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만든 휴가를 마치고 오피스로 돌아오니 일이 손에 잡히질 않네요.
컴퓨터에 앉아 이것저것 평소에 바빠서 못 읽은 것들을 읽어 보고 싶었고,
그렇게 고우해커스에 오랜만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습니다.
석박사생생일기 들어와서 다른 분들 사는 이야기, 유학 이야기도 좀 읽어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처음 여기에 글을 올린 것이 미국에 갓 도착했던 2015년 5월, 시간이 꽤나 흘렀습니다.
시작할 때엔 정말로 무모하게 두려움 없이 시작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그 두려움을 알았더라면 과연 이 길을 왔을까, 이런 생각입니다.
5년 남짓 하는 시간 동안 저도 모르게 박사과정 준비와 공부와 시험을 통해 성장한 듯 합니다.
GRE점수가 잘 나오질 않아서 무리해서 비행기를 탔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 너무 심해서 병원 신세도 졌고,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식당일도 해 보고, 그러다 겨우 합격증을 받았네요.
힘들게 이사를 하고 영어로 고민도 하고 새로 친구들도 만나고,
장학금을 따 내느라 몇 날 몇 일 잠을 못 자고 고민하고,
그리고 결혼도 하고, 일을 해서 돈도 벌어 보고, 제 소유로 거래도 해 보고, 시험도 또 보고..
해커스와 함께 한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세상을 좀 배우면서부터 해커스에조차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듯해요.
박사과정 5년 째에 접어 들었습니다. 내 윗 선배가 6년 차 말에 박사를 딴 것을 보면서,
아직 지칠 때가 아니라고, 아주 늦은 것도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논문에다 쏟아 봅니다.
처음에는 박사과정이 아주 소모적이라고만 믿었어요.
하지만, 지금 나이를 더 먹고 보니 아주 낭비만은 아닌 듯 합니다.
기다리고 배우고 자신을 다독이는 그 힘든 시간 속에서 삶의 방식을 배워 나간 것 같습니다.
저는 박사 공부를 하는 그 과정 안에서 저만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듯해요.
앞으로 제가 뭐가 될 지는 저도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죠.
그래도 전 박사과정을 지나치고 있는 제 삶이 마음에 듭니다. 이 길을 오지 않았더라면 못 배웠을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처음 시작은 지적인 성장을 갈구하는 마음이었는데, 지금 보면 오히려
제 지적 성장은 그다지 괄목할 만한 것이 못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감성과 감정, 인정, 성정 등은
훨씬 자라난 듯해서 참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큰 틀 안에서 보면 아주 나쁜 것도 아주 좋은 것도 없는 법이니까요.
그냥 좋은 쪽만 많이 바라 보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즐겁게 읽었던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를 지은 잭 켄필드가 한 말이
너무 마음에 위로가 되더라구요. '어떻게'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모처럼만에 제 마음을 쏟아 보고 갑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저 역시 변화무쌍한 삶에 조금씩 지쳐 가고
울렁거리는 속을 간신히 주무르며 마음 다잡아가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래도 이것이 삶이니까요. 그래서 그냥 살아가려구요. 좋은 거려니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