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어학연수: 그래서 특파원에 지원했다고.
안녕하세요. 미야옹입니다. 저는 지금 오리건주의 포틀랜드라는 도시에서 두 달째 어학연수 중입니다.
원래 저는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다소 진지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로 특파원 활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왜 특파원에 지원했는지, 제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난 8월, 그러니까 제가 아직 한국에 있을 때 저는 무척 들떠있었어요.
영어로 하루 종일 말하고, 다양한 미국 친구들을 사귀고, 스타벅스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고, 예쁘게 차려입고 파티에 가고,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읽는 그런 상상을 하며 비행기를 탔습니다.
(인천공항, 샌프란시스코행 보잉 747)
그러나 그 상상은 미국에 온지 이틀만에 와장창 깨져버렸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한국에 있던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무언가를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그냥 생각없이 모든 것을 유학원에 맡기고 있었어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니 영화같은 상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어쨌든 현실은 상상과 많이 달랐어요. 아래는 제가 했던 심각한 착각들과 현실이에요.
착각1. 영어 말하기 실력의 향상
가장 크게 착각한 것중 하나는 영어로 하루종일 말하니 말하기 실력이 늘 것이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상상과 현실은 조금 달랐어요.
일단 생각하는대로 하루종일 영어로 말하지 않더라고요.
생각보다 수업은 문법과 읽기 위주였고 별로였어요.
제가 다니는 학원은 굉장히 비싸고 유명한 K자로 시작하는 학원이에요. 하지만 여기 선생님들 중에서 영어,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어요. 그래도 이 분들은 멀쩡한 대학은 나왔고, 대부분이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으니 상황이 다른 학원보다는 조금 더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었죠.
학원이 생각보다 별로긴 했지만 학원 안에서 친구들을 만든다면 괜찮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얘네들도 도찐개찐이라는 거에요.
얘네들도 영어 배우려고 온 애들이고 영어를 잘 못해요
게다가 다들 끼리끼리 놀다보니 다른 나라 애들끼리 하는 말이라곤 안녕, 하와유, 아임파인 땡큐 앤유가 반이에요.
조금 더 친하다면 주말에 뭐했는지 정도는 물어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전부였어요.
그러니까 말하기 연습이 될만큼 심도있는 대화가 이뤄지긴 힘들었어요.
그래도 전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쓰는 영어는 한정되어 있어요.
인사하고, 길 물어볼 줄 알고, 가게에서 이거 산다라고 말하는 거 말고는 밖에서 하는 영어가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았어요. 호스트 패밀리가 착해서 말도 걸어주고, 저녁도 같이 먹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이 학원에서 알게 된 친구들 중에는 호스트 패밀리랑 그냥 남남처럼 생활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어쨌든 저는 그나마 저녁 먹는 동안은 영어로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
하루에 한 시간, 영어로 말하라고 우리 부모님이 한달에 3000불을 투자한 게 아니긴 했지만요.
착각2. 미국 문화의 습득과 미국 친구 사귀기
한국에 있을 때 저는 막연히 미국에 가니 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거고 문화도 습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상상했던 것과 달리 제가 제일 많이 보는 친구들은 남미와 아랍권에서 온 친구들이었어요.
제가 보는 미국인은 호스트 패밀리와 학원의 선생님, 스태프 밖에 없었어요.
덕분에 저는 남미 친구와 아랍 친구를 사귀고 그들 문화에 대해 배우고 있긴 하지만 본래의 목적과는 조금 멀어졌어요.
그래도 저는 앞서 말했듯이 운이 좋게도 호스트 패밀리가 착한 편이라 여기 저기 많이 데리고 다니고 신경도 많이 써줘서 친해질 수 있었어요.
여기까지 적고 나니까 가지 말라고 말하는 거 같은데 가지 말라고 하는 거 맞아요.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영어 공부는 강남에 있는 학원 다니면서도 잘 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 편이 더 싸게 먹히고 훨씬 효율적으로 먹힐 수 있다는 것도요.
자소서에 쓸 수 있는 어학 연수 이야기는 늘어나겠지만 그 한줄을 추가하기 위해 쓸 돈과 시간이 조금 아깝게 느껴졌어요.
하여튼 별로에요.
지금까지 굉장히 삐딱한 시선으로 어학연수를 이야기 했으니 그래도 장점을 조금 이야기 해보긴 할게요.
장점1. 논다.
제 비자는 F-1이기 때문에 알바를 할 수 없어요.
학원에 있는 시간이라곤 3시간에서 6시간 정도고요.
즉, 개인 시간이 엄청 많이 나요.
돈만 있다면 원하는 거 실컷 하면서 놀 수 있고 돈이 없어도 그냥 저냥 놀 수 있어요.
학원 째고 여행 갈 수도 있고요.
(학원째고 친구들이랑 놀러간 Crystal spiring Garden)
물론 반대로 하는 거 없이 시간만 겁나 많다라는 뜻이기도 해요.
장점2. 다양한 문화의 습득
앞서 말했듯이 미국 문화는 습득하지 못해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어려운 남미 문화, 아랍권 국가의 문화를 엿볼 수 있죠.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고, 가치있는 경험은 맞는 듯 해요.
종합해보면 어학연수의 장점도 있긴 하지만 단점이 훨씬 커요.
게다가 그 장점이라는 것도 들인 돈에 비하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진 않고요.
그런데 저는 이미 여기, 포틀랜드에 왔어요.
(2달러 짜리 포틀랜드 엽서)
아마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으면 제 특파원 활동은 아마 여기서 끝이 났을 거에요.
그래서 제가 할 이야기는 이미 와버린 사람들을 위해 혹은 나는 그래도 간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에요.
우리 엄마랑 아빠가 한 달에 3000불씩 투자하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구리다고 넋 놓고 있으면 안되잖아요.
최대한 돈을 아끼거나, 그나마 뭐라도 얻으려고 해봐야죠.
그래서 저는 최대한 돈을 절약하면서도 양질의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고 싶어요.
윗 글들은 제가 삐딱한 사람이라서 비관적인 면만 찾아서 과장해서 쓴게 절대 아니에요.
여기서 사귄 친구들이 모두 공감하는 이야기들을 썼어요.
저와 같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특파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