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네덜란드 특파원 만피입니다.
오늘은 제가 사는 헤이그에서 있었던 행사를 하나 소개할까 해요.
한국인에게 헤이그하면 생각나는 것, 바로 헤이그 특사 아닐까요?
1907년 고종이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하여 을사조약 체결이 한국 황제의 뜻에 반하여 일본의 강압에 의한 것임을 폭로하고 이를 파기하려 시도하였습니다. 일제의 방해로 인해 뜻을 못 이룬 이준 열사께서 울분한 나머지 헤이그에서 결국 운명을 달리 하셨는데 이 사건을 가리켜 헤이그 특사 파견 사건이라고 합니다.
*이런 연유로 헤이그에는 이준 열사 기념관이 있습니다.
1900년대 초반부터 만국평화회의가 열리기도 했던 헤이그에서는 아직도 많은 국제기관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헤이그 시청에서는 헤이그를 ‘International City of Peace and Justice’로 소개하고 있는데요, 제 주변의 많은 네덜란드 친구들은 그닥 공감하진 않더라고요 ㅎㅎ
아무튼 지난 9월 18일은 헤이그의 인터네셔널 데이였습니다. 이 인터네셔널 데이에 헤이그에 소재해 있는 국제기관들이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국제기관의 내부 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우선 헤이그에 어떤 국제기관이 있는지 브로셔의 관련 지도를 보실까요??
그림으로 보듯 요렇게 많은 국제기관들이 있고 또 실제로 가이드까지 받으면서 내부를 구경할 수 있지만! 가이드 투어는 선착순으로 받았기 때문에 신청을 못한 전 월드 포럼에서 개최한 인터네셔널 마켓에 가 봤습니다.
인터네셔널 마켓이라고 해서 뭔가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일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고요 ㅎㅎ 헤이그에 소재한 많은 국제기관들, NGO들, 그리고 여러 국가의 대사관에서 자신의 부스를 차리고 각 기관들에 대해 홍보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행사장 앞에서는 평화 감자 튀김(Peace Fries)라고 해서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인 감자튀김을 공짜로 나눠줬는데, 주말에 집 밖으로 나간 보람이 있더라고요 ㅎㅎ
위에서 소개했든 헤이그에는 많은 국제 기관이 있는데요, 그 중에 몇 개 기관을 간단히 소개해 볼게요.
유럽연합사법협력기구(유럽 사법 기구)라고 불리는 이 유로저스트는 유럽연합 27개 국이 가입되어 있고 각 국가에서 파견된 검찰관, 판사, 경찰관 등의 22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목적은 국경을 넘은 조직 범죄의 수사와 유럽 연합 내 범죄율 하락입니다 ㅎㅎ
Europol
유럽 형사 경찰 기구 또는 유로폴은 인터폴의 축소형태로 유럽 연합 내의 국제 범죄에 대해 다루는 기관입니다. 유럽 사법 기구와는 조금 다른 점은 이 유로폴은 유럽 연합 기구의 하부 조직으로 본부가 헤이그에 있다는 것입니다.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
국제 사법 재판소라고 불리는 이 기관은 국제연합(UN)의 창설과 함께 설립된 국제연합 산하의 사법기관이에요. 이 기관은 국가 간의 분쟁에 대해서 국제법을 근거로 판결을 내리는 데요, 강제적인 관할권은 없어서 한 쪽 국가의 청구(고소와 비슷한 개념)만으로는 재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요. 하지만 일단 재판이 시작되고 판결이 나온 후에는 구속력을 가져 재판 당사국이 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국제연합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권고를 하거나 판결의 집행에 필요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하네요. 전문 지식으로 들어가려니 어려워서 설명은 여기까지만.. ㅎㅎ
국제범죄를 범한 개인을 심리,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 역시 헤이그에 있습니다. ICJ와 다른 점은 국가 간의 분쟁이 아닌 범죄를 범한 개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국제범죄란 주로 집단살해죄,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말하는데요, 이 기관이 발족하게 된 계기도 1990년대의 르완다, 보스니아 인종학살사태라고 하네요.
이러한 국제범죄는 개별국가가 처벌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 국제형사재판소의 독립검사가 기소를 할 경우 해당 국가의 관할권을 넘어서 처벌을 할 수 있습니다.
소개를 하다 보니 사법, 범죄 관련 기관에 대해서만 소개해 드렸네요 ㅎㅎ 다른 기관들도 꽤 있지만 이러한 국제 재판소 등이 헤이그에 소재해 있다 보니 전세계의 많은 법학도가 국제법을 공부하기 위해 헤이그로 모인다고 하네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이어서 전 단지 여왕이 사는 도시 치고 참 조용한 동네구나 했는데, 이런 엄청난 기관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ㅎㅎ
만약 이 시기에 네덜란드에 오실 일이 있다면 오신 김에 국제 기구의 가이드 투어를 받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것 같네요.
지금까지 네덜란드 특파원 만피였습니다!
*기관들의 사진은 헤이그 인터네셔널 데이 공식 브로셔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