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구촌 특파원 8기 고슴도이치입니다.
흔히 '유럽으로 교환학생 가면 여행 많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제가 실제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느낀 건, 유럽 교환학생이라고 모두가 유럽 여행을 많이 하고 가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기 중에 얼마나 많은 수업을 듣는가, 그 수업들의 과제는 또 얼마나 많은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것이 여행량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는데요.
오늘은 여러분께 완전히 다른 성향의 두 명의 한 학기 학업량과 성향에 따른 서로 다른 여행 방식을 보여드리며
유럽 교환학생으로서 생각하는 ‘학기 중 여행 계획 세우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울러 다른 교환학생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강의를 듣는 제가
또 그들과 비슷하게 여행을 열심히 다닐 수 있었던 비법 아닌 비법을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
물론 여행은 개인의 취향을 많이 타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는 게 절대 정답이라곤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아, 이렇게도 여행할 수 있구나~ 누군가는 이렇게 여행해서 잘 돌아다녔구나'
생각하시는 정도로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오늘의 칼럼 시작합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명의 여행 스타일로 알아보는 유럽 교환학생의 여행 방법
[ INFP - 친구의 경우 ]
1. 학업량
1) 강의 3개 수강: 온라인 2개, 오프라인 1개
2) 과제 거의 없음
2. 여행 계획 방식
1) 한국에서 추천 받은 관광지를 중심으로 국가 및 도시 선정
2) 몇 박을 할 지 정함
3) 숙소 및 교통수단 IN & OUT 할 것만 예약
* 구체적인 계획은 유동적으로, 매번 하루 전 날 세움
3. 핵심 고려 사항 &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1) 여유로운 이동
2) 맛있는 음식
3) 필수 관광지 방문
4) 좋은 뷰
5) 날씨
4. 마인드셋
● 못 본 곳이 있을 시 '아쉽네, 다음에 또 오자~' 생각함.
● 너무 욕심내서 많은 걸 보려고 하면 금방 지쳐버린다. 그럼 여행이 즐겁지 않아지기 때문에, 웬만하면 여유롭게 여행하는 걸 선호함.
5. 기타
● 맛집이나 카페 등은 네이버 블로그 후기에서 정보를 얻는 편
[ ESTJ - 나의 경우 ]
1. 학업량
1) 강의 6개 수강: 모두 오프라인
2) 거의 모든 수업에서 매 시간 과제가 나옴
2. 여행 계획 방식
1)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도시를 중점적으로 고려
2) 독일에서 OUT하는 비행기 가격을 보고 너무 비싼 도시는 제외
3) 여행 가능한 최대 일 수 고려해서 도시 확정
4) 숙소 및 교통편 예약: 웬만하면 하나 예약할 때 모든 곳 예약
3. 핵심 고려 사항 &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1) 이동 동선의 효율성
2) 맛있는 음식
3) 거리의 분위기
4) 예술: 미술관, 콘서트 등
5) 날씨
체코 프라하에서 간 재즈 카페: Jazz Republic
체코 프라하에서 본 오케스트라 공연 at Cathedral of St. Clement
오스트리아 빈의 최대 규모 & 대표 오페라 하우스인 Wiener Staatoper에서
당일 입석 표를 구해 관람한 오페라 'Don Giovanni(돈 조반니)'
4. 마인드셋
● 돈 들여서 여행을 왔으니, 좀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하고 가야 한다는 생각.
5. 기타
● 구글맵이 여행의 주 동반자.
