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커피가 도입된 지 100년이 지났다 한다. 고종이 가장 즐겨마시는 음식이 커피였다 하니, 커피의 역사가 긴 듯 하다. 바야흐로 아메리카노 없이는 하루시작이 힘든 시절이 됐다. 그렇다면 반대로 놓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마시는 그 어마어마한 커피는 다 어디서, 어떻게 재배되는가?
당연히 우리나라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대부분 제3세계 국가들에서 커피를 수입해 온다. 우리나라 커피값이 그리 만만한 편은 아니다. 물론 저렴한 자판기 커피 등도 존재하지만 원두를 드랍해서 마시는 형식의 커피값은2000원 이상이 기본이다. 아직까지 커피는 그리 저렴한 상대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커피를 파는 종주국들은 부자가 되어야 마땅하다. 석유재벌국들이 존재하듯 커피재벌국들이 존재해야하는데, 어디서도 커피재벌국은 시쳇말로 듣보잡이다.
우리에게 커피값이 만만치 않다면 그들에게도 커피값은 만만치 않은 존재다. 우리나라에선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신다는 된장녀도 존재한다지만, 대부분 제3세계 주민들에겐 커피보단 당연히 밥이 먼저다. 커피는 필수재가 아닌 사치재이니까, 가난한 그들에게 커피는 먼 그대, 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이 생산한 커피는 대부분 국외로 팔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바로 불공정무역이란 것이 탄생하게 된다. 그들의 처지를 이용해서 노동과 환경을 최대한 착취해 이윤을 극대화 하는 무역방식이 바로 불공정 무역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커피의 대부분은 이런 불공정무역으로 탄생한다.
물론 한국에도 공정무역으로 만들어진 커피가 있다. 그러나 묻고 또 물어 찾아가야 할만큼 그 수가 적다. 그러나 외국에 서 지내다보면 정말 심심찮게 이 공정무역 커피를 만날 수 있는데, 당장 내가 지내고 있는 학교만 해도 모든 학교 커피숍의 커피가 공정무역 커피다. 단순히 공정무역 커피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에 해당하는 충분한 설명도 해주기에 공정무역이란 것이 한국보다 훨씬 보편화된 느낌이다.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커피만 판매한다는 뉴욕의 씽크커피(Think coffee)>
얼마 전 방송 된 무한도전 in New York 속의 씽크커피(Think Coffee)도 마찬가지다. NYU근처에 자리잡은 이 까페는 공정무역으로만 생산된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와, 씽크커피, 공정무역’ 하며 떠들석했던 한국과 달리 그냥 아무렇지 않게, 특별하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일상처럼 공정무역커피를 이용하는 그들이 새삼 부럽다.
<곳곳에 붙여진 씽크커피(Think coffee)표지판 덕에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찾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NYU 근처에서 내려오다보면 곳곳에 씽크커피(Think coffee)를 안내하는 표지판들을 만날 수 있다. 가게도 생각보다 커서 금방 눈에 띈다. 원래 커피를 즐겨마시는 편이 아니라 핫 초콜릿 한 잔을 주문했다. 언제나처럼 친구는 아메리카노, 그리고 무한도전 속에 나왔던 소이라떼도 한 잔 주문해보았다. 소이라떼는 한국의 라떼들처럼 달짝지근하지 않고 정말 부드럽지만 담백하고 소이맛이 느껴지지만 커피향이 함께 느껴지는 꽤 괜찮은 녀석이었다. 나처럼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 아메리카노는 언제나 아메리카노일 뿐이지만 친구는 끝 맛이 참 좋다, 고 했다. 쓰지만 쓰지 않다나. 무슨말인지 알 것도 같다가도 잘 모르겠는 것이 커피맛이다. 이 거하나만큼은 전문가, 라고 자부할 수 있는 핫 초콜릿 맛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스타벅스와 완전히 대조되는 맛. 스타벅스의 시그니처 핫 초콜릿이 달고 진한 것으로 승부한다면 씽크커피(Think coffee)의 핫 초콜릿은 한 없이 부드럽고 푸근하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한 잔을 다 마셔도 속이 울렁댄다거나 하는 느낌이 없다.
<언제나처럼 그대는 아메리카노. 아직 난 커피의 세계를 모르겠다는.>
<소이라떼를 위시한 커피 3총사.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것은 분위기. 커피를 마시기 위함 보다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위해, 무선 인터넷을 즐기기 위해 까페를 자주 찾는 나로써는 너무너무 편하고 좋은 분위기였다. 대학가 주변의 소란스럽지만 학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더군다나 너무너무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두 다리 쭉 뻗고 한 숨자다 일어나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을 한 없이 풀어놓고 싶은 그런 곳이다. 한국의 까페 분위기가 다소 딱딱하고, 조심조심 행동해야 할 것 같고, 오페라의 유령같은 책을 펼친 채 우아함을 떨어야 할 것 같은 곳이라면, 이 곳은 슬리퍼 질질 끌고 나와 쇼파에 등붙이고 누워 깔깔대며 만화책보기 딱 좋은 느낌이다. 사실 찾아오는 사람 대부분도 만화책에 슬리퍼 까진 아니더라도 다들 그러한 것 같다. 역시 무한도전의 파워 때문인지 한국사람들도 꽤 눈에 띄는데 음, 3시간 동안 카페에 있으면서 무려 7명의 똑같은 한국사람을 보았다. 소이라떼 스몰을 하나 시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라떼만 마신 후 사진을 찍고 10분만에 까페를 나간다. 물론 여러가지 개인사가 있을 수 있겠지만, 마치 한국 속 공정무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커피외에도 비스킷, 머핀, 샌드위치 류도 함께 판다. 들은 소식통에 의하면 꽤 맛이 좋다는->
<실컷 떠들며 놀다 왔더니 어느덧 까페는 문닫을 시간, 밖은 캄캄해져있다.>
몇 해 전 취재 차 찾아뵜던 공정무역 가게 사장님의 말이 생각난다. "공정무역 제품을 한 번 도와준다는 생각보다 공정무역 제품이 품질로서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공정무역커피가 한국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닌 자연스런 존재로 자리 잡을 수 있길,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