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주말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을 자는데 낚시를 가자고 하는 이들의 성화에 떠밀려 잠도 덜 깬 채 나가게 되었지요.
집에서 약 40~50분 정도 떨어진 애들레이드 남쪽의 브라이튼(Brighton)이라는 곳입니다.
제티(Jetty)가 있어서 낚시꾼들이 많이 찾을 것 같더군요.
너무 반짝 반짝 눈이 부셔 No No No No No
너무 깜짝 깜짝 놀란 나는 Oh Oh Oh Oh Oh
너무 짜릿 짜릿 몸이 떨려 Gee Gee Gee Gee Gee
Oh! 젖은 눈빛(하품해서) Oh Yeah~ Oh! 좋은 향기(는 없지만) Oh Yeah Yeah Yeah~ ♬
호주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곳의 집값이 비싼 편인데
그래서인지 이 곳도 애들레이드 주변에서는 부유층이 거주한다고 하는군요.
흠.. 좋아요.
물도 맑습니다.
뉘집 아이인지 모르지만 사진도 한 번 몰래 찍어봅니다.
절대 불순한 의도는 없지요!
호주에서 애들레이드의 해변은 그다지 아름답다는 평을 받지는 못하는데
그만큼 호주 전역에 더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아침부터 해변에 나온 사람들 덕분에 주차공간은 거의 꽉 차 있습니다.
역시 자동차는 호주 생활에서 필수입니다. 크으..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을 보니 저도 나중에 토끼같은 딸과 함께 나들이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 그럼 이제 낚시하는 곳으로 가보지요.
저의 일행입니다.
주인 형님(낚시의 주동자)은 이미 편하게 자리를 잡고 계시고
같은 집에 사는 친구(주동자의 오른팔)는 열심히 줄과 바늘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직 준비조차 하지 않은 저의 낚시대.
19달러 99센트짜리인데 30%할인해서 14달러에 샀습니다.
낚시대의 색깔로 보나 함께 있는 장난감 미끼로 보나 바다용 낚시대는 아니고 욕조용 애들 장난감 같은데
앞으로 두 세번 쓰면 많이 쓰지 않겠나 싶어 가장 싼 것으로 샀습니다만..
엄청난 경력이 있는 강태공의 포스를 자랑하시는 형님이지만 실제로는 첫 낚시입니다.
예전에 다른 사람의 낚시대를 던져본 경험이 있다고 하시지만..
그러면 저는 아홉 살 때 첫 낚시를 하였군요.
사연인즉슨..
이제 날이 따뜻해지고 하니 낚시에 취미를 좀 붙여야겠다는 형님과 친구가 낚시하는 법을 좀 알려달라고 해서
지난 주말에 무엇을 사야할 지 모르는 두 사람과 함께 낚시대와 낚시줄과 추, 연결고리, 바늘 등을 사고
어제 드디어 첫 낚시를 나간 것이지요.
이들은 초보자가 쓸만한 낚시대를 샀지만, 기껏해야 두 세번 정도 쓸 저는 제일 싼 것을 샀는데 이것이 문제가 됩니다.
그것이 어쨌든
잠시 사이비 낚시 조교가 되어서 어떻게 낚시대를 조립하고 연결하는지 가르치고 있었죠.
미끼는 제티 근처의 미끼집에 함께 가서 무엇을 고르는지 살짝 코치를 합니다.
열심히 코치를 하고 다른 이들의 낚시대를 연결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뒤늦게 던질 채비를 했는데
진짜 장난감 낚시대였는지 릴에 감긴 낚시줄이 확 끊어지고 맙니다.
날은 참 좋았지만 바닷바람은 서늘하고, 제티의 끝은 그늘이 져서 좀 쌀쌀한 느낌이 드는데다
물때를 맞추어 오지 않은 탓에 수확도 없어서 형님께서 점심먹고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십니다.
