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시드니는 봄을 건너뛰고 여름으로 넘어가는가 싶더니 어제 저녁부터 천둥을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리더군요.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과 강의실을 강하게 울린 천둥 소리에 깜짝 놀라긴 하였지만 오랜만에 내리는 비라서 반갑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오늘 이른 새벽. 창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진한 붉은색' 이었습니다. 밖에서 루미나리에를 할리는 없고 뭔가 하고 창밖을 보니 그야말로 온통 하늘이 RED 천지 였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그동안 보아왔던 재난영화들의 스토리가 머릿속에서 쏵쏵 지나가면서 앞으로 제 운명은 어떻게 되는건지, 결국 시드니에 온지 얼마 못되어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는건가 싶어 잔뜩 겁에 질렸습니다.
하지만 코로 들어오는 '강한 먼지 냄새'와 바닥에 가볍게 쌓인 '진한 황토' 를 보니 붉은 하늘의 원인은 '황사'일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둘러 인터넷을 접속하여 시드니 모닝 헤럴드, ABC 방송 등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난리가 났습니다. 붉은 배경의 오페라 하우스, 붉은 배경의 하버 브릿지, 붉은 배경이 쿠지 비치, 붉은 배경이 본다이 비치..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독자(시청자)를 대상으로 관련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한 탓인지 이들의 사진 제보로 시드니 곳곳의 붉은 모습이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더라구요.
어찌된 일인지 기사를 읽어보니 짙은 먼지 구름(dust cloud)이 시드니 하늘을 두텁게 덮고 있는데 일출 시간에 맞추어 등장한 태양이 이 구름을 제대로 뚫지 못하여 붉게 물든 것이라고 합니다. 일단은 '지구 최후의 날' 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계속 기침이 나오고 닦아도 닦아도 계속 쌓이는 미세한 황토 먼지 때문에 걱정입니다.
업데이트 되는 기사를 보니 기상청 관계자도 붉은 하늘은 자기 자신도 난생 처음 보는 일이다, 아마도 내일까지 황사는 계속 될 것이다라고 하네요. 먼지들은 뉴사우스웨일즈 내륙지방과 남호주지역에서부터 날아왔다고 하는데요,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먼지 농도가 상당히 짙다는 것, 제가 맡아봐도 먼지 냄새가 지독합니다. 그래도 이 먼지들이 강풍을 따라 뉴사우스웨일스주를 넘어 퀸즐랜드주의 브리즈번까지 갔다고 합니다. 다행히 브리즈번은 시드니보다는 많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빨리 멈춰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때문에 도로, 페리, 항공편이 통제 또는 연기되었고, 시드니 공항으로 들어오는 국제항공편은 브리즈번과 멜번공항으로 회항했다고 합니다. 짙은 먼지로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호흡환자 등의 요청으로 000(우리나라의 119) 전화통에는 불이 나고 있다고 하고, 보건 당국은 가능한 외출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날이 서서히 밝아지자 여기저기서 앰뷸런스 소리가 나고 평소와 달리 출근하는 사람과 차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에 붉었던 하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렌지, 골드, 그리고 옐로로 변하더니 지금은 많이 맑아졌기는 하지만 먼지와 강풍은 멈추지 않고 있네요. ㅠㅠ
아침에 깜짝 놀라서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에요. 점점 색이 옅어지죠? 젤 위에 사진은 그야말로 RED!
다음은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서 발췌한 사진입니다. 붉은 배경의 하버 브릿지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