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유학생 짐 꾸리기 3번째. 이민가방과 캐리어 중 무엇을 가져갈 것이냐, 캐리어를 고른다면 어떤 캐리어를 살 것이냐, (교환학생·유학생 짐 꾸리기<1>,<2>) 에 이어 드디어 마지막. 이민가방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 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민가방을 사려고 할 땐 이민가방에도 그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는 줄 몰랐다. 다 똑같은 이민가방인 줄 알았는데, 이민가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종류도 다양해지고, 기능도 보완되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일단 첫번째로 남대문 상가나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파는 이민가방은 권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 튼튼하지 않을 확률이 엄청 높다는 것이 주변 친구들의 전언. 이민가방도 나름 이름을 달고 오래 만든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민가방에도 브랜드라는 것이 있나? 내가 처음에 아리송했던 것 처럼.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자, 그 첫번째가 바로 브라이튼 이민가방이다. 2002년에 배낭여행 다니던 한 한국분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는 이 가방의 신념은 첫째도 튼튼, 둘째도 튼튼, 이란다. 사실 확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판매자 측에서는 브라이튼 이민가방은 단 한번도 터진적이 없다고 한다. 가격은 만 8천원부터 2만5천원 사이인데 공식 사이트도 따로 운영하기 때문에 구매하기가 한결 편하다. 보통 다른 이민가방들은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중개인 식으로 가방을 떼어다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방에 문제가 있어도 제대로 하소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면에서 공식사이트까지 운영하는 브라이튼 이민가방은 훨씬 신뢰가 간다. 단점이라면, 짐꾸리기 <1>에서 보았다 시피, 대부분 이민가방이 가지고 있는 단점들일 것이다. 캐리어에 비해 튼튼하지 않거나, 모양새가 예쁘지 않거나, 캐리어에 비해 이동하기 불편하다던가 하는. 그렇지만 브라이튼 같은 경우에는 이민가방의 장점을 충분히 잘 살리면서도 튼튼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기에 그런 단점들을 많이 커버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사실 나도 이 브라이튼 이민가방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하필 내가 떠날 즈음에 브라이튼 공장이 호우 피해를 입어 생산을 잠시 중단한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차선책으로 다른 이민가방이라도 얼른 알아봐야 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알아본 이민가방이 더스틴 이민가방이다. 이 이민가방이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상단확장 방식'이란 점 때문인데,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보통 이민가방의 경우 자신이 필요한 만큼 지퍼를 열어서 가방을 확장해서 이용하는 형태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민가방은 (브라이튼 포함) 가방 확장을 하단에서 하게 되어있다. 그러니 짐을 꾸리는 도중에 확장을 하게 되면 짐들이 다 흐트러지고, 그렇다고 다 확장해놓고 나중에 줄이려면 밑에서 줄여야 하기 때문에 짐을 다시 다 꺼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더스틴 이민가방의 상단확장 방식이다. 실제 해보니 짐쌀 때 무척이나 편했다. 또한 사다리꼴 모양이라 무게중심이 보다 잘 선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나와 같이 떠나는 친구 모두 더스틴 이민가방을 선택했다. 가격은 만5천원 부터 3만 5천원까지 종류에 따라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짐쌀 때는 편하게 쌌던 가방이, 사다리꼴로, 상단확장으로 예뻤던 내 가방이, 공항 수화물 찾는 곳에서 만나고 보니 더 이상 떠날 때 보냈던 그 모습이 아닌 것이다!!!!! 으악. 말 그대로 그렇게 걱정하고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가방이 터져버린 것이다. 물론 나 뿐만 아니라 내 친구 가방도 똑같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에서 떠날 때 혹시 모른다며 아버지께서 중심부분에 테이프를 쳐 주셔서, 짐은 터져나가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단 사실이었다. 그러나 친구의 가방은 말그대로 정말 폭발해 버려서 짐이 삐져 나올랑 말랑 하는 상태였다.
정말이지 OMG 였다. 당장 그 놈의 더스틴에 전화해서 책임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이 곳은 이미 LA요, 수습할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는 것을. 얼른 공항 직원에게 테이프를 빌려 다급하게 응급조치를 하고선 급한데로 숙소에서 가방을 손수 꼬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아직도 그 이민가방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열심히 바느질로 꼬매놓은 후라 겉보기엔 멀쩡해보여서 귀국할 땐 이녀석을 어떻게 해야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결론적으로 놓고보자면, 더스틴 이민가방이 짐쌀 때는 훨씬 편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짐쌀 때 우리는 말도 통하고,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있고, 부모님도 옆에 계시는 한국에 있다. 한국에서 조금 불편한 것이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말도 잘 안통하고, 길도 낯설고, 내 옆엔 아무도 없는 외국에 가서 가방이 터져버리면 그 때의 당혹감이란 이루말 할 수 없다. 사실 브라이튼 다음으로 좋다고 생각하여 선택한 더스틴 이민가방이 이렇게 터져버린 것을 보면, 길거리에 파는 이민가방들은 말해 무엇하리요 싶다. 사실 내가 브라이튼 이민가방을 써보지 않아서, 그 가방은 안터지리란 확신은 없다만, 그래도 이민가방을 사야겠다고 결심하신 분이 있으시다면 브라이튼 이민가방을 쓰시라 추천하고 싶다. 혹시 브라이튼 이민가방을 썼는데도 터진 분이 계시다면 즉시 글 수정해야하니 얼른 알려주시기 바란다. 이민가방은 절대 믿을 놈이 못된다고! 그놈이 그놈이라고!
그러나 브라이튼 이민가방은 꽤 평이 좋은 것 같고, 또 35만명이라는 엄청난 유학인구가 사용했다 하고,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단 하나의 가방도 터진적이 없다 자부하는 것을 보니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혹시 못 미덥다면 꼭 테이프를 붙여 나가시길 바란다. 테이프가 의외로 큰 힘을 발휘해서 그렇게까지 해놓으면 아마 터질 걱정은 안해도 될 듯 싶다.
** 튼튼한 이민가방을 위한 팁! 1. 가방은 브라이튼 이민가방을 권한다 2. 가방을 가로로 뚱뚱하게 채우지 말 것! 차라리 세로로 길게 세우는 것이 더 낫다 3. 테이프로 3~4바퀴 정도 돌려감으면 보다 튼튼하다 4. 무거운 짐을 아래에 놓아 무게중심이 아래에 실리도록 한다 5. 끄는 손잡이 부분은 한 번 더 박음질을 하거나, 여분의 손잡이를 준비하면 좋다 6. 혹시 바퀴가 빠질 염려는 없는지 바퀴 부분을 한 번 더 체크할 것! 7. 별도의 벨트를 사서 가방에 감아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버클이 금속인 것이 좋다, 플라스틱은 버클자체가 깨질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