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일기(교환학생 생활을 마치며) #211 안녕 내사랑들.
수스키 | 2015.06.29 | 조회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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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스키입니다.

제가 지금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계속 쓰고 있지만,
사실은 지금 모든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어요

너무 힘든 상태에서 계속 행복한 일기만 쓰려니 좀 힘들어
이렇게 좀 묵직한 글 좀 씁니다.



저의 마지막 교환학생 폴란드 일기.

잠시 쉬어가는 의미에서 글한번 쓰겠습니다.



 




나는 돌아가는 비행기를 취소했다.

아직까지 확정된 게 없어서 지금 여기다 어떻게 따로 쓸 수가 없다.




다만 내가 길을 잃어서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말은 꼭 하고 싶다.
 
 









 

이제 모든 교환학생들이 한 명씩 집으로 돌아간다.


늘 유럽피안 아이들과 어울렸던 나는, 늘 마지막에 . "인생에 한 번쯤은 다시 꼭 만나자."

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제 다시 모든 아이들과 함께 만나는 날은 없을 건 모두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슬프고 어렵다.
 






 
 








정말 이때까지 정신 없이 달려왔다. 이번 학기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이 여유가 너무 낯설고 어떻게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 10개월은 정말 꿈 같고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지금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마지막에 혼자 남게 되는 것. 모든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마지막에 제일 아끼는 키아라를 7월 25일 날 떠나 보내면, 정말 혼자이다. 너무 두렵다.


정말로. 특히 나 한국 사람의 '정'이란게 이렇게 크고 무서운 건 줄 진짜 몰랐다.
 
 







 


내가 보기엔 가장 먼저 폴란드를 떠났던 친구들이 정말 복 받은 것 같다.


모든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그리고 훈훈하게 뒤돌아 떠날 수 있어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매일 매일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매일 눈을 뜨면 빨리 학교를 가서 아이들과 수다를 떨고 매일 밤을 같이 맥주 한잔 하면서


보냈던 소소한 일상이 너무 그립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친구들. 친구들은 늘 나에게 넌 half European 이라고 말한다


이제 넌 한국 돌아가면 퍼킹루드한 한국인이라고 너 친구들이 다 널 떠날 거라며,


그러고 자연스럽게 유럽에 돌아올 거라고. 사실 모든 친구들이


내가 다시 유럽에 돌아와서 일을 구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게 정말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그걸 말하긴 싫어 늘 거짓말을 하지만.
 








 



남은 일주일 정말 잘 보내고 싶다.

 
 
 
지금 내 나이또래의 유럽아이들과 나는 가장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내고 있다.


23-25살. 미래를 이제 정말 계획하고 개척해야 할 시기.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바로 사회인으로 진출하기 직전의 시기.

나만 힘들다 생각하지 말길. 흐린 미래에 모두가 다 괴롭고 어렵고 힘들다.

 



 




 


 
 
사실 유럽은 한국보다 더 치열하고 힘들다.

유럽의 경제위기는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많이 심각하다.

취업은 전세계적으로 어려운 것.













내가 유럽에서 배운 것 중에 하나가 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자.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주입식 교육에 제대로 찌든 나는. 내 생각이 없었다.


무엇을 봐도 어떤 걸 경험해도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과 얘기하면서


늘 내 자신에 대한 부족함이 가장 부끄러웠다.


앞으로 더 발전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나름 주제를 바꾸자면, 유럽애들은 햇살을 정말 사랑한다.


내가 막 "너 좀 탓다?" 이렇게 말하면 좋아 죽는다.


하루빨리 더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나는 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서양인들보다 아시아인들이 훨씬 더 빨리 타기 때문에

내가 크로아티아를 갔다온 이후로 애들이 얼마나 칭찬을 하는지 모른다.


초콜릿 수라나 뭐래나. 너무 까매졌다고 귀엽다고 색깔이 너무 예쁘다며..........
 
 
 








특히 유럽 아이들은 내 코를 사랑한다.

코가 너무 조그맣고 귀엽다며 맨날 버튼 처럼 누른다.


이러다 내 코 소리 소문 없이 없어질 것 같다. 나중에 구멍만 남을 듯.


나는 높은 코가 너무 부러운데, 유럽에서는 높은 코나 큰 코는 못생김의 상징이라고.

코 예쁘단 소리는 여기 와서 처음 듣는다.
  
   






 




 

여행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유럽아이들의 여행과 아시아인들의 여행은 천지 차이다.

내가 내 친구들의 유럽 여행 계획표를 유럽애들한테 보여주면 정말 자지러진다.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base 에서.


어떻게 이렇게 여행을 하냐며.



생각해보면, 이 아이들은 유럽에서 산다. 마음만 먹으면 오늘 에펠탑 콜로세움 바로 보러 갈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아이들은 한 도시에 오래, 모든 걸 다 기억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

적어도 기본 4-5일은 머물러 거리를 거닐며 그 분위기와 느낌을 즐긴다.


다만 우리는... 정말 인생에 한 두 번 유럽을 갈까 말까. 일단 가면 다 봐야 한다.


기를 쓰고 두발을 움직여야한다. 우리도 여기 오기 쉬우면 편히 다니지만,

돈도 돈이고 시간도 시간이고. 바쁘다 바뻐.
 
 





 
 

처음에 유럽 오기 전 유럽에 물 먹지 마라 석회질 몸에 쌓이면 막 돌돌 말아져 돌이 된다나 뭐래나...

그래서 무조건 물 사먹고 그랬는데..... 지금 그냐 화장실에 페트병 들고 가서 물 받아 마신다.


유럽애들 뭐 다 마시는 구먼. 절대 안 죽음.


그냥 유럽 오면 수돗물 마셔도 됨. 특히 이탈리아 수돗물 짱 맛있당.

 

 

 

마지막은 훈훈하게


하지만 세상살이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밀라노에서 바르샤바로 돌아올 때 비행기에서 처음으로 흑인 스튜어디스를 보았다.


그냥 너무 신기해서 유심히 봤는데, 나중에 집갈때 같은 기차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골목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서로 신기해서 우리 비행기에서 만나지 않았냐고 서로 통성명을 하는데,

베티는 바로 내 기숙사 앞에 살고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베티는 나에게

페이스북 아이디를 물어보았다.
 






매주 주말마다 우리가 발리볼을 하는데 너도 같이 하지 않겠냐고. 이웃이 되었으니 같이 연락하며 지내자고.


 



 

혼자 남겨질 나에게 새로운 친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인 듯.
 
 
 

 




 

아마 내 유럽의 마지막은 내가 제일 친했던 키아라 마리아 마리 프란체스카

루크레찌아 조반나 파벨을 모두 다 만나고 돌아가는 여행이지 않을까 싶다.
  

정말 그 누구보다 너네를 아꼈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며.


 
 
내 파란 눈의 아이들. 늘 잘 지내고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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