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 복판에서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 심지어 걷는 곳곳에서 비슷한 쇼핑백을 들고 있는 외국인들을 만난다면. 내 기준에서 그 곳은 핫 스팟, 되시겠다. 핫 스팟이란게 별 거 있겠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또 쇼핑백 바리바리 들고갈 수 있게 만든다면 고놈이 바로 핫 스팟이지. MOMA shop 도 그런 곳 중 하나다. MOMA 미술관은 들어봤지만, MOMA 의 전용 shop이 따로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유행가의 문구보다 진부하게 어느날 소호를 지나다 나는 MOMA SHOP을 만났다.
샵은 크게 지하1층과 지상1층으로 이뤄져있는데, 가장 비슷한 느낌을 대라면 우리나라의 텐바이텐이나 코즈니, 와 비슷한 느낌. 그렇지만 아기자기한 느낌보다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더 강하다. 또한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들 보다는 이게 뭐에 쓰는 거지, 싶은 녀석들도 꽤 된다. 단순히 아이쇼핑 차원이 아니라 호기심 차원에서라도 좀 더 눈길이 가는 곳.
아무래도 새해를 시작하는 1월이다보니 다이어리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 핫 트랙스처럼 무궁무진 다양한 다이어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선 꽤 비싼 편이었던 몰스킨 다이어리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사실 반가움을 넘어 오두방정을 떨었다.
<이렇게 예쁜 디자인 상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감.만.족.이다>
잠시 몰스킨에 대해 설명을 해보자면,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브루스 채트윈, 앙리 마티스, 등 시대의 예술가들이 사용했다는 전설적인 노트북. 1997년 정식 브랜드로 재탄생한 뒤, 한국에는 2004년 론칭했다. 몰스킨이 내세우는 카피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로 부터 사랑받는, 인데,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되려면한권에 1,2만원씩 하는 노트북을 써야한다. 그치만 매번 그 상술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나. 사실 비싸긴 하지만 써보면 정말 메모하기 편하고, 노트가 참 좋다. 그리고 음, 메모를 단순한 메모로 남지 않게 해주는 느낌. 그래도 한국에선 비싸서 잘 써지지 않았는데, 여기오니 몰스킨이 여전히 비싸지만 싸다! 한국보다 40%에서 많게는 60%까지 저렴하다. 이러니 오두방정을 떨수밖에.
자, 몰스킨 얘기는 1층에서 접고, 지하로 내려가 보자. 지하에는 무지양품이라 하여 우리나라 명동 영플라자 1층에 있는 ‘무지’ 샵이 있다. 무지나 유니클로는 저렴하면서도 베이직한 아이템이 많아서 종종 들렸던 곳인데, 처음에는 이 곳의 유니클로와 무지를 잘 못 알아봤다. 다 일본어로 돼 있어서. 고등학교 때 제 3외국어로 일본어 했었는데, 히나가라 가타카나 못 외우면 선생님이 돼지코 시킨채로 물을 뿜으셨는데, 그 덕인지 일본어가 좀 읽히더라는. 저거, 무지양품, 저건 유니클로! 그러나 일본어 배워본 적 없다는 친구는 나 보다 더 빨리 읽더라는.
<지하에는 일본 잡화점 무지양품과 함께 서점이 자리잡고 있다.>
아무튼, 한국에선 그냥 유니클로, 무지, 이렇게 돼 있는데, 여기선 그냥 일본식 이름과 간판, 심지어 쇼핑백을 그대로 사용한다. 한자를 비롯한 동양스러운 느낌을 오히려 어필하고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나조차도 신기해보였으니, 어느정도 먹힌 듯. 더군다나 이 곳 무지는 한국과 달리 문구류도 팔고 있어서 선물하기 참 좋다. 차이나타운의 기념품은 조금 난잡해보이고, 코리아타운에서 만나는 기념품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깔끔하게 포장도 잘 돼 있으면서도 또 동양적인 느낌도 잘 살리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친구들 기념품을 한 방에 해결했다.
<룸메이트에게 선물한 한지 색종이. 그렇지만 이것보다 함께 준 초콜릿을 더 좋아하던 그녀...?.....>
장장 1시간 정도 MOMASHOP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어느새 내 어깨에는 내가 본 다른 외국인들처럼 MOMA의 큰 쇼핑백이 들려져 있다. 일정 금액 이상 사게되면 일인당 $20정도하는 MOMA 미술관 티켓도 받을 수 있으니 꼭 한 번 들려 지름신과 접신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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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개학 시즌인 것이지요. 뉴욕 여행기를 채 정리하기도 전에, 빛과 같은 속도로 USED북 구하랴, 교수님께 prerequisite들은 거 읖으랴, 정신없고 긴긴긴 한주였어요. 얼른얼른 뉴욕이야기를 후딱후딱 적어서 정리하고 싶은데, 하나 적다보면 이 얘기 생각나고, 또 하나보면 저 얘기 생각나고, 그래도 이번주 안으로는 꼭꼭 마무리를 지어서 새학기 이야기 들려드리고 싶은데...... 이러다 중간고사 쯤 새학기 이야기가 시작되는 건 아니련지. 그래도 주말에 마틴루터킹 데이까지 있으니, 힘내서 마지막까지 뉴욕에 빠져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