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드니는 지난 주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낮은 기온 때문에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따뜻하고 화창하여 기분이 좋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내용은 제가 다니는 학교인 UNSW 앞 거리 풍경입니다. 서울에서는 많은 대학교 앞 거리들이 활기찬 대학생들과 패셔너블한 젊은이들, 유행을 만들어내는 상점들로 주요 상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지 오래이지요. 저도 학생 시절에는 물론이고 졸업한 이후에도 여러 대학가 앞에서 친구들과 만나 즐기기도 하고, 때론 회사 동료들과 퇴근 후에 놀러가서 맛있는 저녁과 술을 마시고 오곤 하였죠.
하지만 시드니, 적어도 UNSW 앞에서는 서울에서 보던 대학가 모습을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학교 앞 대로인 안작 퍼레이드(Anzac Parade)를 걷다보면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많아보이지만 활기차 보이지 않으며(공부 에 찌들어 있기 때문), 패셔너블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중국어 간판을 아래를 지나다보면 호주에 와 있는게 맞는가 하는 혼란이 들때도 있습니다. 학교에 워낙 중국계가 주류인 아시아계 학생들이 많다보니 이들을 위한 비지니스가 많기 때문이죠.
또다른 특징은 서울의 대학가 앞에 가득한 술집을 이 곳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난번에도 캠퍼스 투어편에서도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맥주 한 잔 마시려면 학교 안 술집으로 오는게 가장 빠릅니다. 12시가 넘어도 영업하고 있는 술집을 포함한 많은 상점들이 있는 서울의 대학가와 달리 이곳은 9시만 넘어도 지나가는 행인을 거의 보기가 힘들어요.
▲ 학교 정문 앞 대로이자 번화가인 Anzac Parade
▲ 학교 앞 거리 풍경입니다. 아쉽지만 대학가라고 해도 별 특색은 없습니다.
▲ 상점마다 영어와 함께 중국어로 표기되어 있어(중국어가 훨씬 더 크죠!!!) 마치 중국의 한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학교에 워낙 중국계 학생들이 많아서 이들을 위한 식당과 상점들이 대부분(!!!) 이에요. 덕분에 저와 같은 아시아인들을 위한 식품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지난 번 말씀드렸던 '찰떡'의 주재료 '찹쌀'도 거의 대부분의 중국인 식품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넘쳐나는 중국계 학생들의 숫자에 비하면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한국계 학생들도 많이 다니고 있고, 이들을 위한 상점들도 적은 수이기는 하지만 존재합니다. 현재까지 제가 알고 있기로는 식당 2개소, 식품점 1개소, 미용실 1개소가 있어요.
▲ 순두부 찌개 등 두부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식당
▲ 학교 정문 바로 건너편에 있는 한식 겸 일식 레스토랑.
▲ 학교 앞 한국 미용실
▲ 사진 속의 식품점이 학교 근처 유일한 한국식품점이에요^^ 한국에서 수입된 식재료(된장, 고추장, 간장, 부침가루, 호떡믹스, 참치, 깻잎 등등등)들과 과자, 아이스크림 그리고 유학생들의 주식이나 다름없는 라면류 등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시드니에 한국 교민이 정말 많이 살고 있으니 교민 동네로 가면 한국 식품을 이보다 더 쉽고 싸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이른바 한인촌은 학교에서 가기에 조금 멀기에 저와 제 친구들은 이 가게를 자주 이용하게 되지요. 그리고 이 가게에서는 야채와 과일을 정말 싸게 팔기 때문에 항상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저도 거의 매일 이 가게에 가서 장을 봐온답니다.
▲ 대만계 베이커리입니다. 한국에서 흔한 맛있고 예쁜 베이커리를 시드니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한국에서 먹던 달콤한 빵가 생각날 때 이 가게를 가게 되는데요, 한국과 비교하면 많이 비싼편입니다. 보통 한 조각에 2~3불가량 하니 1-2조각만 사가지고 와야 합니다.
▲ 세계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이탈리아 식당. 이 외에도 몇 개의 이탈리아 식당이 더 있습니다.
▲ 수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IGA. 학교 근처에 울월쓰나 콜스가 없어 이 가게를 자주 찾는데 자주 있는 폭탄 세일을 이용하면 일용할 양식이나 생필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 학교 앞 모바일 대리점 '쓰리' 매장. 여기 들어가면 중국계 직원들이 중국어로 맞이하여 줍니다^^
▲ 한국의 대학가 앞에 많이 볼 수 있는 '복사집'이 여기서는 딱 하나 있어요.
▲ 학교 앞 수많은 레스토랑 중 가장 인기있는 곳은 바로 이 곳 맥도날드 입니다. 학교와 이웃하고 있고 24시간 영업하고 있으며,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어 저를 비롯한 많은 학생들이 즐겨찾죠. UNSW 학생증을 보여주면 50센트를 할인해준답니다^^
한창때인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교인데 왜 술집이 없을까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며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을 떨올려봤습니다. 입학하고 첫 학기에는 거의 매일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술집에 갔었던 것 같네요. 그 이후로는 첫 학기때만큼은 아니지만 자주 술집을 출입했었지요.
하지만 이 곳에서 술집이 여럿 있더라도 과연 모두가 영업이 잘 될까 싶습니다. 일단은 개성있는 술집(pub, club 등)이 많은 시티가 가깝고, 학교 앞 술집을 자주 갈 만큼 시간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중간, 기말뿐 아니라 중간 중간 퀴즈 등으로 시험과 장문의 에세이 등의 과제가 쏟아지는 학기 중에는 술집은 커녕 제대로 된 잠을 자기도 어려운 형편이죠. 얼마전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말을 들었는데요, UNSW 의 또다른 의미는 'You No Sleep Well' USD(시드니 대학)은 'You Sleep Die' 라는데, 정말 문법에는 맞지 않은 요상한 단어 나열이지만 그 의미는 제대로 와 닿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