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박사과정중이고 와이프와 결혼 후 미국에 왔고, 지금 아기가 한 명 있습니다.
풀펀딩이고, 큰 도시에서 사는데, 보통 한 명이 넉넉하게 살 정도의 금액입니다. 두 명은 빠듯하고 세명은 모자랍니다.
와이프는 변시 아닌 고시공부한 전문직이지만 일을 얼마 못하고 미국에 와서 원격으로 소일거리로 일을 받아 대출을 갚는 정도로 벌고 있습니다.
(와이프의 집 형편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부모님께서 일년에 한 번씩 돈을 보내주셔서 통장이 모자라는 일은 없습니다.
사실 이게 문제인거 같아요.
제가 와이프에게 결혼얘기와 미국 가능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서로 성장하는 미래를 그렸습니다. 저 때문에 와이프의 커리어를 망치는 일만 발생하는게 싫었어요. 이왕 미국에 간다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면 좋겠더라구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만약 와이프가 학교를 들어간다면 지원해주신다고도 했구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현재 가진 자격증과 비슷한 직종의 자격증을 공부해서 따는 것을 목표를 가지기로 했고 결혼 후 미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막연한 목표로 타지생활을 하다보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고 위축되잖아요. 저희 와이프한텐 많이 쎄게 왔어요. 영어도 잘 못하고, 모든게 낯설어서 그런지 맨날 앓아 눕고, 저희 부모님이 지원해준 공부도 잘 안되는거 같더라구요. 그러더니 제가 퀄 준비하는 동안 아이를 가지는 일로자주 싸웠어요. 와이프는 아이를 너무 가지고 싶어 했고, 저는 지금 아이가지면 시점상 아이 키우기 너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제 연구 시작도 못한 상황에서 아이가 생기면 너무 힘들고, 와이프가 하는 공부도 시험도 하기 힘들거라고 반대했죠. 그랬더니 자기 나이 제약도 있는데 이기적인 놈이라며 몰아가더라구요. 그래서 아이 가졌어요. 저도 갈등이 학교생활에 너무 영향을 주어서 그 당시에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전 박사과정 시작 후로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본적이 없네요 ㅋ... 퀄 이후 바로 육아월드가 펼쳐져서.. 물론 육아는 와이프가 더 힘들죠..
아무튼 뭐 지금은 이쁜 아기 웃는 모습 보면서 힘을 짜내서 둘 다 열심히 살아내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지인 가족 도움을 출산 전후로 단 하루도 못 얻어서 정말 둘이 고생 했어요. ㅎ 저도 9-6 로 빡일 후 남는 시간 아이 놀아주고 씻기고 남은 집안일 하고 밤에 다시 와서 일 하고.. 와이프도 9-6 빡육아에 아이 재우고 밤에는 조금씩 일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사니 정말 하루 하루 살아내는 느낌이고, 감정은 매마르고, 너무 힘들어서 그냥 모든게 멈추고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맘이 맨날 들어요. 이런 맘과 별개로 아기는 정말 이뻐요.
저희가 사는 모습을 먼저 주저리 주저리 설명 했는데요, 돈 문제에 대한 고민을 풀어보고 싶어요.
집세 빼고나면 월1500 정도 남고. 차는 없고, 유틸리티 조금 빼면 나머지가 거의 모두 쇼핑과 식비로 나갑니다.
저는 박사 시작하자마자 물가에 놀라서, 거지처럼 산지 오래 되었어요. 2년 동안 저녁만 먹었고, 밖에서 사 먹은 적은 기념일 빼고 없었어요.
공짜 음식 음료 찾아다니기 바빴죠. 이렇게 해서 좀더 와이프랑 문화생활이나 아껴서 여행을 가고 싶었던게 처음의 바람이었어요. 물론 어림 없었지만.
와이프도 외식을 하지 않는 편인데, 비싼 식재료를 좋아해요. 개별 항목들끼리 비교하면 별로 차이 안나는거 같은데, 모든 것을 중상- 상 의 퀄리티로 사요.
버터사면 프랑스 버터. 우유는 무조건 오가닉. 계란은 케이지 프리. 고기도 케이지 프리.. 뭐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다 배달 시켜요. 물건들도 다이소에서 살법한 짜잘한 편의용품 사서 안쓰고 버리고, 핫딜 올라오는거 계속 모니터링 하다가 필요한 이유를 만들어서 사요. 이런걸 계속 보니깐 쇼핑을 불필요하게 하게 된다고 하니깐 , 인정하면서도 자기도 예산 생각해서 쓴다며 화내요. 돈 아끼자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둘 다 예민해져서 무조건 싸우게 되어요. 그래서 이제는 포기했어요. 뭐 저런 것들이 저한테 효용이 있으면 좀 좋겠는데, 제가 먹거나 사용하는 것들은 거의 없어요. 설거지빨래청소용 소모품 제외하고는...
