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계속 이어서 뉴질랜드 이야기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처럼 열차를 탔던 이야기입니다.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철도회사인 Kiwi Rail의 한 부분인 Trans Scenic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은 오클랜드나 웰링턴의 메트로폴리탄 열차를 제외한 장거리 노선 열차를 유일하게 운행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회사의 이름인데, Kiwi라는 뉴질랜드의 별명을 회사 이름으로 쓰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대표 동물이 호랑이라면, Korail 대신 호랑이철도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런데 인구가 적고, 나라 면적은 작지 않기에 수지맞는 장사를 하기 힘들어서
몇 년 전에 단 3개의 노선만을 남기고 나머지 여객철도구간은 폐쇄를 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남은 구간은 북섬의 오클랜드~웰링턴을 잇는 Overlander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 픽턴을 잇는 TranzCoastal
역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 그레이마우스를 잇는 TranzAlpine
이 세 개의 노선만 남아서 운행을 하는데, 오버랜더 역시 수익성때문에 폐지 논란이 있어서
성수기인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주 3회만 운행을 한다고 하는데
Tranz Scenic 이름처럼 열차 모두 경치가 좋은 구간을 운행하여 여객수송용보다는 관광용 열차의 성격이 강합니다.
어쨌든 저는 이 세 개의 노선을 모두 특가 예약을 했는데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그레이마우스를 갔다가 발도장만 찍고 돌아온 TranzAlpine 왕복 여정입니다.
열차 이름이 TranzAlpine인 것은 남섬에 Southern Alps라 불리는 산맥들이 있는데
겨울에는 눈이 쌓이면 나름대로 알프스의 분위기를 내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눈 쌓인 철로를 달리는 재미가 있다고 하는데 겨울의 끝자락인지라..
(사진 : Photographersdirect.com)
(사진 : Tranz Scenic)
이런 열차라니 타보고 싶지 않나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열차를 타면 이런 사진은 찍을 수가 없겠더군요.
크라이스트처치역은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서 걸어가기에는 무리가 좀 있습니다.
제가 머물던 백팩은 시티 북쪽인데, 역은 시티의 남서쪽이라서 반대 방향인지라 걸어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다행히 열차 이용 승객을 무료로 숙소 앞에서 픽업을 해주는 서비스가 있기는 합니다만
열차표 예약시 자동으로 픽업 신청이 되는 줄 알고 기다렸더니 미니버스가 오지 않아서
열차표를 날릴 수는 없어서 택시를 타고 허둥지둥 역으로 가게 되었답니다.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으나 택시비가 14달러나 나와서 마음이 무척 쓰렸다지요.
역 앞에서 픽업 버스 기사 아저씨를 만나서 물어보니 자기들에게 연락을 따로 해야 한다고 해서
내일도 열차를 탈테니 꼭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을 하고 체크인을 하러 들어갑니다.
열차표를 예약을 했지만 승차권을 따로 주는 것은 아니라서 예약확인페이지를 출력해서 체크인을 해야합니다.
열차를 하나만 예약하는 사람들은 확인페이지에 좌석 번호를 적어주고 승차후 그 종이를 가져갑니다만
저는 세 편의 열차를 예약했기 때문에 따로 보딩패스를 주고, 역시 검표시에 회수를 해갑니다.
보딩패스가 두 장인 이유는 예쁜 아가씨와 함께 타서 그런 것이 아니고
그레이마우스에 갔다가 다시 같은 열차를 타고 되돌아오는 여정이기 때문이지요.
호주에서 제가 좋아하는 크루아상이나 데니쉬, 페스트리, 머핀은 먹어보았지만 아직 스콘을 먹어본 적은 없는데..
열차 예약시 받은 Devonshire Tea 쿠폰을 내니 음료와 함께 스콘을 주었습니다.
올해는 살이 찔까봐 버터와 잼을 먹지 않았는데 주길래 버리기 아깝다면서 잘 발라서 먹습니다.
여기에 생크림까지 찍어서 먹으면 역시 살이 찌기에 좋지요.
열차 출발이 8시라서 서둘러 나오다보니 아침을 챙겨먹지 못한지라 미니피자를 시켰습니다.
