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도착해서
첫 1주일을 모텔에서 보내고,
나는 한 대학교의 기숙사로 가게된다.
그곳에 들어 갈 수 있었던건,
내가 앞으로 다닐 ESL학교가 그 대학교 부설이기때문.
그 대학교 이름은 Saint Mary's University.
내가 다닐 학교는 그 캠퍼스 내에있는 TESL centre 라는 곳이다.
(*캐나다에서 쓰이는 영어의 발음은 미국식에 가깝지만, 철자는 영국을 따라가기때문에
center 대신 centre 를 쓰고, color 대신 colour 를 쓰는 등 약간의 차이가 있다.
문화적으로도 여전히 영국여왕을 모심. 아놔 나 존나 친절함.)
난 일단 기숙사 건물 19층에있는 방을 배정받게되고,
내 태어나 첫 외국인 친구이자 룸메이트를 알게된다.
앞으로 한동안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될,
그 놈의 이름은 알렉스. 중국인이고 상하이에서 왔다.
나이는 그 당시 18살정도였나, 미성년자였고,
덩치는 나보다 훨씬 컷지만, 겁쟁이였다.
일단
이 아이 이야기를 잔깐 해볼까.
그 녀석은 어려서부터 상하이에서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다고 했다.
영어는 나보다 훨씬 잘 했고,
학교에서 반 배정을 위해 본 레벨테스트에서도
당연히 나보다 높은 레벨을 받았다.
처음 알게된 외국인 친구인데,
나름 잘 지내고 싶었지만,
서로 의사소통은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별 문제없이 잘 지내고있던 어느날...
그 별로 유쾌하지 못했던,
한 찝찝한 사건이 일어나게된다.
밤이었는지, 낮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난다.
나는 시차적응이 아직 안된상태라 피곤해서 침대에 찌그러져있었고,
자고있는거 같지만 자고있지는 않았다.
방안에서 알렉스가 움직이는 소리가 느껴진다.
화장실이라도 가는가...
별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는데,
그녀석 움직이는 소리가 멈추고..
어라..
근데, 이거 느낌이 묘한게,,
그 녀석의 발걸음소리가 들려오는 거리와 위치와 시간을 조합해서
계산해봤을때,
내 초능력이 맞다면,
그 놈은 지금 내 책상앞에 있다...
왜지?
나는 확인차 눈을 떳고,
아니나 다를까,
그 놈은 내 책상앞에 서서, 내 지갑을 손에 들고있었다.
아...
수많은 생각이 든다.
여기가 한국이었으면 그는 이미 척추가 뒤로 접혀있다.
내 별명, 청싸가 말해주듯. 나도 한 성깔 하는사람에
웬만하면 앞뒤안가리는 차가운 도시남자. 하지만 내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하지만 여긴 한국이 아니다.
문제 일으키면 바로 쫓겨나는수가있다.
하지만 저놈 분명히 잘못했다.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할까?
아..
짜증나..
아 그냥 쉽게 바디랭귀지(주먹)로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그놈을 때려주고싶은만큼,
난 내 자신을 때려주고싶기도했다.
왜냐면,
사실
그 상황에서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당황도 했겠다만, 어차피 그만한 영어실력이 있는거 같지도 않다.
멍청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렇다고 뚜드려 패기도 좀 그랬다.
캐나다 온지 며칠됐다고, 아직 이 동네 상황파악도 안됐는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주 뒤에, 사우디아라비아 놈이랑 주먹질하게된다)
문제가 생기면 나는 내 자신을 항변 할 영어 실력도 없었으니..
그 녀석은 "oh- sorry" 하고 아무렇지않은듯 자기자리로 갔을뿐이고,
멍청한 나는 그냥 멍하니 있었을 뿐이고,
그 사건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을 뿐이고..
저도 예전에 이랬듯이,
주위에보면 부족한 영어실력때문에 은근히 불이익을 당하는사람을 자주 접하게됩니다.
얼마전에도 한다리 건너 아는녀석이 폭행을 당하고 금품, 여권도 갈취당했는데
경찰에게 이야기를 할 영어가 안되서 혼자 끙끙 앓던것을,
제가 경찰서에 데려가서 신고를 도와준 기억이 나네요.
여러분은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불이익을 당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아마 룸메이트나 홈스테이 잘못만나서 고생해본 사람들은 꾀 있으실텐데요?
아래 사진은 Loyola Residence 19층 내방에서 창문밖을 찍은 사진입니다.
창문을 열 수가 없게 되어있기때문에 유리를 통해 찍느라 화질이 썩 좋지는 않지만,
앞에 숲, 강, 하늘, 집들이 나름 잘 어울립니다.
이 작은 도시에 큰 빌딩이 별로 없어서, 이 이십몇층짜리 기숙사건물이 핼리팩스에서는
몇개안되는 가장 큰 건물중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