그래서 가끔 현타가 왔어요. 나는 미국온지 오래되어도 옷 도 한 벌 안샀는데, 먹는것도 맘대로 먹은 적 없는데, 저렇게 살 수 있어서 좋겠다. 이랬다가 생각 고쳐먹기를, '나때문에 타지와서 얼마나 힘들겠냐, 그리고 집안에 서플라이를 책임지는 일인데,, 내가 담당할거 아니면 잔소리 하지 말자'. 라며 맘을 다잡았어요. 그러다가도, 전에없이 낮아진 삶의 질 때문에 너무 속상해서, 결혼 후회도 정말 많이 했어요. 워라벨을 즐기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울컥하고 우울해지고, 결혼해서 온 것을 정말 많이 후회했어요. 꿈꿨던 동반 성장도 없고, 문화생활도 없이 무의미한 소비만으로 신혼 생활이 채워지는거 같았어요.
그럼 아버지가 주신 돈 쓰면 되지 않냐. --> 야금야금 썼죠. 근데 나이가 30이 넘은 지라. 맘 놓고 쓸 수 없었어요. 최대한 최대한 아끼는게 도리라 생각했어요. 요즘 박사 졸업하고 직업 잡는 것도 오래걸리고, 직업을 가지더라도 돈벌이는 헛웃음만 나잖아요. 그리고 아기도 생각한다면 미래를 위해 아끼는게 맞다고 생각했고 모았어요. 사실 둘만 살 때는, 보내주신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산다고 생각했어요.
아기가 생기니 소비는 정말 폭발 하더라구요. 스튜디오에서는 키울 수 없다고 해서 원베드로 갔고.. 아기 용품 정말 살거 많죠.. 네 역시 조금씩 좋은거 사다보니 지출 많았어요. 중고 알아보다가 맘에 안든다며 혼났구요. 장난감 저렴한것도 얻을 기회 많았는데, 가구랑 안어울리고 발달에 안좋다는 이유로, 원목으로 맞추고.. 뭐 그랬어요. 자기는 아기를 자기처럼 가난하고 구질구질하게 키우지 않을 거라면서 옷도 한국 엄마들한테서 유행하는 유럽 직구 사이트 돌아다니며 사는데, 꼬까옷이라 정말 이쁘고 입혀놓으니 넘 좋긴 한데, 제 속 한 쪽은 조금 쓰리기도 하더라구요. 이게 어떤 맘이냐면, 분에 안맞는 소비고 부모님 돈에 기댄 소비인데, 아기 위한 일이니 딴지 걸기 어렵고, 차라리 내가 돈을 잘 버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혐오로 흘러요 ㅎ 진짜 원죄는 내 박사과정이고, 아니면 결혼이었던거 같아요. 요즘은 와이프 육아 스트레스가 너무 힘들다해서 도우미 불러요.. 잘 치워주시고 애랑도 잘 놀아줘요. 한국도 보니 도우미 많이 쓰더라구요. 아 40분에 100불 하는 아기들 보내는 체육관도 보내기 시작했어요. 이것도 한국에선 다들 많이 하던데요? 근데 저는 돈 못벌잖아요. 그 사람들은 맞벌이거나, 남자가 잘벌잖아요. 저는 박사과정이고.
원하는 소비를 하려면 벌 방법을 고민하는게 먼저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끼거나, 더 벌어야죠. 근데, 아버지가 보내주시는 돈이 언제나 통장에 있으니,
언제든지 쓸 돈이라는 생각을 쉽게 하게 되는거 같아요. 그리고 둘의 경제적 능력을 보았을 때 우리가 살아야 할 생활 수준의 선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야기 해보니 와이프는 돈이 있는데 왜 힘들고 불행하게 사냐 라는 생각이 조금 있더라구요. 굳이 왜 불편해 해야하냐는... 이 생각은 워낙 강력해서, 모든 소비를 정당화 하고, 이왕이면 다홍치마식의 소비를 하게 만들어요. 저는 유복하게 자랐는데도, 소비를 덜 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찾는 편이라 와이프와 이 점에서 의견이 정말 많이 충돌했어요...
지금은 저는, 꿈이었던 교수 포기했어요. 포닥을 해야 하는데 포닥 월급 가지고 몇 년을 살 자신이 없어요. 그냥 회사 들어가서 얼마를 벌든 지금보다는 많을테니 수입을 만들어서 경제적인 독립을 해야겠어요. 그래야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도 덜고, 경제적으로 홀로 서야 하는 상황에 저희를 밀어 넣어서 소비를 다잡을 수 있을거 같아요. 다만 그런 미래가 너무 재미없고, 희망도 없고, 제가 그리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살기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