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볼 때 호주는 초등학생들의 천국에 가깝게 보여집니다. 무엇보다도 공부에 대한 압력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자랍니다. 제가 있는 이곳 빅토리아주의 초등학교들은 9시에 시작해서 3시30분에 마칩니다. 학교 끝나면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 주로 Footy(호주축구), 농구, 크리켓(야구와 비슷함), 테니스 등의 스포츠 관련 취미생활들을 즐기며 여자아이들도 발레, 드라마, 수영, 테니스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합니다. 숙제도 별로 없고, 시험도 거의 없고, 수면시간도 엄청 깁니다. 우리는 보통 어린이들은 9시간 정도 자야 한다고 하지만 이곳은 10시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보통 늦어도 9시 이전에는 잠자리에 듭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영어, 수학, 논술, 피아노 등등 학원 끝나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학교 숙제, 학원 숙제 다 하고 잠자리에 들려면 보통 10시, 고학년이라면 11시가 넘어야 하는데 정말 대조적이죠?
학교에는 교복을 입고 다닙니다. 주로 면으로 된 칼라 있는 폴로티셔츠와 바지, 여자아이들은 원피스도 입고, 겨울에는 자켓을 그 위에 입습니다. 여름에는 햇빛 때문에 꼭 모자를 써야 합니다. 교과서는 없습니다. 등에 짊어진 큰 책가방 속은 거의 도시락이 차지합니다. 한국에는 급식이 있지만 이곳에는 매일 엄마들이 도시락을 싸줍니다. 주로 샌드위치 등의 빵 종류를 많이 싸오고 여러 나라의 문화가 섞인 곳 이니 만큼 정말 다양한 메뉴들이 점심 도시락에 담겨져 옵니다. 점심시간은 1시정도에 시작하고 그 전에 11시쯤에는 긴 쉬는시간(Recss)이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간식을 먹습니다. 이 점심시간과 쉬는시간에 아이들은 먹을것을 빨리 먹고 운동장에서 뛰어놉니다. 운동장에는 철봉 종류의 Monkey bar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매달려 그야말로 원숭이처럼 능숙하게 놉니다. 손짚고 옆으로 재주넘는 cartwheel 이라던지 공중제비, 다리 찢기 등 이곳 아이들은 몸으로 하는 놀이에 너무도 능숙합니다.
이곳의 등하교는 보통 부모들이 차로 아이들을 실어 나릅니다. 물론 학교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걷거나 자전거, 혹은 scooter(우리나라 씽씽카 같은 것) 같은것들을 타고 다니지만 많은 아이들이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합니다. 집들이 모두 넓게 분포되어 있으니 우리나라처럼 걷기에는 좀 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하교 후의 모든 방과후 활동도 부모가 모두 데려다 주고 기다렸다가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부지런해야 합니다. 이럴때는 한국의 각종 학원 차량들이 그리워집니다. 한국에 있을때보다 도시락도 싸줘야하고 운전도 해 줘야 하니 엄마들이 많이 바쁩니다. 엄마들 입장에서는 한국이 조금 더 편한 것 같긴 하지만, 아이들이 이곳에서 학교를 즐겁게 다니고 많은 시간을 학원에 쫓기지 않고 뛰어 놀며 보내는 것을 보면 아이들에게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왜 사교육에 그렇게 시달리며 자라나야 하는지 참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