● 항상 유용하게 활용하는 필터 활용법 예시(영어 버전 구글맵):
유명한 식당 중 현재 연 식당을 찾는 경우 필터링 조건을 'restaurant' 선택 → 'top rated' 선택 → 'open now' 선택
20학점 넘게 들으면서 여행까지, 학교 생활과 유럽 여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
1. 여행 중 이동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버스나 기차 안에서 과제하기
나는 현재 한국 학점으로 환산했을 때 20학점 넘게 수강하는 교환 학기를 보내고 있다. 심지어 듣고 있는 과목 6개 모두 과제가 거의 매 시간 있으면서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요구하는 수업 방식인 Seminar 수업이라 매일 과제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ㅎㅎ
그러나 유럽까지 왔는데 가만히 앉아서 학교 수업을 듣고 과제만 하는 나날들만 보낼 수는 없는 법. 유럽 교환학생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비행기가 아닌 기차나 버스로도 얼마든지 국경을 넘나들며 다른 국가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이기에 이를 잘 활용하며(=과제를 하며) 효율적으로 이동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비행기에서는 와이파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데이터를 켜지도 못하므로 인터넷 이용을 반쯤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게 되면 이동 중 과제를 한 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아도 급할 경우 데이터를 켜서 과제 제출까지 완료할 수 있다.
위의 장점을 잘 살려 이동하면서 과제를 할 시, 예를 들어 내가 있는 튀빙엔(독일 남부)에서 베를린(독일 북부)까지 8시간이 걸리는 여정 중 집중을 잘 한다면 과제 하나 정도는 끝낼 수 있다. 물론 비행기로 이동한다고 해도, 작문 등은 비행기에서 하고 내려서 와이파이만 잡고 바로 제출하면 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 물론 이동 중 시간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과제 하나를 끝내기에 부족한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숙소에 돌아가서도 자기 직전까지 과제를 하곤 했다.
여행가는 길 기차 안...우측 하단에 보이는 내 노트북
또다른 여행 가는 길...우측 하단 창문에 비치는 내 노트북
여행 가는 길 3...좌측 하단에 보이는 노트북
이동 중에만 과제하는 게 아니랍니다...도미토리에서도 자기 전까지 과제 중
2. 무리한 계획은 피하기
나의 경우, 과제 등 할 일이 너무 많아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인데 이미 모든 예약을 끝내버려 곧 떠나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래서 대부분 여행가기 전날은 밤을 꼴딱 새고, 심한 경우 이틀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럼 그 다음 날은 괜찮다가도 그 다음 날 컨디션이 꽝이 될 때가 있었다. 이때 너무 무리해서 바쁘게 이동하면 컨디션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이후 일정(다음 날 일정 등)을 소화하기가 매우 괴롭다. 따라서 힘든 날은 방문하는 관광지의 수를 줄이거나 한 곳에서 머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 너무 바쁘게 여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즐거우려고 간 여행인데 컨디션이 안 좋다면, 오히려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얻고 전혀 즐겁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1. 숙소
● 에어비앤비부터 찾아본 뒤 좀 괜찮은 것 같다고 덥석 예약하는 짓은 하지 말기
항상 에어비앤비/호스텔/도미토리가 호텔보다 저렴한 것은 아니다. 2명이 함께 여행할 경우, 호텔 방 하나 빌리는 게 더 나은 경우도 꽤 많다는 사실을 나도 이번에 교환학생으로 여러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알았다. 따라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에어비앤비와 더불어 최소 하나의 호텔 예약 플랫폼(ex.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을 알아보는 걸 추천.
● 역세권인지, 도보로 어디까지 이동 가능한지 등 중심가에의 접근성을 고려하기
생각보다 숙소가 중심가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게 여행에 큰 도움이 된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도 편하고(중앙역이나 크고 작은 버스터미널 등이 보통 중심가에 몰려있기 때문), 맛집이나 유명 카페 등이 아무래도 중심가에 몰려 있으며 너무 외지지 않아 오히려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안전하기도 하다(물론 치안은 도시마다 아주 많이 다르니 별도로 알아볼 것). 따라서 숙소에서 도보로 중심가까지 갈 수 있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서 금방 중심가까지 갈 수 있는 숙소를 잡는 게 여행에 큰 플러스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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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음식
● 여행 간 도시/국가에서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리스트 만들기
주말과 공강을 이용해 학기 중에 여행을 한다면 생각보다 여행 일정이 빡빡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행지에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정해놓지 않으면 그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식사를 하거나 길거리에서 보이는 음식을 사먹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나중에 '아 그때 거기서 그걸 먹어봤어야 하는 건데' 이런 후회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여행지에서 유명한 음식 혹은 특정 지역에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미리 어느 날 어느 끼니에 먹을 지 정해둬야 체계적으로 '음식 도장깨기'를 할 수 있다.