아직 한 번도 낚시대를 던져보지 못했지만 어차피 잡히지도 않을 것 같아 조용히 따라갑니다.
아쉬운 마음에 사진도 하나 남겨 봅니다.
저 아가씨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점심은 핼릿 코브(Hallett Cove) 쇼핑센터의 푸드코드에서 먹습니다.
피쉬 앤 칩스에 맥주 한 잔이 전형적인 해변놀이의 점심입니다만 저는 의사결정권이 없습니다. 크
제법 맛있게 보이는 그림입니다만 '맛있게 보이는 것'과 '맛있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요.
중국인들이 하는 일본음식점에 가면 늘 걱정이 되는데 이 날도 망했지요.
더구나 친구녀석은 일식집에서 일을 하는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툴툴거리며 다시 오지 말자면서 나옵니다.
이번에는 놀룽가(Noarlunga)의 오 설리반(O'Sullivan) 해변에 갑니다.
보트를 실을 수 있는 트레일러를 뒤에 단 차량들이 잔뜩 주차되어 있더군요.
해변의 집에 차와 보트까지 있으면 사는 것이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역시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반짝반짝 눈이 부십니다.
드디어 낚시줄 연결을 마스터(?)한 친구녀석이 무엇을 잡았나요?
얘는 연결을 허술하게 해서 추와 낚시바늘을 통째로 여러 개 날려먹었답니다.
나중에는 그 때문에 의욕상실했다고 먼저 포기를 하더군요.
형님께서는 계속 고군분투하시지만 물고기가 아닌 암초만을 계속 낚으십니다.
그렇다면 잠꾸러기는..
줄이 한 번 끊어지는 아픔을 딛고 다시 연결을 해서 던집니다만
릴 손잡이가 완전 고물딱지라서 몇 번 돌리니 슬슬 말썽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두 번 정도 입질이 느껴져서 당기려고 줄을 감는데 잘 감기지 않습니다.
뒤늦게 감아보면 이미 물고기는 먹고 튄 상태지요.
릴에 연결된 낚시줄도 엉망이라서 두 번 풀고 다시 감으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엉키기 시작합니다.
슬슬 입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거 진짜 장난감인가봐, 줄이 안 감겨!"
그러다 결국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고 낚시대는 바위 사이에 쳐박히고 맙니다.
역시 낚시대가 아니고 장난감이었습니다.
이미 망가진 상태라 밑에 내려가 주워오는 것도 포기합니다.
역시 참 좋군요.
호주에서는 주마다 어종과 크기에 따라 잡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타겟으로 삼은 Bream(돔)의 경우 SA에서는 28cm 이상, 1인당 10마리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그러면 얼마나 잡았을까요?
잡은 것은..
없네요.
저는 낚시대가 아니고 장난감을 가져갔다는 아주 좋은 핑계를 대었고
다른 이들은 이제 어떻게 낚시를 하는 지 알았다면서..
몇 시간 동안 있으면서 근처의 다른 사람들도 헛탕만 치는 걸보니
이 날 물고기들이 잘 잡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잘 잡히는 날이 있으면 잘 잡히지 않는 날도 있겠지요.
함께 간 두 낚시 초보자들이 의욕을 잃고 낚시를 안 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헤헤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것이 아닌 보너스>
잠시 호주 국가대표 스포츠팀의 별칭을 소개하지요.
호주 남자 축구팀은 Socceroo(s)로 유명하지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 축구팀은 Matildas라고 불린다는군요.
이 밖에 농구팀은 Boomers(남), Opals(여)
하키팀은 Kooka burras(남, 원래 한 단어인데 붙여서 입력하면 게시판 오류가 생기네요), Hockeyroos(여)
그리고 럭비 유니언팀은 Wallabies, 럭비 리그팀은 Kangaroos라고 불립니다.
Wallabies와 All Blacks가 붙으면 이 일대의 큰 이벤트가 벌어지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