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bry den (안녕하세요) !
체코 프라하에 있는 지구촌특파원 8기 이서입니다.
프라하는 한국인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유럽 도시 중 하나라고 해요. 여러분은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혹은 여행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시 여기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음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입이 짧아서 많이 먹지 않는 대신에 늘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찾으려고 노력하거든요.
오늘은 저의 마지막 미션 칼럼인 체코/프라하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먹킷리스트에 관한 칼럼입니다. 프라하에 여행와서 꼭 먹어보아야 하는 체코 전통음식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고, 후식으로 먹으면 좋을 디저트 몇 가지를 보여 드릴게요.
1. 체코 전통음식
1) 꼴레뇨(Koleno)
먼저, 가장 유명한 체코음식 중 하나인 꼴레뇨를 소개해 드릴게요. 꼴레뇨는 '무릎'이라는 뜻으로 돼지의 무릎 부분을 통째로 구워낸 요리예요. 체코 맥주와 정말 잘 어울리는 안주죠. 우리나라의 족발이랑도 조금 비슷한데, 튀긴 족발이라고 하면 이해가 잘 되실까요? 프라하가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도시라 그런지 제가 방문한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직원 분들이 한국어를 하시기도 했는데 꼴레뇨를 주문하니 '족발?'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꼴레뇨는 크기가 꽤 크고 겨자소스와 양배추 샐러드와 같은 사이드 디쉬와 함께 준비되는 경우가 많아요. 일반적으로 두 명이 먹을 때는 양이 많아서 많이 남았기 때문에 3명이서 꼴레뇨 하나면 배부르게 드실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사이드 디쉬 하나를 더 주문한다면 4명이서 먹는 것도 가능해요.
꼴레뇨는 튀겨낸 껍질이 상당히 딱딱해요. 그래서 칼로 자르는 게 일이라 기운이 달리시는 분들은 가위를 달라고 하셔서 껍질을 잘라서 드시는 걸 추천드릴게요. 꼴레뇨는 바삭하고 쫀득한 껍질 부분이 제일 맛있어요. 안쪽은 정말 족발처럼 고기 부분과 콜라겐 부분이 섞여 있어서 쫄깃하면서도 담백하고 촉촉한 맛이에요. 저는 체코에 처음 왔을 때 꼴레뇨 맛에 반해서 한 달만에 세 번 정도 먹으러 갔었어요. 지금은 먹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요. 왜인지 그 이유가 궁금하세요?
사실은 제가 재작년부터 치아교정 중이었어서 교정기를 달고 체코에 왔거든요. 근데 어느 날 꼴레뇨 껍질을 맛있다고 와구와구 먹다가 브라켓 하나가 똑 떨어졌지 뭐예요... 치과의사 선생님이 딱딱한 거 절대 먹지 말라고 했거든요. 이래서 하지 말라는 건 하면 안됩니다.. 그래도 맨 끝부분이 떨어진 거라 큰 문제는 없이 냅둬도 된다고 해서 잘 살고 있는데 또 떨어질까봐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꼴레뇨를 맛보지 못했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치과에 갈 예정이라 그 전에 한 번 더 먹으러 가려고요! 교정기가 떨어져도 모를 맛입니다. 정말 맛있어요.
2) 스비치코바(Svickova)
스비치코바는 소고기 채끝 부위를 부드럽게 삶아서 채소 베이스의 크림 소스를 끼얹은 요리예요. 주로 새콤달콤한 붉은색 라즈베리 소스와 크네들리키라는 체코의 쫀득한 빵과 함께 나와요.
저는 체코에 4개월간 있으면서도 스비치코바를 오늘 처음 먹어봤어요. 저는 사실 빵을 별로 안 좋아해서 보통 소고기 두 조각에 빵 네 조각이 나오는 이 음식의 가성비를 의심했고 라즈베리같은 베리류나 단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여러분께 다양한 체코 요리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오늘 체코 레스토랑에 가서 맛보고 왔어요.
스비치코바는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맛있었어요. 소고기는 정말 부드러웠고 같이 나온 크림 소스나 크네들리키와도 정말 잘 어울렸어요. 크림은 연한 하이라이스 맛과 비슷했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불호없이 즐길 수 있는 맛 같아요. 빵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쫄깃한 크네들리키를 소스에 적셔 먹기에도 좋으실 거예요.