● '빠져버린' 음식에 대해선 어느 정도 돈을 쓸 마음을 갖기
가끔 여행을 하다 보면 너무 꽂히는 음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맥주나 와인 등 술 종류에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과감히 시도해보고 싶은 술을 식사 때마다 곁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를 떠나면 먹을 수 없는 음식, 혹은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순 있지만 그 맛이 절대 나지 않는 음식은 충분히, 질릴 만큼 즐기고 오는 것이 남는 장사가 아닐까 싶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여행 가서 첫날 마신 맥주
너무 맛있어서 같은 회사 맥주 다른 맛으로 사서 그날 밤에 바로 다시 마심! ㅎㅎ
3. 교통
● 하루권, 이틀권, 삼일권, 일회권, 왕복권 등 다양한 종류의 대중교통 티켓이 있다. 본인이 그 도시에 얼마나 머무는지, 이동하는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버스/지하철을 총 몇 회 타야 하는지 등을 최대한 정확하게 계산해서 사는 걸 추천.
● 가끔 아주 큰, 혹은 활발한 관광 도시에는 대중교통 티켓을 살 때 'Zone'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Zone'이란 도시를 구획한 결과 생긴 범위를 일컫는 것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관광지가 모여 있는 zone의 티켓만 며칠권으로 구매한 뒤 나머지 관광지에 갈 때엔 일회권으로 해결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체코 프라하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는 기차 예매 화면:
ISIC(국제학생증)를 소지한 26세 이하의 학생 할인 - 50% 이상 해줬던 걸로 기억
이 티켓을 구매하는 과정에선 별도로 학생 증명을 할 필요가 없지만, 기차에 탄 이후 승무원이 티켓 검사를 할 때 ISIC를 보여줘야 함
오스트리아 빈에서 잘츠부르크로 이동하는 기차 예약 화면:
기본 운임은 44.90 유로, 하지만 DB BahnCard(독일 철도 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27.20유로로 구매 가능
오스트리아에서 독일 철도 카드가 할인 적용 대상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나,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돼있던 여러 조건을 잘 읽어봤더니 알아낼 수 있었음.
이처럼 의외의 조건에 본인이 해당할 수 있으니 항상 여행지에선 뭐든 잘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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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관광지
1) 온라인 티켓이 available 한지 확인
2) 학생 할인을 온라인 구매 시에도 적용해주는지 확인
3) 적용해준다면 온라인으로 그 자리에서 예약, 적용 안 해준다면 오프라인에 학생증 등 증빙자료 가져가서 티켓을 구매해야 함
* 대신 오프라인으로 표를 구매할 경우, 아주 긴 줄을 서야 할 수도 있으니 일찍 가거나(일명 '오픈런'을 하거나) 아예 마감 시간에 가는 게 나은 경우도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갔던 벨베데르 궁전의 가격표.
위의 세 종류 티켓 구매 시 현장 구매 가격보다 온라인 구매 가격이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
시간을 쪼개 틈틈이 여행에서 이동 중에도, 숙소에 돌아온 후에도 과제를 하는 것,
그리고 현명하게 정보를 수집해 최대한 여행을 즐기는 것이 제가 한국에서만큼 많은 과목을 수강하며 유럽 여행도 다닌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미래의 유럽 교환학생 분들과 그 외 유럽 여행을 구상 중이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궁금하신 점은 언제든 편히 댓글로 질문주세요~!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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