 80개에 $2.5 하는 화장솜을 사다 쓰고 있는데, 피부에 크게 자극적이라던가, 따갑다던가, 하는 그런 점은 전혀없다. 그냥 1000원 짜리 화장솜이나 가끔 길에서 받는 화장솜 정도의 수준이다. 분명 한국보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화장솜을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가지고 올 필요는 없단 얘기다.
5. 명품백
혹시나 하여 하는 얘기지만 한국 여대생 분들 명품백 들고 오실 필요 전~혀 없다. 남학생 분들도 물론 마찬가지. 미수다에서도 한 번 논란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 여대생 중에 우리만큼 명품백 메고 다니는 사람 아무도 없다. 진 스포츠(Jean Sports)백팩이나 노스 페이스(North face)백팩이 90%이며 나머지 10%는 자수로 만들어진 백팩, 내가 모르는 브랜드의 백팩, 캔버스백(천가방), 아주 가끔 보이는 크로스백 되시겠다. 아, 가끔 신발주머니 같은 가방도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오직 한국 학생들만이(소수의 중국 여대생) 루이비통, 고야드, 코치, 등으로 시작되는 명품백을 메고왔더라. 그런데 그들 모두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모두 현지 백팩 차림으로 다 바꿨다. 왜? 아무도 명품가방을 메고 다니는 학생들이 없거든. 단순히 명품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선 한국 학생들이 제일 많이 들고다니는 토드백이나 숄더백 형태도 찾아볼 수 없다. 다시 한 번 미수다 얘기를 꺼내자면, 미녀들이 말했던 것처럼 그렇게 작은 가방에 도대체 책이 들어가기는 하냐, 고 그들은 생각한다. 미국 학교생활에서의 가방은 정말 '학교 가방'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니 무겁게 명품가방 들고 올 필요없고, 멋부리기 위한 가방 필요없다. $20불 하는 진스포츠 가방 하나 메고 다니면 만사 장땡이다.
아, 파티나 행사가 있을 때는 예외로 대부분 클러치(Clutch)를 든다(큰 장지갑처럼 생긴 가방). 클러치 같은 경우도 다들 비싼 것을 구입하기 보다는 FOREVER21같은 대중적인 브랜드에서 그리 비싸지 않은 것들을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티용 가방 같은 경우는 하나 있으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을 수 있겠다.)
6. 한국음식
<건조된 비빔밥에 물만부어 바로 먹을 수 있게 제작된 바로비빔밥>
한국음식 같은 경우 내가 가져오기를 제일 추천하는 부분이다. 언제나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때 따지는 한 축은 '희소성'인데, 한국음식은 그 틀안에 정확하게 일치된다. 사실 미국에 오기 전에 가장 착각하기 쉬운 부분은 미국은 왠지 우리와 가까운 나라, 라는 생각이다. 물론 우리가 아프리카보다 미국음식이나 미국문화에 더 익숙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나라가 아니다. 이 말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함축하는 지는 정말 집 떠나 외국에 와 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사실 가까운 아시아 국가를 여행 할 때만 해도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그리 크게 느낀 적이 없다. 아무래도 비슷한 문화권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태평양을 건너 온 이 나라는 우리와 전혀 다른 문화권이다. 비록 우리가 그들의 노래를 듣고, 그들의 드라마를 보고, 그들의 말을 익힌다고 해도 문화권 차이라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그들은 밥을 먹지 않는다. (먹는다고 해서 정말 밥 같지 않은 훌훌 날리는 샐러드의 한 종류같은 밥을 먹는다.) 이 것이 얼마나 한국사람에게 힘든 부분인지는 정말 나가보기 전엔 몰랐다. 그런데 나가고 보니 눈물이 흐를만큼 한국 음식이 절실했다. 그런데 미국 같은 경우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물론 대도시를 제외하고) 아시안 마켓이 있다해도 찾아가기 너무 힘들며, 심지어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마디로 한국 음식을 구할 길이 없는 것이다. 후에 H-mart라는 한국음식을 파는 인터넷 사이트를 알게 되긴 했는데 가격이 거의 1.5배에서 2배가까지 비싼 편이라 선뜻 주문해 먹기 쉽지 않다(배송료까지 있으니).
한국에서 가져와서 제일 유용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덮밥류이다. 김치참치덮밥이라던지, 제육불고기덮밥 같은 햇반과 덮밥소스로 구성된 제품들이 많이있는데, 별도의 반찬없이도 간편하게 한국의 전통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또한 통조림으로 된 깻잎이나 김치를 가져오면 냄새도 나지않고 두고두고 먹을 수 있어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단 160g으로 한국의 비빔밥을 해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바로 비빔밥'이 있다. 혹시 군대 다녀 온 남자분이라면 아실지도 모르겠다. 군대에서 전투식량으로 불리는 것으로 군인들이 훈련터에서 간편하고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나는 여자에, 당연히 군대도 안 다녀왔지만 군대간 친구가 추천해줘서 알게 된 식품이다. 쉽게 생각하면 밥과 야채를 그대로 동결 시킨 것인데 먹을 때는 물만 부어주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여기에 고추장과 참기름, 된장국 분말(이게 정말 유용하다!)이 함께 들어서 더욱 좋다. 맛은 물론 일반 비빔밥보단 덜 하지만 정말 미국에서 먹으면 천국의 맛이 따로 없다. 된장국 분말 같은 경우 분말가루에 물을 부어 먹는 것인데 일식집에서 먹는 미소된장국에 가까운 맛으로 다른 한국음식과 함께 먹어도 참 좋다. 군대 다녀온 친구의 말에 의하면 군대에서 먹을 땐 꿀맛이었는데, 나와서 먹으니 맛없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나도 한국에 가서 먹으면 다시 맛 없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만, 지금 이 바로비빔밥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먹었던 '은어'와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한다.
한국 전통 차 (생강차, 홍삼차, 쌍화차) 같은 경우에도 외국에서 먹으면 힘이 나는 존재들이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생강차 한 잔만 마셔도 한국의 맛을 느끼는 기분이다. 한국 전통차 같은 경우 외국인에게 선물하기 무척이나 좋다. 미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고마우신 분들께 신세를 질 일이 많게 되는데, 예쁘게 포장을 해서 한국차를 몇 봉 선물드리며 너무너무너무 좋아하신다. 그 후 관계가 더 돈독해 지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생강차같은 경우 여기도 ginger tea라 하여 많이 팔고 있기 때문에, 먹기에 큰 부담감도 없다. 한국음식을 외국친구에게 대접해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친구에게 비빔밥을 한 번 대접한 적이 있는데, 물론 매워했지만,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한결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이 외에도 한국전통 공예품 (특히 북마크 같은 경우 단순히 장식품을 넘어 실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듯 하다)은 외국인들에게 선물로 주기 유용하며, 여성용 생리대는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탐폰을 쓰기 때문에 한국에서 들고 오는 것이 좋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한비야씨가 말하길, 자신은 짐을 싸기 전에 이게 내가 꼭 필요한 물건인가를 두고두고 생각하며 짐을 싼다고 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짐을 단 가방 2개에 싸려니 힘든 것이 당연하다. 나 역시 물론 그랬었고. 나의 지금 이 경험담이 당신의 노아의 방주를 좀 더 현명한 것들로 채우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