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댓글이 충분히 많고 길어서 제 이야기를 진짜 요약해보겠습니다.
저는 수업중 가장 Participation이 많고 수업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토론을 하고 가장 열심히 역사수업을 들었다고는 자부하지 못하겠으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도 저를 많이 칭찬해주셨고 맨 앞자리에서 항상 질문에 먼저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파서 학교를 몇일 못나오는 바람에 학점을 A를 받기 힘들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이유는 Assignment를 제가 못했기 때문이죠. 심각하게 아팠었고 Doctor's Note를 드려도 출석에서는 인정해주셔도 과제점수는 주질 않으셨기 때문에 정말 위험했습니다.
30분을 설파해보았지만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룰이기 때문이지요.
대충대충 과제하고 발표하던 애들은 쉽게 A가 나올 수 있던 상황이었고, 기말이 다가왔습니다.
어쩔수 없어서 잠을 2시간만 자고 그날 책의 대부분을 외워버렸고 시험에 뭐가 나올지 분석까지 마치고
따로 요약해서 달달 외웠습니다.
그리고 거의 만점을 받아서 A를 따냈고 아무 할말이 없으시더군요.
연륜도 경력도 많으신 분이라 존경을 정말 많이했지만 이것은 인종차별을 떠나서 학문의 이해도, 성실성, 학생의 진실한 태도, 시험점수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 것이지요.
사람의 인격이 반영될 수 있다고 느끼셨다면 그것은 분명한 심증이 필요한 일이며, 그다음이 증언과 증거입니다.
그런데 님이 그렇게 느끼고 부당한 점수를 받았고 다른 몇몇 학생도 그러했다면 그것은 공론을 만들어 클레임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게 아니라면 깨끗이 인정하고 정말 마음 아프지만 털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힘내세요. 세상은 항상 쓰기만하지 않습니다.
Ps. 엄청 억울하고 화도 났었습니다. 솔직히 누가 이런감정 못느낍니까;
그런데 감정에 경솔하게 휘둘려선 안됩니다. 여긴 학문입니다. 교수님이 그렇게 하신다면 오히려 학문과 연관된 질문과 피드백을 받는것이 훨씬 이득이 큽니다.
> > 2011-12-31 04:06:58, '' 님이 쓰신 글입니다. ↓
나는 역사교수님을 아주 많이 존경했다. 물론 전공도 아니고 교양과목 교수님이지만 사실 나와 전혀 무관한 미국역사이긴 해도 신기하게도 강의가 무척 재미있게 느끼도록 가르쳐주셨다. 미국 3위권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분이며, 굉장히 가르치는데 있어서 재능이 있는 분이다. 50분 수업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있노라면 지식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학생들이 그 교수님의 수업을 좋아한다.
미국 역사를 배우면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부분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교수님께 이메일로 질문도 드렸을 뿐 아니라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가서 질문도 하러 갔었다. 교수님은 사실 딱딱한 인상에 강의시간에 떠들면 굉장히 화내시기 때문에 좀 무섭다는 편이 옳다. 하지만 그런 모습과 달리 질문하러 갈 때마다 정말 친절하게 답변해주셨고, 오히려 이 과목 TA가 답변하는데 무척 인색한 반면에 말이다. 학자로서 훌륭할 뿐 아니라 인성도 좋은 분이라고 느꼈었다. 가끔 내가 미국 역사에 대해서 뭘 안다고 주제넘게 교수님의 의견과 상반된 의견을 제시할 때 조차 흔쾌히 수용하시기 조차 하셨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너무 이상하게도 학교일에 관한 개인적 문제를 이 교수님께 상의드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창피한 일이지만 그때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교수님이 학교에서 오래 계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교수님의 답변은 별로 문제해결에 도움은 못되었지만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시는구나 하고 느꼈었다.
학기가 끝나갈 무렵 궁금해졌다. 교수님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연 말을 잘 못하는 한 학생으로 보시는 걸까, 아니면 본인 나라에 유학온 영어못하는 한 아시안 학생으로서 대하시는 걸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저같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않는 아시안 학생을 이해하고, 격려해주고, 믿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교수님이 답장으로 내 학업에 행운까지 덤으로 빌어주셨다. 그러나 결국 후자로 나를 대한다는 생각에 이런 친절도 어쩌면 백인우월주의에서 오는 하나의 동정, 시혜적 성격의 긍정적인 인종차별의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 가운데 드디어 과목 성적이 나왔다. 시험뿐 아니라 페이퍼까지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좋지않은 등급이었다. 지각 한차례 한 것 말고는 지각도 결석도, 강의시간에 졸았던 적도 결코 없었고 정말 열심히 했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슬픔이 북받쳐 올랐다. 왜냐하면 나는 이 과목을 가장 좋아했었고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내가 많이 존경하는 교수님께 인정받고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었는지도 모른다. 여느 한국유학생들처럼 A같은 건 절대 바라지는 않는 내가 받은 것 중 가장 나쁜 등급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이 과목에서 이 정도는 아니라고 결코 믿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등급에 의해 열등한 학생으로 정의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이 과목은 TA가 모든 것을 평하고 등급을 정한다. 전혀 교수님이 성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 TA가 중간고사에 성적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했기에 부연 설명과 더불어 조정해주면 안되냐고 했더니 교수에게 직접 말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걸 기억하고 나는 교수님께 성적이 바로 나옴과 동시에 이메일로 답안지와 페이퍼를 리뷰해주시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10분안에 답메일이 왔다. 단칼에 그 등급은 나의 옳은 등급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을 첨언하셨다. 이 과목은 무척 어려운 과목이고 그 정도면 잘 한 것이라고, 내가 한 것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내가 어떻게 노력했는지 알고 있다며 이게 아마 후일에 도움이 될거라고.. 차라리 간단하게 점수를 올려줄수 없다고 미안하다는 말이 훨씬 따뜻하게 들렸을지 모른다. 잔인한 점수를 주시고는, 내게 그런 말을 하신 의도가 결국 내 주제에 그 점수도 과한 것이라는 얘기인건지.. 교양과목에서 왜 이렇게 혹독한 점수를 주시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비록 영어실력은 부족하겠지만 내 논리나 지식부분에 있어서 다른 학생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백인 우월주의 또는 자신의 우월주의의 하나의 표상인건가. 내가 그 분 마음속에 들어가본 적 없어서 잘 못 짚은건지도 모르겠지만 다만 나 역시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사실인 것 같다.
경제적 수탈에 의한 인종차별을 주장하던 나의 의견을 정면 반박하셨던 교수님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백인우월주의에서 나온다는 말이 새삼 피부에 와닿았다. 핍박이나 학대를 통한 인종차별도 있겠지만, 동정이나 시혜적 성격의 인종차별도 충분히 그들에게 있을 수 있겠구나 싶은 것이... 그리고 인류역사에서 몇백여년간 이어져온 인종차별이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인류역사에서 사라질 일은 없겠구나 싶은 것이 씁쓸해졌다. 그리고 나는 성적이 나오기 전 계획대로 연하장을 그 교수님께 드릴 것이고, 여전히 학자로서는 교수님을 존경하겠지만, 이제 그 교수님을 예전처럼 인간적으로 존경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