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반 동안이나 쓰던 주옥같던(?) 글들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아~ㄱ! 치밀어 오르던 분노를 삭이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 ㅋ
2009년 Times/QS 가 발표한 세계대학랭킹 - 신빙성이 그다지 없어 보이는 - 에서
Uni Adelaide는 81위로 다시 100위권 안에 진입을 해서 호주의 Go8 학교들이 모두 100위 안에 들었습니다.
딱히 변하는 것이 없는 학교가 어찌 해마다 105-62-106-81위로 순위가 들쑥날쑥한지도 알 수 없고
수업이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좋아서 순위가 높은걸까 의구심도 생깁니다.
다른 아시아 유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 학교에 다니면서도 역시 의문을 가지고 있는 터라
순위가 높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크게 의식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깜짝퀴즈의 정답을 맞추어주신 분이 계신 덕분에
ANZ도 있고 버거킹도 있는 곳으로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달링하버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서둘러 AirportLink(시드니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으로 향합니다.
원래 철도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을 잘 지킨다" 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퍼스에서부터 시작된 지연과 연착의 신이 강림하시어 열차도 늦어지고 맙니다.
그래도 다행히 체크인을 하기는 했는데 거의 마지막에 하게 되었다지요.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아니었으니 지연의 신 강림의 절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후 5시 10분 출발 예정인 비행기 Final Call을 들으며 탑승을 합니다.
Final Call이 울려도 뛰는 사람은 없고 역시 느긋한 호주입니다.
간만에 제 시간에 출발을 하는가 했더니 활주로로 향하던 비행기는 교통체증에 걸려 움직이지 않습니다.
10여 분을 그렇게 보낸 비행기는 간신히 활주로에 다가가지만
방송이 나오기를 "쏘리. 간단한 테크니컬 프라블럼이 생겨가지고 이륙을 할 수 없겠다. 돌아가서 고쳐야겠는걸.."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Your safety is our priority."
아니 그럼 미리 정비를 좀 잘 하든가..
비행기는 딱 두 자리가 비었는데 다행히 그 중 하나는 제 옆 좌석.
옆의 옆에 앉은 미쿡인 아가씨와 같이 투덜대기 시작합니다.
"쥇스타 원래 이래.."
"그래?"
"내가 탔을 때 반 정도는 매번 늦더라고.. 한 번은 고장나서 세 시간 넘게 늦은 적도 있어."
"진짜?"
"어떻게든 가기는 할거야."
"나는 이 비행기 오늘 이륙할 지 모르겠어."
한 시간 정도 지나서 그 간단한 테크니컬 프라블럼이 해결이 되었다고 출발을 한답니다.
이미 7시가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도착하면 12시인데 그 때까지 버스는 있겠지?'
'이미 숙소예약했는데 어떻게 연락을 한다지?'
고민이 많아집니다.
그냥 덮어두고 수학숙제나 하기로 하지요.
미쿡인 아가씨는 열심히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다시 출발을 한 비행기는 다시 활주로 앞에 멈추어 서면서
테크니컬 프라블럼이 다시 발생해서 이번에는 내려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Your safety is our priority."
이제 그만~
갑자기 기내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합니다.
웅성웅성.. 시끌벅적.. 왁자지껄..
미쿡인 아가씨에게 "니 말이 맞는 것 같네."
강제로 내림을 당했습니다.
저녁 시간이 지나고 있기에 저녁 바우처를 줄 예정이라고 터미널에서 기다리라면서..
저 복잡한 틈바구니에 끼어 다시 검색대를 통과한 후 터미널로 들어갑니다.
뭐 이런게 다 있냐는 다른 한국인의 성난 목소리도 들리는 속에서
조용히 싸다는 이유로 이 비행기 티켓을 산 것을 살짝 후회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분을 휠체어에 태우고 탑승을 했던 아주머니가 계셔서
주변을 살짝 정리하고 길을 내어 드렸더니 아주머니께서 감사의 말씀을 하십니다.
"고맙네. 어디서 왔니?"
"한국에서 왔는데 요새 애들레이드에서 지내고 있어요. 헤헤"
"오, 그렇구나. 학교 다니니?"
"네. 맞아요."
"혼자 놀러가는 거니?"
"네. 맞아요. 학기 방학이라서요"
원래 탑승구 앞에서 기다리라더니 바우처를 받으러 또 63번 게이트로 오랍니다.
승객의 대이동이 다시 벌어지는 가운데 재빨리 달려가 바우처를 받는데 성공을 합니다.
명부를 대조하여 주는 것은 아니라 한 번 더 가서 받아도 될 듯한데 "양심적"인지라 하나에 만족을 합니다.
고작 10달러짜리 바우처를 주는데 공항에서 파는 식사류는 15달러를 넘어갑니다.
그래서 뒤지고 뒤져서 가장 싸면서도 먹을만해보이는 로스트비프바게트를 사서 먹습니다.
살짝 데웠는데도 좀 퍽퍽해서 플랫 화이트도 시켰는데 총 12.50달러라서 남은 동전 긁어서 냅니다.
