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은 2시 22분.
잠을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조금 전까지 집에서 와인을 마시느라..
술을 좋아하는 주인 형님과 쉐어메이트가 와인을 사오는 바람에
잘 다녀오라고 한 잔 하자는 것을 좋다고 같이 하다보니 늦은 시간이 되었군요.
퍼스행 비행기가 8시 출발이니 공항과는 반대쪽인 집에서 6시에는 나서야 하는데
어설프게 잠을 잤다가는 일어나지 못하는 잠꾸러기인지라 그냥 밤을 지새기로 했습니다.
아침잠이 많기에 아침비행기는 쥐약입니다만 왕복 118달러의 특가세일로 산 것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ㅋ
다음 글은 퍼스에 가서 쓰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하여 잠시 있었던 일을 적어보기로 합니다.
애초에 사진을 찍겠다 생각한 것이 아니라서 어두워질 무렵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화질은 최악입니다.
원래 노트북을 넣고 다니는 배낭이 한 개 있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오지 않았어요.
덕분에 여행시 들고갈 가방이 없어서 토트백을 사러 Country Road에 갔답니다.
전에 jhcyonsei님께서 소개하신 이효리가 맨 가방이지요.
여기저기 둘러보았는데 가격대비 성능 및 디자인에서 이를 넘어서는 것은 없어서..
쓰린 속을 달래며 가방을 사고야 말았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가방이 애들레이드에서는 자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랄까요.
가격이 내렸는지 59.95달러에 샀는데..
아이고 배야~ ▀█▄█●
짐을 정리하고 방도 치워놓고 가려고 일찍 집에 가려고 했는데 (그래봤자 6시 넘어서)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 낯선 인물 두 사람이 보입니다.
저성능 핸드폰 카메라 덕분에 알아보기 힘들지만
Adelaide Metro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흰 모자를 쓴 직원들입니다.
이들이 왜 등장을 했을까요? 티켓 검사라도 하나요?
이들의 등장이유는 버스 시간표를 나누어주기 위해서인데요.
서울에서 시내버스는 몇 분에 한 대씩 오니까 굳이 시간표가 필요없지만
노선별로 15분에서 1시간마다 한 대씩 버스가 다니는 애들레이드는 시간표가 필수랍니다.
이는 다른 호주의 대도시들도 비슷하지요.
제가 타는 노선의 시간표를 찾자 아저씨가 다가와 어느 버스를 타냐고 묻습니다.
- 178번 주세요.
170번대 시간표는 다 떨어졌어. 너무 인기있어 (Very Popular~)
대신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고, 메트로에 찾아와서 가져갈 수도 있지.
- 에이 그럼 M44라도 주세요.
그건 많어. 옛다~
이 아저씨는 심심한지 아니면 직업정신이 투철한지 버스정류장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말을 겁니다.
저 승객도 178번을 달라고 하는데
역시 없다며 very Popular로 끝을 맺습니다.
버스가 오는지 지켜보고 있어요.
지나가는 사람도 붙잡고 시간표 필요하냐고 묻는 아저씨.
매일 이렇게 버스시간표를 나누어줄까요?
아닙니다.
갑자기 이 아저씨 일행이 등장한 이유는 이번 달 27일부터 시간표 개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시간표 개정으로 저는 조금 유리해진 것이
지금까지는 급행버스의 막차가 오후 5시 53분에 시티에서 출발을 했는데
6시 23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새로 추가되어 수업 끝나고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같이 있던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아요.
화장실에라도 다녀오셨는지 한참 뒤에 등장을 합니다.
버스가 도착하자 아저씨는 해당 노선의 시간표를 들고 버스 앞으로 재빨리 달려갑니다.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에게 새 시간표를 나누어주는 것이지요.
아주머니는 쉬고 계시군요.
시간표 바뀐다고 새 시간표를 나누어주는 것은 친절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런 비용 줄여서 버스비를 조금 낮출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학생 할인(Concession)에 멀티트립 티켓을 사도 한 번에 $1.44 정도 내는데
인쇄비와 인건비를 절약하면 요금인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너무 냉정한가요?
그럼 저는 퍼스에 가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퍼스가 어떤 곳이냐고요?
이렇게 생긴 곳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