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대학교들이 축제시즌이라 그런지 다들 축제준비하고, 다른 학교 축제 놀러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구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 단톡을 보면 다 축제 이야기..
유럽으로 교환학생 간 친구들은 다들 옥토버 페스트 이야기하고 독일로 놀러가며 축제를 즐기고 있더라구요 ㅠㅠ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서 그런지 남의 나라는 무슨 남의 학교 축제 놀러가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뿐더러 그런 생각자체도 안합니다...ㅋㅋㅋ
그렇다고 이 조그만한 학교에 축제가 있을거 같지도 않고...ㅜㅠ
그냥 대학 축제는 먼 이야기처럼 생각하고 마음 비우고 있었는데, 저희도 9월 20일 저번 토요일 family day에 harvest and herb festival 이 열렸답니다.
사실 harvest and herb festival 은 학교 축제가 아니라 여기 도시(라고 쓰고 마을이라고 읽는) ada 자체의 축제에요.
제가 있는 학교가 그래도 나름 Ada 의 중심가라고 학교 바로 앞 Main street 에서 열리다 보니 학교 축제같기도 하고 학교의 많은 동아리, 부서들도 함께 참여했답니다.
학교 자체에서는 festival 자체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Family day에 열리는 하나의 부속 행사처럼 생각하더라구요.
그럼 먼저 family day가 뭔지 궁금하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해드리자면 말그대로 재학생들 family, 가족들을 초대하여 학교 행사도 즐기고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가족을 위한 날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먼 곳에서 자취하고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꽤 있지만, 여기 학교는 시골이기도 하고 학생들 대부분이 기숙생활을 하고 있기에(90%이상)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학교생활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에요.
상식적으로 이 시골 깡촌에 있는 현지 학생보다 외부학생들이 많은건 당연한 거겠지만요 ㅋㅋ
그래서 이렇게 집에 나와 홀로 생활하는 학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한 거 같아요.
비록 저희 가족은 오지 않았지만 ㅠ.ㅠ 저도 함께 family day의 행사를 즐기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하려구 해요~
사실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난건 family day여서가 아니라 제가 속한 habitat의 work day여서 일찍 일어났어요. 7시 30분에 모여서 저희가 일하는 장소에 가서 12시까지 집을 짓는 게 저희 일정이었습니다.
일하는 장소로 가는 길에 main street을 지나치게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점포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오늘이 무슨 날인가? 해서 옆의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festival이 열리는 날이라고 하더라구요.
메일을 몇번 받긴 했지만 (시골 치고) 이렇게 큰 규모로 열리는 건지 몰랐어요.
마치 시골의 오일장 열리듯이 마을 길거리에 점포들이 쫙 펼쳐져 있었거든요.
해비타트 봉사가 끝나고 다시 찾은 메인스트릿은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었어요.
그도 그럴것이 4시에 끝나는 이 축제에서 12시 이후는 점심시간대에다가 가장 피크를 찍는 시간대이니까요.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 동네 Ada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지 몰랐었습니다..ㅋㅋ
물론 동네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family day라고 찾아온 학생들의 가족들, 학교 부스 홍보를 돕는다고 놀러온 학교 졸업생들, 선배들도 꽤 있긴 해요.
왼쪽의 파란옷 입은 친구들은 우리 학교의 연영과 (musical theater) 친구들인데 관객들의 상황극 주문을 받아 즉석 콩트를 하는 코미디 쇼를 펼치고 있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 구경하며 웃고 즐기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많고 애들이 slang 을 많이 쓰며 연기하고 있어서 전 뭔말인지 잘 못알아 들었지만 다들 웃길래 저도 같이 웃었습니다
학교 클럽들도 이렇게 나와서 자신들의 동아리를 홍보하고, 물품을 팔기도 했는데 제가 속한 동아리에서 저도 잠시 부스를 지켰기에 우리 동아리 친구들도 한번 찰칵.
벌집모양의 이 가게는 팝콘을 파는 가게였는데, 즉석에서 팝콘을 튀기다 보니까 뻥튀기처럼 팝콘들이 pop pop 튀어나가니까 저렇게 모기장처럼 철조망을 쳐서 천장과 주변을 막아둔거에요. 사진엔 잘 안보이지만 저 막 안에 엄청난 팝콘의 잔해들이 있었습니다... ㅋㅋㅋ
돌 조각 가게. 하지만 저 수많은 돌 조각상들 중에 돌하르방 처럼 우리나라 돌 조각상 같이 생긴건 없더라구요
바나나, 사과를 잘라 카라멜 시럽을 올려주는 별거 아닌 요리지만 칼로리 폭발인 이 가게는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어요.
가족이 함께 점포를 꾸려 아이들을 내세워 호객행위 하는 선물 가게도 있고
앵그리버드 등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가게도 있고,
견과류를 그자리에서 직접 볶아서 판매하는 가게들도 있고,
레몬을 자리에서 직접 짜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주는 가게도 있고,
우리나라로 치면 지하상가, 동대문 처럼 저렴하고 알록달록한 모자와 손지갑을 파는 가게도 있고,
할머니, 아줌마들이 집에서 생활하시며 손으로 직접 만든 넥타이, 털모자등의 수공예품들도 팔고...
다양한 품목의 점포들이 거리에 즐비해있었어요.
우리나라 재래시장에 온 기분.
많은 꼬마아이들도 나와서 무료 페이스 페인팅을 즐겼어요.
