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의 사우스뱅크.
시티캣.
시티캣은 배마다 이름이 있는데 그 이름이 애보리진어라고 하네요.
주변에 초지가 있다면 길에서 도마뱀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지요.
제가 도착했을 때 시티에서 네스카페가 판촉행사를 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일주일간은 커피를 마시러 갔다는..
이번에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느린" 호주인들의 생활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처음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려고 갔을 때 그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지요. 우선 은행에 가면 은행 입구에 직원이 하나 있어서 그 친구가 무엇을 하러 왔냐고 묻습니다. 계좌를 개설하려고 왔다고 하면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그러다 보면 다른 직원이 와서 자기 자리로 데려가서 계좌 개설을 시작하게 되지요. 신분증 제시하고 신청서를 쓰게 되고.. ANZ에는 한국어 안내문이 있어서 그나마 쉽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바로 현금카드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대신 거주지로 1주일 이내에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바로 만들어준다면 서로가 편하고 경제적일텐데 이런 식으로 일을 합니다. 정해진 거주지가 없는 경우에는 우체국으로 보내달라고 한 다음 그 곳에서 수령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통장이 없고, 대신 거래내역서를 3개월에 한 번씩 집으로 우편으로 보내줍니다. 이 우편으로 보내진 거래내역서는 거주지 증명 대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아 유용하지요.
한국 사이트는 거리도 있기 때문에 느린 것은 당연하지만, 고속망이 전국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덕분에 사이트에 그래픽이 많은 지라 인터넷이 느린 호주에서 네이버 메인 로딩하려면 수십 초 기다려야 하기도 합니다. 핸드폰 개통도 까다롭기 그지 없지요. 프리페이드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판매하는 가게에서 직접 개통을 해주어도 좋을텐데 꼭 사간 사람을 번거롭게 만듭니다.
호주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상황 중의 하나는 담당 직원의 부재시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는 점이지요. 호주에서 만난 친구 하나는 은행에서 카드를 받아야 하는데 담당 직원이 휴가를 가서 돌아올 때까지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부재시 업무 인수인계를 해야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그 곳에서는 시일을 다투는 급한 일이 아니라면 개인의 업무 영역은 철저히 지킨다고 합니다.
핸드폰이 고장나서 수리를 하러 갔던 친구는 일주일 넘게 걸려도 소식이 없다고도 하고,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인터넷 사이트에 문의를 해도 답변은 우리 나라처럼 금방 받을 수 없습니다. 길 가다가 공사장을 보아도 몇 달 동안 그대로인 듯하고, 학교 등록 절차같은 것에서도 일처리가 느린 것을 알 수가 있지요. 이런 것보다는 인터넷 신청과 같은 일상 생활 속에서의 서비스가 더욱 느리다고 하는군요.
버스를 탈 때는 기사에게 표를 구입하게 되는데, 기사가 일일이 잔돈을 거슬러주고 표를 발급해 줍니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고, 정해진 시각보다 지연이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이 많은 정류장에서는 교통국 직원이 나와서 표를 미리 판매하기도 하지만,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이 타고 자리를 잡고 나서 출발한다든지(개중에 아닌 기사도 있지만..), 벨을 누르고 정차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리는 것은 부럽더군요.
그렇지만 이러한 느긋한 생활에 익숙해진 이 사람들은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오히려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들이 이상해 보이겠지요. 처음에는 답답하다가도 나중에는 매료되는 것이 이 호주인들의 느긋함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