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2009년도 6일째가 되었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테니스에 관해 써볼까 합니다. 테니스 기술적인 부분은 제가 잘 모르고 해서 과감히 생략하고, 호주오픈을 본 간략한 이야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매년 1월 중순 무렵부터 호주 멜번에서는 약 2주 동안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립니다. 호주오픈은 윔블던, 프랑스오픈, US오픈과 함께 세계 4대 메이저 대회 중의 하나이고, 테니스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대회이기도 합니다. The Grandslam of Asia/Pacific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는데, 예전부터 Asia를 넣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작년에는 이 대회 기간 중 중국 상하이 시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여 생중계를 하더군요.
메이저 대회인만큼 경기가 열리기 전에 예선전의 성격을 가진 작은 투어 대회가 호주 곳곳에서 열립니다. 장소는 해마다 바뀌는데, 올해는 브리즈번, 시드니, 호바트 등에서 열린다고 하는군요. 시드를 배정받은 선수들은 컨디션 점검차 출전을 하고 랭킹이 낮은 선수들은 호주오픈 출전권을 얻기 위해 이 대회에 나섭니다.
약 보름 정도의 기간 중 호주의 방송사 중 채널 7에서만 대부분의 경기를 생중계합니다. 이 방송국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를 거의 맡다시피 하는데요, 다른 방송사들은 정규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존중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처럼 모든 방송국이 스포츠 이벤트 중계를 하면서 전파낭비는 하고 있지 않는 것이 좋더군요.
지금은 호주선수들의 기세가 수그러들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아주 잘 나갔었지요.
강서버로 세계를 호령했던 스타 마크 필리포시스. 그러나 부상 이후 은퇴를 했지요.
요즘 간판 선수는 레이튼 휴이트인데요. 지난 시즌 부진해서 랭킹이 67위까지 떨어졌네요.
이 분은 테니스 선수는 아니고 휴이트 선수의 아내라는군요. 휴이트를 검색하는데 딸려나와서.. 쩝..
여자 선수로는 사만다 스토서와 알리샤 몰릭이 세계 무대에서 자주 보이는 선수들이죠.
호주에서 열리는 빅 매치인 만큼 당연히 티켓을 사서 경기를 보러 갔는데요.
제가 직접 본 경기는 여자 준결승전. 마리아 샤라포바가 파죽지세로 4강에 진출을 했는데,
중간에 윌리엄스들을 만나서 탈락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른 선수들이 그들을 격퇴해주더군요.
작년에는 데이 세션에 여자 준결승 두 경기가 있었는데,
올해는 다른 세션에 배치되어 두 경기를 한 번에 볼 수는 없습니다.
자.. 로드 레이버 경기장입니다.
호주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의 이름을 딴 여기가 메인 경기장이지요.
예선은 경기장 밖의 저 그라운드나 보다폰 경기장에서 열리기도 하고
중요한 경기만 로드 레이버에서 열립니다.
휴이트가 이 때는 랭킹 20위였는데, 호주 선수라고 메인에 끼워주는군요.
로드레이버 경기장은 천장 개폐식 돔이지요. 비가 오면 지붕을 닫아버리는..
이 날 세션에 남자 복식 준결승이 먼저 열리고 있었는데 복식은 단식보다 주목을 받지 못하죠.
이것은 샤라포바의 나이키 광고 사진입니다.
경기 사이 쉬는 시간에 할 일이 없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ㅋ
곧 이어지는 경기가 샤라포바와 얀코비치의 대결.
샤라포바가 등장을 하는군요.
깡총깡총뛰면서 몸을 풀고 있군요.
얀코비치와 공을 주고 받으며 연습 중.
괴성과 함께 서브 연습도 하는군요. 길긴 길군요.
서브를 넣을 때는 미사일처럼 날아오릅니다.
괴성과 함께 강서브. 맞으면 많이 아프겠죠?
얀코비치가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 대회에서 무적 모드였던 샤라포바가 2대 0으로 이깁니다.
경기 끝나고 인터뷰를 하는데, 당연히 영어로 대화를 합니다.
준결승 두 번째 경기 등장선수는..
아나 이바노비치입니다.
작년 프랑스오픈 우승을 했고 잠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었던 선수죠.
나이는 샤라포바와 동갑이라고 하고..
공수가 균형잡힌 좋은 선수입니다.
그래도 저는 샤라포바가 더 좋습니다만..
리턴하기 전에 움직이는 스텝이 경쾌한 것이 특징이죠.
이바노비치의 상대는 슬로바키아의 미녀 다니엘라 한투초바.
역시 길군요.
부러워라~
경기는 초반에는 한투초바가 8게임 연속 승리로 밀어붙였으나(1세트 퍼펙트 승)
호주인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이바노비치가 역전승을 하게 됩니다.
이긴 선수가 인터뷰 후 나갈 때 게이트 쪽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네요.
경기가 끝나니 경기장은 조용해졌습니다.
사람도 없고..
이 날 오후에 열린 남자 준결승에서는 쵸코비치가 황제 페더러를 눕히는 사건이 발생하죠. 대회 내내 고전하던 페더러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완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하향세에 접어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에는 세계 랭킹 1위까지 나달군에게 넘겨주었으니까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많은 호주팬들은 자국 선수의 승리를 바라고 열렬한 응원을 하는데,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 간 호주 선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특히 호주 오픈에서 자국 선수가 탈락하고 나면 다른 나라 선수 중에서 하나를 골라 잡아 "Adopted Australian player"를 만들어냅니다. 그 선수가 마치 호주 사람인 양 응원하고 밀어주는 것이지요.
이 경기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중년 이상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젊은 커플 단위로 오기도 하지만 소수이고, 많은 사람들이 4~50대 이상이더군요. 나이가 들어서도 경기를 관람하면서 박수치고 즐겁게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20년 후에 저도 그럴 수 있을지..
재작년에 열린 대회에서는 키프로스의 마르코스 바그다티스라는 선수가 호주인의 양아들로 아주 뛰어난 활약을 했었죠. 그 선수는 아쉽게도 16강전에서 호주의 휴이트와 붙어서 4시간 57분짜리 풀세트 접전 끝에 지고 말았죠.그리고 작년 대회에서는 아나 이바노비치를 양녀로 삼아서 밀어주었는데요, 준결승에서 이바노비치가 한투초바에게 밀리자 그 때부터 "Let's go Ana, Let's go!" 를 노래하며 일방적으로 응원을 해 준 것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힘이었다고 느껴지더군요. 처음에 누가 혼자 "Go Ana"를 외칠 때만 해도 "Go Daniela"로 응수하던 몇몇 관중들이 있었는데요. 이바노비치 밀어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한투초바의 응원은 들리지 않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아이가 테니스를 칠 기회가 적은 편인데, 호주에서는 초등학생들도 학교 내에서 수업의 연장으로 배우기도 한답니다. 대학에도 테니스 코트가 여러 면 있어서 학생이면 몇천원 내고 자유롭게 테니스를 쉽게 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지요. 우리 나라도 교내에 테니스코트가 종종 있습니다만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런 것들이 참 부럽더군요. 청소할 때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주인만 사용불가라니.. ㅋ
제가 쓰다가 졸려서 중간에 끊고 잠을 잤는데, 다음 이야기는 요즘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로 사랑을 받는 "호주의 와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