스콘까지 주는 줄 알았다면 시키지 않았을텐데, 이거 안 먹겠다고 물러버릴 수도 없고 좀 아깝더군요.
사진으로 보기에는 맛있을 것 같지만, 빵이 두껍고 딱딱해서 밑부분은 남기게 되더군요.
어떻게든 음식은 남기지 않고 모두 먹으려 하는 잠꾸러기입니다만 맛도 없는 것이 딱딱하여 도저히 먹을 수 없었어요.
스프링필드역에 도착하면 잠시 내려서 사진 촬영을 하고 개인 용무를 보도록 5분간 정차를 합니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산 위에 쌓여 있습니다.
승객을 다시 태우고 그레이마우스를 향해 출발을 합니다.
경사가 심하지는 않지만 산을 오르는 철로이다보니 중간중간 이런 장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전망공간은 열차의 뒷부분에 있어서 곡선 구간에서는 열차 앞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어요.
승객들의 대부분은 중년부부들인데, 저처럼 하루짜리 왕복 코스로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하룻밤을 그레이마우스에서 머문 뒤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더군요.
아쉽게도 철로 근처에 눈은 이미 녹아서 물이 고여 있네요.
뉴질랜드는 크지 않은 도시를 벗어나자마자 저런 평화로운 시골이 나옵니다.
이렇게 호수도 등장을 합니다.
오전까지만 해도 날이 개는가 싶더니 비가 내리기도 하더군요.
경치 감상 열차를 탔는데 비가 내리니 하늘이 다소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열차에는 Viewing Deck이라고 뻥뚫린 공간이 있어서 달리는 열차 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저성능 카메라는 셔터속도가 느려서 제대로 사진을 담지 못하고 흔들리고 말더군요.
고성능 카메라가 있다고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좀 아쉬움이 큽니다.
제가 S사의 카메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렌즈가 어두운 편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노출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하여 셔터속도를 빨리해야 하는 경우는 사진이 쉽게 흔들려 나옵니다.
객실 안에서 사진을 찍으면 유리창 때문에 그림자가 생기기 때문에 쌀쌀한 날씨에도 밖에서 계속 사진을 찍습니다.
공항 아줌마의 말대로 추운 날씨에 얇은 옷만 가지고 간 지라 얼어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합니다.
저 위에 쌓인 눈은 여름철에도 볼 수 있다는데요.
그럼 만년설인가요?
다리 모양이 참 특이하죠?
우리나라의 다리들은 특색이 별로 없는 듯해서 조금 아쉽습니다만..
그레이마우스까지 가는 동안 수만 마리의 양을 본 것 같습니다.
따로 목장이라고 할 것도 없이 철로 근처에 울타리만 쳐놓고 양을 풀어놓고 있더군요.
평지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산 위에도 올라가서 풀을 뜯어먹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그래도 조금 좋은 카메라로 찍은 거라서 그럭저럭 나온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카메라 배터리 충전을 깜빡하고 하지 않아서 곧 전원이 꺼지고 맙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사진찍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었지요.
나중에 어떤 할머니께서 P사의 L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몇 장 가져가겠냐고 하셨는데
컴퓨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옮길 수 없는지라 괜찮다고 했는데 그 성의가 참 고맙더군요.
어쨌든 그 할머니의 사진 찍는 감각이 무척 뛰어나서 놀랐습니다.
좋은 카메라만 있으면 사진 작가를 하셔도 될 것 같더군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더 연습하고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열차는 약 250km 정도의 거리를 4시간 20분 정도 걸려서 가는데
지연과 연착의 신이 강림한 제가 타서인지 중간에 잠시 멈추었다가 40분이나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덕분에 돌아오는 일정도 늦어져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왔지요.
이른 아침에 열차에 올랐지만 왕복 10시간 여정을 마치니 해가 지고 있더군요.
다음 날에는 크라이스트처치를 떠나 다음 목적지를 향하는데 한 시간의 연착이 참 아쉬웠지요.
날씨도 안 좋고, 교통수단도 도와주지 않는데 제가 뉴질랜드의 불청객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