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을 다녀온 사람들마다 맛있는 음식이 값도 싸다며, 뉴욕에서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칭찬에 칭찬이 이어진다. 이미 뉴욕 차이나타운은 한국사람들이 꼭 찾는 명소 중의 명소가 되었기에 유명 음식점엔 한국어로 된 메뉴판도 있다고 한다. 정말? 가난하고 언제나 배고픈 유학생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반가운 소리가 있을리 없다. 자, 그래서 비가 주룩주룩 오는 뉴욕의 겨울날, 하루종일 쇼핑으로 주린 배를 부여잡고 차이나타운으로 향한다. 값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찾아서.
(비오는 날의 차이나타운. 잘 찍었다 생각했는데, 집에와서 확인해보니 비오는 날 차이나타운 답게 나온 사진들. )
* Joe's Shanghai (조스상하이) / 샤오롱바오 (소룡포)
- 차이나타운, 9th pell Str, bowery Ave,
- 샤오롱바오(소룡포) 일인분(8개) $4.65
아마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 아닌가 한다. 조스 상하이. 그리고 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인 샤오롱바오. 혹자는 서울의 딘타이펑에 가서 몇 만원을 주고 소룡포를 먹어도 이 맛이 나지 않는다 하고, 또 혹자는 자신의 먹어본 샤오롱바오 중 최고라고 감탄을 금치 않는다. 음식점에 들어가니 중국인들 뿐 아니라 꽤 많은 외국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음식점이 각국의 언어로 시끌벅적하다. 음식점의 한쪽 벽면을 메운 소개글을 보니 각종 매스컴에도 출현한 역시 유명한 집인가 보다. 그렇다면 나는? 돈을 준다해도 다시 이 집에서 먹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워워, 조금더 이성을 찾고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먼저 맛을 보자. 사실 맛은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꽤 훌륭한 편이다. 육즙이 정말 진해서 사골국물을 먹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시큼한 간장을 조금 넣어 먹으면 정말 서울 딘타이펑 같은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맛이다. 고기 역시 잘 다져져서 질감도 좋고, 씹히는 맛도 좋다. 만두 보다 더 진하고 제대로 된 느낌이다. 더군다나 가격도 8개짜리 한 판에 $4.65이니 사실 한 판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를 정도다. 그러니 가격대비 훌륭한 맛집, 이란 평은 영 틀리진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음식을 먹는 내내 너무나 불편했다. 일단 가게에 들어가니 손님을 돈 받는 기계, 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렬하게 들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서비스는 기대하지 말라했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수다도 떨고, 하루의 피곤함을 조금은 덜어내려했던 나의 모든 기대는 정말 깡그리 무너져내렸다. 자리는 각진 테이블도 아닌 원탁의 테이블에서 이미 식사를 중반쯤 끝낸 외국인 가족과 합석하도록 안내받았다. 식사의 템포가 비슷한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테이블이 모가 난 것도 아닌 상태에서 함께 식사를 하려니 불편함과 어색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우린 둘이었기에 망정이지,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어떡하나, 싶은 걱정마저 들었다. 우리의 식사가 나올 즈음엔 그네들의 먹고 난 음식 찌꺼기로 테이블은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지고, 설상가상으로 내가 샤오롱바오를 입에서 씹는 소리와 함께 코까지 헹헹- 푼다. 아, 정말이지 최악의 식사다.
주문 역시 마찬가지다. 미처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심지어 메뉴판을 주기도 전에 먼저 주문하기를 종용한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그네들의 일방적인 말만 반복한다. 마치 자동음성인식 기계와 말을 하는 것처럼, 정해진 메뉴얼 외에는 대화라는 것이 통하질 않는다. 더군다나 음식을 빨리 시키길 종용했던 것처럼, 식후에 마시고 있는 쟈스민차를 그냥 치워버리는 것이 아닌가. 마시고 있는 중이라 했더니, 다시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 중국에서 차문화가 생겨난 것은 기름진 음식을 먹고 그 끝 맛을 개운하게 하기 위해서, 또 서로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라 배운 것 같은데,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차문화는 먹고 있는 차도 가져가 버리며 빨리 가라는 뜻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정말이지 팁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팁 15%가 자동으로 정산되어 나온다. 자신들도 팁을 그냥 랜덤으로 맡겨버리면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을 알긴 아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차이나타운에 간다고 한다. 그러나 나의 결론은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위해 이 불편과, 기계 대접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음, 싸고 맛있는 음식 때문이라면 난 차라리 집에서 맛있게 보글보글 라면을 끓여먹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다. 누군가 맛집을 평가할 땐 맛있다, 맛없다가 아닌 내 입에 맞더라, 맞지 않더라, 라고 얘기해야 한단다. 아무래도 이 음식점은 나와 맞지 않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