근데 다들 페이스(face)에 안하고 손이나 팔목에 그림 새기더라는...ㅋㅋㅋㅋ
파란옷 입은 애가 개 주인이자 onu 학생이에요. 얘네 가족이 family day라고 학교를 놀러왔는데, 집에서 키우는 개와 함께 데리고 왔대요. 그래서 쟤가 개랑 같이 산책나와 festival을 구경하는 모습이에요.
태어나서 저렇게 뚱뚱한 알래스카 맬러뮤트는 처음봤어요. 정말 귀엽고 신기해서 찍었는데, 저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더라구요. 개 주변에 계속 저렇게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한동안 학생이 자리를 뜨지 못했어요 ㅋㅋㅋ
뭔진 모르지만 저렇게 군데군데는 게임을 할수있는 놀이 공간들이 마련되어있었는데 노는애들은 애들과 부모님들 밖에 없더라구요 ㅋㅋ 그래도 즐거워 보였어요
아직 크리스마스, 할로윈 데이가 오지 않았지만 거리에는 저렇게 할로윈,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소품들을 파는 점포가 많이 있었답니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웠어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와 할로윈데이 둘다 아직 맞지 않았지만 가게들을 둘러보며 벌써 그 날들이 온듯한 기분이 들며 기대되었어요.
거리에 많은 음식점들이 즐비하였지만 저와 제 친구는 나의사랑 너의사랑 감자튀김, 감자칩을 파는 가게를 택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그 토네이도 감자칩있죠? 여기서는 그걸 ribbon fries(리본 후라이) 라고 부르더라구요. 모양이 리본같아서 ㅋㅋㅋ
우리나라와 다른점이 있다면 생감자를 그자리에서 직접 깎아서 기계에 돌려서 얇게 만든후 즉석에서 튀겨서 줘요.
싱싱하긴 한데 제눈으로 직접 그 기름 덩어리들을 마주하니까 조금 식욕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ㅋㅋ
근데 또 먹긴 무지하게 잘 먹었다는 ㅋㅋㅋ
감자칩이 다 그렇듯이 특별한 맛이 있는건 아니지만 제가 워낙 감자칩을 좋아해서 그런지 맛있게 먹었습니당
다 먹고 구경하며 즐기다 보니 4시 30분이 되어서 자리를 옮겼어요.
제가 속한 또다른 학교 클럽인 SPC(School Planning Committee)에서는 family day를 맞이하여 저녁에 아카펠라 공연을 준비하였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그 공연준비를 돕는 역할을 맡았어요.
우리가 초청한 그룹은 미네소타의 아카펠라 6인조 그룹 six appeal이에요.
처음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되게 재미있고 실력있는 그룹이라고 해서 기대했습니당
행사를 위한 공연 그룹의 공개 bidding(일종의 섭외? 스카우팅?)을 위해 대학교 기획부(?)들끼리 함께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리학교가 제일먼저, 그리고 좋은 조건으로 six appeal을 데려온거래요. 그 당시 이 그룹 데리고 오려고 많은 학교들이 달려들었다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부장님은 그렇게 말했어요ㅋㅋㅋ
학교 생활한지 한달만에 처음 방문한 학교 공연장.
학교 사이즈처럼 아담하고 귀여웠지만 200년 가까이 되었다는 말에 작지만 웅장하게 느껴지며 그 세월의 흐름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장비를 함께 날랐는데 엄청 무거웠어요.
같이 상품 판매대 꾸며놓고 멤버와 함께 기념샷 찰칵!
저는 태어나서 아카펠라 공연을 라이브로 본적이 한번도 없어서 그런지 연습하는 모습만 봤는데도 되게 신기하더라구요.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로만 음악의 모든 소리를 낸다는게 신기하고 새삼 인간이라는 존재가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공연 모습.
우리는 같이 공연을 준비한지라 가장 먼저 공연장에 도착한 사람들이기에 오랜 기다림 없이 맨 앞쪽에서 공연을 관람했어요. 관객석을 찍지 못한게 아쉬운데 자리가 꽉 차서 뒤에서 서서 공연을 관람한 가족들도 있었답니다!
공연은 정말 재미있고 실력파 그룹이었어요.
진짜 웃겨서 몇번을 소리내어 웃었는지 ㅋㅋ 노래실력도 노래실력이었지만 진짜 춤을 그렇게 웃기게 추고 과격하게 추면서 음정하나 흔들리지 않으며 노래하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멤버들이랑 같이 공연준비하고 밥먹을때 그렇게 진지하더니.. 반전이었어요
공연준비만 돕고 월요일 시험 준비하려고 했는데 공연보지 않았음 정말 후회할뻔.
우리나라의 대학교 축제들이 주점에서 술을 팔고 가수들이 공연을 하며 정말 즐기자! 라는 분위기라면, 여기는 길거리에서 술 파는거 자체도 금지되어있을 뿐더러 이 축제는 학교 축제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축제였기 때문에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 딱 동네사람들이 주말에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의 장날 같은 분위기였어요.
family day를 위해 학교에서도 harvest and herb festival 말고도 제가 관람한 아카펠라 공연, 아이들이 놀수 있는 play grounds 설치, 스포츠 용품을 팔고 교환 할 수 있는 스포츠 벼룩시장, 학교 축구팀 경기, 일정 거리를 달릴 때마다 쿠키를 얻으며 뛰는 달리기 대회 쿠키런, free 빙고, 로또게임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되어있었어요.
비록 우리나라의 학교와 같은 불같은, 화끈한 축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수 있었던 기분좋은 날이었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