13,000원 정도 하는 식사가 저 정도라면 정말 슬프죠.
먹고 나서 할 일이 없어 애들 시간 떼우라고 만들어 놓은 저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갑자기 방송이 나와서 탑승구가 바뀌었다고 50번 탑승구로 오라고 합니다.
세 번째 승객의 대이동이 시작됩니다.
"Go Go Go~ We're under attack!" 은 아니고..
갑자기 그냥 역사 시간에 배웠던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떠오릅니다.
사람은 도구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헤헤
고작 9.7kg에 불과한 가방이지만..
이렇게 발판의 역할도 해주니까요.
슬슬 난민수용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심각하게 화가 나서 항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자선모금함이 있습니다.
표시가 없는 것으로 보아 한국 돈은 낼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다녀오니 난민들이 다 어디로 사라져 순간 당황을 합니다만
어딘가에서 미네랄을 캐어 가고 있는 SCV를 발견하여 따라가니 난민들이 바닥에 퍼져 있습니다.
잠시 후 시드니 공항은 11시에 문을 닫으니 그 이후에는 나갈 수 없다며
"나랑 밥 먹을래? 같이 살래?"가 아니고 "비행기 기다려서 탈래? 다음에 탈래?" 라고 묻습니다.
다음에 타도 얘들이 오늘 밤 숙박을 제공해준다는 말이 없어서
절대 다수가 선택한 "비행기 기다려서 타기" 로 결정합니다.
어차피 이미 하루를 날려먹은지라 굳이 꼭 타고 갈 필요는 없지만
숙소제공이 안 되면 노숙을 해야 할 처지인지라..
문을 닫는다는 11시에 드디어 비행기가 등장을 하여 사람들이 타기 시작합니다.
난민모드에서 갑자기 여행자모드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입니다.
이게 환호성을 지를 일인가요? 한국 같으면 글쎄요..
그 문제의 비행기는 고치다 실패했는지 아예 새로운 비행기가 등장했더군요.
그 비행기에는 강유미씨 닮은 승무원 사파이어 양의 잡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
그렇게 기다리던 비행기의 이륙인데 창밖으로 어두운 하늘만 바라보고 있네~♪
노래가 나오는 상황은 아니고..
시드니보다 두 시간 빠른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 예정시간은 밤 10시 10분.
그런데 이미 시드니가 11시이므로, 크라이스트처치는 날이 바뀌어 1시.
약 3시간 비행이므로 새벽 4시에 도착하는 셈이니..
흐흐.. 여기서 잠꾸러기의 성을 공개하오니 "김씨" 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만큼 김 아무개라고 하면 쉽게 찾을 수 없을 겁니다. 헤헤
출발 전에 다시 한 번 사과와 함께 "Your safety is our priority." 어쩌고..
쥇스타도 미안했던지 주류를 제외한 음료와 간식류를 무료 제공을 합니다.
유미언니가 "샌드위치 먹을래?" 라고 물어보았으나 괜찮다고 하지요. (뭐든 타면 잘 안 먹는 편이라..)
대신 오렌지쥬스를 달라고 하고, 쥬스만 홀짝거리기 그래서 치즈크래커를 달라고 합니다.
여기서 치즈크래커는 치즈크림이 발라진 크래커가 아닌 그냥 치즈와 크래커를 줍니다.
오렌지쥬스 3달러, 치즈크래커 4달러 해서 총 7달러 되겠습니다만 공짜라니까 넙죽 받아 먹지요.
최근에 와서야 알게된 사실인데 재미있는 것은 쥇스타를 타도 물을 마시고 싶으면 물을 달라고 하면 됩니다.
그러면 자기네들은 병에 담긴 생수를 마시면서도 승객에게는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을 담아 줍니다.
비행기가 출발을 못하고 가만히 있자 이 승객 저 승객 돌아가면서 물을 달라고 하고
특히 물귀신 승객이 하나 있어서 거의 10분마다 벨을 울려 승무원을 불러서 물병을 주며 채워달라고..
맨 뒷좌석이라 승무원 바로 앞에 있다보니 얘들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그대로 듣게 됩니다.
나중에는 안영미씨 닮은 승무원 할리 양은 컵 스무 개 정도를 꺼내어 얼음물을 잔뜩 담아두더군요.
저도 그 틈을 타 물 두 컵을 가져다 꿀꺽꿀꺽 잘 마셨지요.
그러나 뭔가 있어보이고 싶어서 "미네랄 워러"가 마시고 싶다면 돈 주고 생수를 사야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유미언니와 영미언니.
늦은 시간에 비행기를 타니 기내에서 숙제를 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되고
예약을 해 둔 백팩은 어찌하느냐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시드니 공항의 옵터스 제공 무료인터넷으로 비행기가 지연되어 제 시간에 못 간다는 메일을 보내두기는 했지만
답장을 확인하지 못한지라 걱정이 조금은 되더군요.
...
쿨~
..
zzz
.
