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사스 새똥이야기
우물 | 2010.06.04 | 조회 3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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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물입니다.

 

오랜만이네요^^;

사실 지난 주부터 여름학기가 시작됐거든요.

제가 다니는 학교는 좀 작은 규모의 대학원이라 한국 학생이 저 하나랍니다.

다른 한국학생이 있긴 한데 미국인이랑 결혼한 미국국적이에요.

가뜩이나 모자란 영어 실력에 좀 긴장해야 하는 터라 조금 바빴습니다.

 

한동안은 글을 못 올리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설거지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보니 아내가 화들짝 책상에서 일어나 나가버리더라구요.

왜그러지? 하고 책상에 앉아보니

이런..해커스 홈페이지가 열려있는게 아니겠습니까?ㅋㅋㅋ

흡..아내가 제 글의 왕팬이었다니ㅠ.ㅠ

요즘은 글 안올려? 라고 넌지시 몇번 물어봤었는데..

그런 의미였다니..(감동)

 

아내의 응원과 무언의 압박에 힘입어 부지런히 글을 올리려구요.ㅋ

 

오늘의 제목은 캔사스 새똥이야기입니다.

사실 요즘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문화적인 차이일 수도 있겠구요.

 

바로 이것입니다.

 

아름다운 새죠.

저 둥지 안에는 귀여운 새끼 새도 두마리가 있답니다.

문제는 이 새가 바로 제 주차장 위에 자리를 잡았다는 겁니다.

 

 

 

사진에서도 얼핏 보이지만 저 새들이 제 차를 화장실로 알더군요.

하얀색이라 그런가.

 

뭐. 처음엔 괜찮았습니다.

어차피 같이 사는 세상 아니겠니..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마치 법정스님이라도 된 듯이 새들을 용서했죠.

 

한편으론 니들이 사는 세상에 우리 인간들이 아파트를 지었으니

사실 우리가 미안한 거다. 뭐 이런 아름다운 마음으로요.

 

 

월마트에 가서 새똥치우는 왁스를 사왔습니다.

타르 자국까지 제거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놈입니다.

냅킨 몇장 가져다가 슥슥 새똥을 치우고 나니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네요.

 

그런데 집에 들어가서 잠시 쉬고 나와보니 그 사이에 또 일을 저질러놨네요.

 

 

그....래..그..래..

많이 먹고 쑥숙 자라야지..

그냥 아기 키운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애기들 기저귀 하루에 5번도 더 갈아준다잖아?

정성스레 똥을 닦아냈습니다.

 

아내를 데리고 집에 도착한 후 새들을 향해 조용히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하루에 한번씩 몰아서 싸면 안될까? 나 없을 때?"

 

다음 날 아침

마치 제가 어젯밤 한 이야기가 자기들의 사생활을 간섭한 것마냥

제 차 위에 화풀이를 해놓았더군요. 그것도 엄청난 양으로..

 

저도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나 많이 싸놨는지

도저히 왁스로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세차장에 들러 열심히 새차를 했습니다.

아..뇌속까지 맑아지는 이 느낌..

역시..나에게 청소란? 강호동에게 고기??

 

막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며 집으로 갔죠.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새들이 이뻐보이더군요.

조용히 미소로 타일렀습니다.

"내일은 조금만 싸~ 알겠지?"

 

다음 날 아침..기쁜 마음으로 주차장으로 가보니..

아예 들이부었네요.

여기저기 흘러내린 자국까지 보입니다.

속이 안 좋은지 설사를 하나 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갑자기 양이 는거야?

하는 의아한 마음으로 둥지를 살펴보니..

알이 부화했네요.

새끼들이 보입니다.

 

네이놈을 검색해보니 새끼들은 설사를 많이 한다네요.

그래도 그렇지. 둥지 안에다 쌀 것이지 왜 둥지 밖에다 사놓고 지x이야!!

욕이 나옵니다.

법정스님..안녕..

 

이제는 그냥 건강하게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똥만이라도 싸놓았으면 좋겠어요.

왁스를 뿌리고 한번에 싹 닦아내면 되거든요

설사는 치우기가 너무 힘들어요.

여기저기 설사가 흘러내린 자국에 내 땀과 눈물도 함께 흐릅니다.

 

슬슬 똥 치우기가 귀찮아지기 시작하면서 그냥 그러려니 내비두게 됩니다.

그래 그냥 싸라 싸~

그냥 악세사리라고 하지 뭐..

 

한 일주일이 지나자 어느덧 차 뒷유리를 덮어버리네요.

참 신기하게 한 곳에 몰아싸지 않고 여기저기 골고루 싸놓았습니다.

 

슬슬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는 저를 보고 웃거나 혹은 이상한 시선을 보냅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관리사무실로 찾아갔죠.

어떻게 좀 방법이 없겠냐?

딱 한 마디로 잘라 말하더군요.

 

"It's nature"

 

그러면서 코리안이냐고 묻거니 메이저리거 류제국을 아냐고 그러더군요.

안다고 그랬더니 한번은 그가 장난삼아 새한테 공을 던져서 맞췄는데

그 일로 큰 징계를 받았었다고 하더군요.

여기서는 저렇게 새가 살고 있는 둥지도 함부로 건드리면 경찰을 부른다네요.

 

아..한국에선 초딩애들이 지나가던 고양이도 장난삼아 잡아죽이고 그러던데..

물론 뉴스에 나온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아내도 비슷한 일이 있었답니다.

아는 친구집에서 아이들을 대신 봐주고 있었는데

집에 거미가 들어왔데요.

아내는 무심코 휴지를 갖다가 거미를 눌러 죽이고 휴지통에 버렸더니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It's nature!!" 라며 놀라더라는 거에요.

 

아니..그럼

집에 들어온 거미를 살려두라고?

아예 이름도 지어주지? 마이클? 톰?

미국 부모들은 그런 경우 거미를 잘 유도해서 집 밖으로 내보내준다네요.

 

참고로 거미한테 물리면요 

그 부위가 한 이틀간은 빨개집니다.

그리고 2~3일이 지나면 점점 그 부위가 딱딱해져요.

그리고 가렵기 시작합니다.

가려워서 긁다보면 껍데기가 벗겨지구요.

벗겨진 부위가 다시 빨개집니다. 

그렇게 한달간 반복하면 낫더라구요.

 

이런 거미를 살려두라고??

아니 그러면 월마트에서 거미 죽이는 약은 왜 팔아?

좀 아이러니하긴 했지만 아무튼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기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골에 속하는 캔사스 뿐 아니라

동부나 서부의 도심 지역에서도 지나가다보면 노루나 토끼 같은 것들 많이 본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연과 나름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애요.

 

하지만 아쉽게도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상당히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지나가다 보니 길가에 죽어있는 동물들만 전문적으로 치우는 직원도 있더라구요.

경찰인줄 알고 깜짝 놀라서 속도를 줄였더니 동물 시체를 줍고 있었습니다.

 

뭐 이것도 선진의식이라면 선진의식일까요?

아무튼 혹여라도 미국에 오실 분들,

여기와서 동물들 함부로 건드리면 큰일난데요^^;;

 

다음 시간에 무빙 세일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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