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잠꾸러기입니다.
돌아오니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네요.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4주간 학교를 다니며 수업을 듣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시험 준비하는 짧은 방학 이후 기말 시험을 보고 11월 20일 즈음에 학기를 마치게 됩니다.
돌아오니 할 일은 잔뜩 쌓여있고 하기는 싫고..
전할 이야기는 많으나 무엇부터 해야할지도 고민이라 아주 난감하군요. 헤헤
이번 이야기는 예고대로 "시드니" 푸디놀이 이야기의 첫번째지요.
시드니 센트럴역입니다.
숙소를 역과 붙어있는 Railway YHA로 잡았지요.
언젠가부터 그의 여행에 계획이란 없다는 잠꾸러기이기 때문에
밤 11시가 넘어서 센트럴역에 도착한 후 두 세곳의 숙소를 찔러보았으나 자리가 없대서
이 곳이 좀 특이한 점도 있고 해서 한 번 묵어보고 싶기는 했는데
덕분에 YHA 회원도 가입을 하게 됩니다.
백패커를 위한 정보를 살짝 남기자면
YHA의 호스텔이 다른 Backpackers 호스텔보다 청결 및 시설에서 다소 우위인 편이지요.
YHA보다 더 좋은 시설을 갖춘 백팩도 여럿 있습니다만 가격이 YHA와 비슷하거나 비쌉니다.
일반적으로 YHA의 가격이 10~20%정도 비싼 편이기는 합니다만
비싼 만큼의 값어치는 하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YHA회원 가입을 하면 HI라고 해서 전세계의 YHA 호스텔에서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각 나라의 YHA마다 회원가입비는 다릅니다.
혜택은 같으나 한국의 가입비가 싼 편이니 한국에서 가입하는 것이 좋지요.
그러면 여기서 꾸준하게 글을 읽어오신 독자분들은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실 겁니다.
"당신은 퍼스에 가지 않았나? 그곳은 서쪽인데 언제 시드니까지 순간이동을 했는가?
설마 *본좌의 축지법을 터득한 것인가?"
네. 그렇죠. 퍼스에 갔었지요.
이미 퍼스 왕복 티켓을 석 달 전에 사두었기에 시드니로 바로 갈 수는 없었고
다시 애들레이드로 왔다가 저녁에 시드니로 갔지요.
하루 정도 집에서 쉬고 다음 날 가고 싶었지만 하루 차이에 가격 차이가 심해 무리한 일정을 만들게 되지요.
퍼스에서 비행기가 1시간 남짓 지연되어 애들레이드에 늦게 도착을 합니다.
저가항공사와는 악연이 많은지라 미리 예상을 하고 시드니행 비행기를 시차를 두어 예약을 했는데
이 비행기 역시 시드니의 황사로 인해 지연이 되고야 맙니다.
저녁 6시 50분 출발 예정이던 비행기가 8시가 넘어 출발을 했지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을 하느라 두 시간이나 잃어버리기까지 했네요.
낯익은 조지 스트리트를 걸어갑니다.
모노레일도 다니고 있군요.
공중에 열차가 떠다니는 미래도시는 아닙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그 유명한 본다이도 아니고, 맨리도 아니고 마틴 플레이스입니다.
TV로만 본 곳이라서 지도를 펴고 이리저리 길을 찾아 Pitt St로 갔다가
마침내 발견을 합니다.
이것은 QVB라 불리는
Queen Victoria Building이지요.
건물의 내부는 상가들로 입점해 있어 쇼핑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마틴 플레이스에는 누이빈통, 뿔났다, 알만하니 등의 명품 브랜드 상점이 잔뜩 몰려 있지요.
시속 100km 주행시와 60km 주행시 사고 모습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과속을 하지 말자는 것인데 차가 조금 아깝습니다.
마틴 플레이스는 이렇게 생긴 곳입니다.
하나의 길이라고 보면 되는데 약간 광장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금융기관들이 밀집한 곳이라 직장인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마침 점심시간이고 해서..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마틴 플레이스 지하의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으려다 사람이 많아서 시드니 하버쪽으로 갑니다.