그렇게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을 합니다.
여기서 독자들께서 궁금증이 생길 터인데..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특별히 비자가 필요한가요?
한국인은 그냥 가면 Visitor's Permit을 줍니다. 3개월간 유효하다는군요.
잠꾸러기씨는 거지 아닌가요?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기라도 했나요?
아니면 당신은 거짓말쟁이 우후훗~ 인가요?
두 달 동안 1100달러로 생활하면서 허리띠를 확 졸라서 여비를 마련했습니다. 헤헤
뉴질랜드 왕복의 경우 최저 230달러선에서 티켓 구매가 가능한데 저는 250달러 정도 지불했네요.
그래서 오히려 국내선 요금보다 더 저렴할 때도 있어요.
여권에 방문허가 도장을 받고 나오려는 찰나 공항 아줌마 요원이 다가옵니다.
가진 짐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 물어볼 것이 있답니다.
너 어디서 왔어?
한국. 그런데 지금 호주에서 지내.
호주 어디?
애들레이드.
뭐하려고 왔어?
그냥 구경.
어디 갈건데?
글쎄. 딱히 정한 것은 없는데 출국 도시가 다르니 거기는 가야겠지?
계획을 말해봐.
그런거 없대도. 그냥 오면서 잠깐 가이드북 읽었어.
가이드북 보여줘봐. 어디 읽었는데?
잠깐 기본적인 정보. 타우포, 로토루아 조금 읽어봤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짐이 없어?
짐 많으면 귀찮으니까.
옷이 달랑 그거 뿐이니?
티셔츠 두 장, 청바지와 반바지 하나씩이면 되지.
너 10일 넘게 있는다며?
난 그날그날 빨아서 말린다.
여기 얼마나 추운데 겨우 그걸로 되겠니?
추워죽을 것 같으면 하나 사 입을게.
돈은 얼마나 있는데?
현금 550NZD와 호주계좌에 생활비 조금 있고, 나 신용카드도 있어.
너 약 하니?
약 먹었냐고? 몇 주 전에 감기약 먹은 적 있어.
아니. 그런거 말고.
없는데..
입국신고서에 써놓은 주소는 어디야?
예약한 백팩.
호주에서 뭐하는데?
학교다녀.
뭐 공부하는데?
수학.
어디서?
(학생증을 보여주며) 여기.
...
..
.
아줌마에게 붙잡혀 10여 분을 심문당합니다.
너 여행 자주 다니니?
뭐 그럴 수도..
나중에는 어이가 없어서 하나 물어봅니다.
"Do I look too strange?"
"Yes, weird."
이렇게 나오니 4시 30분.
7시에 첫 운행을 한다는 버스를 기다리기로 합니다.
20달러 넘게 주고 셔틀을 타기는 그렇더군요.
어차피 너무 늦어서 백팩 체크인도 어려울 것 같고 공항이나 둘러보기로 합니다.
두바이를 거점으로 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한국 관광안내책자를 두었더군요.
한국 관련된 것만 보면 무조건 반갑습니다.
관광안내소 직원은 모두 퇴근을 했지만 가이드북과 광고지는 가져갈 수 있습니다.
호주의 공항도 이런 것들이 잘 마련되어 있는데 뉴질랜드는 더 잘 되어 있더군요.
살짝 드러눕기 시작하는데 사람들이 와서 방해를 합니다.
첫 비행기를 타려고 사람들이 공항에 하나 둘 씩 들어오더군요.
6시쯤 되어 샤워실을 찾아 샤워를 하고 음수대에서 물을 마십니다.
음수대를 찾느라 공항 한 바퀴 돌았는데 가장 처음에 있던 곳 옆에 있었다니..
샤워를 하니 "F5"의 효과로 잠시 상쾌함을 느끼게 됩니다.
시간이 되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비가 조금씩 왔다가 날이 맑아졌는데,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동안 유일한 맑은 날이었습니다.
이 날을 잘 보냈어야 하지만 뒤늦게 찾아간 백팩을 체크인한 즉시 잠에 빠지고 맙니다.
아침잠을 자고 일어나 좀비상태로 백팩을 찾느라 보고도 그냥 지나쳤던 Cathedral Square 구경을 잠시 합니다.
입출국을 제외하면 고작 9일밖에 시간이 없기에 소중한 시간이지만
비행기의 연착은 그 소중한 반나절을 빼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제 시간에 도착하여 자고 일어나 아침부터 구경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라디오 방송국에서 나와서 춤 경연대회를 하면서 무료 BBQ를 해서 소시지 하나를 받아 먹습니다.
호주에서는 두꺼운 소시지는 잘 안 주는데 여기서는 굵직한 것으로 주더군요.
양파를 조금 더 주었으면 좋으련만..
입가심으로 딸기 아이스크림도 사먹습니다.
진짜 과일을 갈아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더군요.
조금 비싸서 속이 쓰리기는 했지만 맛이 좋아서 넘어갑니다.
다음 이야기부터 본격적인 NZ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