저기 나온 하얀 소스 밑에는 라즈베리와 레몬 조각이 감춰져 있었어요. 크림 소스와 라즈베리의 조합, 정말 상상이 안 가는 맛이었지만 잘 어울리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너무도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지는 조합이어서 여러분도 꼭 한 번 맛보시길 바랄게요.
3) 오리 다리 구이(Roasted Duck Leg)
체코 레스토랑에 가면 전통 체코요리 메뉴에서 늘 볼 수 있는 이름이에요. 구운 오리 다리를 통으로 먹는다니, 이 요리도 조금 생소해서 맛본 지 얼마 안 되었는데요. 그동안 왜 안 먹었을까 싶을 만큼 맛있는 식사였어요!
보통 이 요리는 구워낸 오리 다리와 함께 감자와 밀가루를 반죽한 Potato Dumpling과 붉은 양배추 절임이 함께 나와요. 이 레스토랑은 튀겨낸 양파도 같이 얹어 나오더라고요. 잘 구워진 오리 껍질은 정말 바삭했고 속은 담백하고 촉촉했어요. 완전 겉바속촉 그 자체.. 아까도 말했듯 저는 빵을 포함한 밀가루 음식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 Potato Dumpling은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오리에서 나온 따끈한 기름이 얹힌 새콤달콤한 붉은 양배추 절임과 오리고기가 정말 잘 어울렸어요. 정말 오리기름과 양배추 절임이 이 음식의 신의 한 수예요. 그리고 누가 오리 기름은 몸에 좋다고 그랬는데 사실인가요? 먹어본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프라하를 떠나기 전에 다시 먹고 싶은 요리 중 하나예요.
2. 디저트
1) 굴뚝빵(Trdelnik)
'뜨르들로'라고도 부르는 굴뚝빵은 체코에서 가장 유명하 디저트예요. 굴뚝 모양의 빵 안쪽에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채우고 계피가루를 뿌린 사과나 딸기 등의 과일이 얹혀 나와요. 조금 단 편이라 쉽게 물려서 두 분이서 나눠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은근히 배부르거든요.
저는 단 음식이나 빵을 선호하지 않아서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단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좋아하실만한 디저트예요. 체코에 올 상황은 안 되지만 먹고 싶은 분들은 한국에서도 맛보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체코 오기 전에 대전에서 굴뚝빵을 처음 먹어봤거든요. 여기 굴뚝빵과 다르게 크기가 팔뚝만하기는 했지만요.
2) 진저브레드
여러분, 제가 제과제빵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이 음식은 제가 늘 찬양하고 다니는 디저트예요. 오죽하면 내년에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오는 제 친구가 절 위해서 꼭 진저브레드는 챙겨 오겠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생강이나 계피 맛이 나서 호불호가 갈리긴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평소에 단 걸 좋아하지 않는 제가 먹었을 때는 정말 완벽한 쿠키였어요. 세상 모든 쿠키가 이렇게 달지 않고 맛있는 향에 귀엽기까지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쿠키다보니 잘 상하지도 않고 하나씩 간단히 꺼내 먹기도 좋아서 자주 먹었어요.
그리고 진저브레드 가게에서 귀여운 진저브레드가 그려진 머그컵도 팔아요. 머그컵+귀여운 진저브레드 조합이라니 진짜 안 살 수가 없잖아요... 근데 한국 돌아갈 때 캐리어 안에서 깨질까 봐 걱정돼서 고민 중이에요.
진저브레드 가게는 카프카 박물관 앞이나 구시가 광장 쪽 등 프라하 시내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니 한번쯤 맛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려요!
3) 젤라또
여러분, 제가 한국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잘 안 먹었는데요, 이 음식은 제가 늘 먹으러 다니는 디저트예요. 친구들 만나면 꼭 후식으로 먹으러 가요. 바로 젤라또예요.
젤라또 가게가 별로 없는 한국과는 다르게 프라하 시내 곳곳에는 젤라또 가게가 있어요. 유명한 가게는 Angelato인데 저는 그곳에는 안 가 봤고 Creme de le creme이라는 가게에 자주 갔어요. 커피, 칵테일, 과일 등 맛이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거든요. 날이 더울 땐 가게 안에서 먹어도 좋고, 한 손에 젤라또를 들고 프라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유럽 낭만을 즐기실 수도 있어요.
체코의 전통음식과 여러 디저트를 소개해 드렸는데, 이제는 다들 체코에 여행가면 후회 없이 드실 준비가 되셨겠죠?
그럼 다음 칼럼으로 또 찾아뵐게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