Macquarie 스트리트를 따라가다 보니 NSW 주립도서관을 발견합니다.
그다지 들어가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1.99나 주고 산 Franklin Mountain 생수를 들이킵니다.
원래는 물병이 필요해서 작은 것을 사려다 스파클링 워터가 새로나왔다고 세일을 해서
이 때가 아니면 프랭클린 마운틴을 언제 마셔보겠냐고 하나 사보았지요.
"그러면 당신은 생수를 마시지 않느냐?" 고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실텐데요.
네. 저는 수돗물 마십니다.
음료수도 안 사 마십니다.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로얄 보타닉 가든도 있습니다.
이미 퍼스에서 3일간 보타닉 가든에서 뛰놀았던지라 이번에는 쉬고 싶습니다.
써큘러 키에 다시 옵니다.
이미 두 번이나 왔던 곳이지만 늘 밤에만 왔었지요.
매번 다음날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전날 저녁에 왔던 거라서..
황사는 어디로 갔는지 날이 무척 맑아서 기분도 좋고~
하버브릿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새롭더군요.
그런데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 갑자기 시선이 갑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아니.. 이럴수가..
이미 주문한 맥주가 등장을 하였습니다.
호주에서 프리미엄 맥주에 속하는 크라운씨입니다.
아가씨들의 패션을 보면 이미 봄날은 왔습니다.
갑자기 주문을 받았던 남자 종업원이 이상한 것을 들고 옵니다.
자기가 실수를 해서 다른 것을 만들게 되었다고..
'설마 그래서 이것을 대신 먹으라는 것인가' 당황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것을 그냥 서비스로 주겠다고 합니다.
무슨 요리인지 이런 곳에 와 본 적이 전혀 없는 잠꾸러기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 소스는 뭐고 가운데는 뭐고 저것은 뭐라고 하는데
전혀 알 리가 없습니다.
이름 전혀 기억 못합니다.
어떻게 먹는지 모르지만 저 빵 비스무레 만들어진 것을
그래도 교양있는 사람인 것처럼 접시에 덜어놓고 칼질을 하여 예쁘게 소스를 발라서 먹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손으로 집어 쿡 찍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지라 차마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분명히 그런 모습을 보면 얘들은 저 노란 원숭이 역시 원숭이처럼 먹는다고 비웃겠지요.
지들은 고릴라같으면서..
먹다보니 애피타이저로 시킨 Half Dozen Oyster Nuggets가 나옵니다.
생각없이 메뉴 읽다가 아는 음식 굴(oyster)이 나오자 시켰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Nugget은 맥너겟의 너겟처럼 튀김이 아닌 덩어리.
그리고 Half dozen이니까 6개라는 거지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런 것은 시키지 않았을 겁니다.
멋도 모르고 애피타이저를 함께 주문했는데 그냥 메인만 시켜도 되는 것이었지요.
누가 이런 곳에 데리고 와봤어야 어떻게 하는 줄 알지요. ㅠ.ㅠ
어쨌든 메인이 나오기 전에 순식간에 접시를 비워버립니다.
굴 6개 먹는데 30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아.. 외가집에 가면 굴은 솥단지째로 먹는데..
드디어 메인 요리라는 오늘의 생선. 바라문디가 나옵니다.
한글 이름은 모르겠고, 호주에서 많이 난다죠.
옆에 소스와 함께 먹는 것 같아서 역시 교양있는 양 칼로 힘들게 썰어서 먹습니다.
생선을 칼로 썰어먹다니 이런..
비싼 음식이라 조금도 남기지 않고 설거지하듯이 깨끗이 그릇을 비웁니다.
계산을 하니 지갑에 있던 50달러 지폐가 없어졌습니다.
사실
시드니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어서 그것 하려고 돈을 모았는데..
먹을 것 안 먹고 다 아껴가면서 집-학교만 왕복하면서 모은 돈인데
저기 보이는 하버브릿지.
맑은 날인지라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저 다리.
비싼 비용때문에 고민하다 큰 마음먹고 올라가보고자 했으나..
이 점심식사로 인해 하버브릿지와는 안녕을 하게 됩니다. ㅠ.ㅠ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