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토요일에 게잡이 낚시를 갔다가 게를 낚기는 했으나 너무 자비로운 탓에 모두 놓아주고 왔답니다.
양동이 도둑을 맞지 않았더라면 한 두 마리라도 건져 올 수 있었습니다만..
오히려 게망을 두 개나 잃어버려서 재산 손실을 입고 왔지요.
오늘은 학교에서 공부를 좀 하다가 오려고 도시락까지 미리 잘 싸두었지만
도시락을 놓고 가는 바람에 일찍 집에 와서 형님 부부를 따라 슈퍼마켓에 다녀왔다는군요.
그러면 뉴질랜드로 다시 돌아가 오클랜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뉴질랜드 이야기도 끝이 가까워지고 있어요.
전할 것은 많지만 같은 곳만 소개하면 식상해지니까 적당히 끝을 내려고 합니다.
웰링턴에서 13시간 가까이 걸려서 오클랜드에 도착을 했습니다.
중간에 열차 운행을 할 수 없다고 해서 버스로 갈아탔다가 다시 열차를 타는 우여곡절 끝에 도착을 했지요.
그냥 비행기를 탈 것을 그랬다면서 후회가 좀 되더군요.
오클랜드의 랜드마크라면 저 스카이 타워(Sky Tower)입니다.
복합엔터테인먼트몰인 스카이 시티(Sky City) 위에 세워진 저 타워의 높이가 무려 328미터라고 하는군요.
스카이 시티에는 카지노와 호텔, 그리고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이 있는데
오클랜드에서는 정말 마지막 남은 센트까지 긁어모아야 했기에 타워에 올라갈까 망설이다가 포기했습니다.
만약 날씨가 맑았더라면 올라가서 구경을 했을텐데 흐리고 비가 내리는 탓에 돈이 아까울 것 같더군요.
원래 이 날은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나가서 좀 돌아다니다가 느지막히 공항으로 가서 밤을 새야 했으나
오클랜드 공항 출국세가 없어졌다고 해서 출국세로 남겨두었던 비상금으로 숙소에 하루 더 묵을 수 있게 되었지요.
역시 시드니와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만행에 가까운 식사는 결국 사람을 참 처량하게 만들고 맙니다.
스카이 타워를 포기한 대신 헐리우드 커피 한 잔을 사 마시기로 합니다.
아껴둔 타워 입장료가 15~18달러(높이에 따라 요금이 다름)인지라 그 돈을 먹는 데 쓰기로 한 거죠.
공항버스를 탈 14달러를 빼니 16달러가 남았는데 커피값으로 일부 사라집니다.
550달러로 열흘 정도 숙식을 해결한 것을 보면 스스로도 참 용하다 싶어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여행시 하루 100달러 쓰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데 말이죠.
가진 것이 없으면 생활력이라도 강해야 하니까요. 헤헤
시애틀 에스프레소도 있지만
커피 한 잔 마시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될까 걱정이 되어 헐리우드로 향했다는 후문입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호주로 돌아가야 하는지라 충분한 수면은 필수입니다.
비가 좀 많이 오자 빗물이 고이는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더군요.
발을 딛을 때 뭔가 순간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서 급 공중부양 후 축지법을 써보려 했으나
본좌님께 배우지 아니한 탓에 그냥 실패하고 물 웅덩이에 살짝 빠지고 맙니다.
이어서 차들이 지나다니며 물을 뿌리는 수공을 시작했지만 날렵한 몸놀림으로 가뿐하게 피합니다.
예전에 판관 포청천을 보면서 익혀둔 경공술을 써먹을 때가 있더군요.
그러나 한 쪽 신발 끝이 젖어서 이것을 체온으로 말릴 때까지는 계속 돌아다녀야겠더군요.
오클랜드에는 시티 서킷(City Circuit)이라는 무료 버스가 있습니다만
노선이 짧고 관광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별로입니다.
퀸 스트리트(Queen St.)의 뒷편으로 골목길이 여럿 나 있는데 이 쪽의 분위기가 제법 괜찮습니다.
일요일인데다 비도 오고 해서 사람들은 많지 않아 조용합니다만 예쁜 거리입니다.
날이 맑으면 저런 곳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면 좋겠지요.
이제 분위기 좋다고 음식을 사먹는 부적절한 행위는 하지 않을 겁니다.
살짝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다보면 오클랜드 대학도 언젠가 만날 수 있습니다.
이미 한 번 올라갔다 온 뒤라 이 날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평소 같으면 사람들이 앉아서 노닥거리고 있을 법한 장소인데 비가 와서 조용합니다.
날이 맑으면 뒷골목 탐험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비가 와서 움직이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죠.
스카이 타워 높은 전망대는 못 올라가지만, 낮은 전망대는 올라갈 정도의 돈이 남아서 고민을 하다가
날씨가 좋지 않으니 그냥 펍에 가서 맥주나 한 잔 할까 하려는 찰나 갑자기 하버 브릿지에 가보고 싶더군요.
여전히 흐린 날씨이지만 잠시 비는 그친 것 같고 그다지 멀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예측을 믿고 그 쪽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혹시 다리 위에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바이아덕트 하버(Viaduct Harbour)를 지나
웨스트헤븐 마리나(Westheaven Marina)로 향하는 짧지 않은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렇지만 이미 걷는 것은 특기가 된 지 오래입니다.
아주 많은 요트가 있고 그 뒤로 하버 브릿지가 보입니다.
여러분들께만 알려드리자면 시드니 하버 브릿지보다 못생겼대요.
비밀이니까 잠꾸러기가 그랬다고 뉴질랜드 가서 말하지 마세요.
왔노라. 보았노라. 요트를..
웨스트헤븐 마리나는 요트들이 많이 정박하는 곳으로 유명하지요.
오클랜드의 공식적인 별명 역시 "City of Sail" 이니까요.
참고로 애들레이드의 별명은 "City of Church" 입니다.
이것은 공식적으로는 쓰이지 않지만, 호주 혹은 영어권 가이드북에서 애들레이드를 언급할 때 많이 쓰입니다.
저 많은 요트 중에 주인 잃은 것이 하나 있다면 참 좋겠어요.
집과 자동차, 그리고 요트가 있으면 이런 곳에서 사는 삶이 참 행복하겠지요.
그래도 저는 그 세 가지가 없어도 가족이 있는 한국이 좋습니다만..
많은 요트에 시티의 건물들이 가려집니다.
스카이 타워가 홀로 씩씩하게 위용을 자랑하고 있군요.
자, 마침내 하버 브릿지와 연결되는 길까지 왔습니다만..
자동차 전용도로(Motorway)인지라 올라갈 길이 없습니다.
괜히 올라갔다가 사고의 위험도 있고 벌금에 대한 공포 때문에 순순히 포기합니다.
다리 밑으로 가서 혹시 무슨 길이 있지 않을까 살펴보았으나 매정한 철조망 뿐입니다.
단거 조심해야죠.
저런 녹슨 철사리본에 찔리면 파상풍 걸릴 수도 있어요.
결국 하버 브릿지에는 올라가보지 못하고 그냥 이렇게 사진만 찍습니다.
오클랜드 하버 브릿지는 다리 위 교각을 오르는 것 외에 다리 위에서 번지 점프도 하는 투어 상품이 있지만
이 날은 비도 내리고 날씨가 안 좋아 투어가 진행되지 않더군요.
스카이 타워도 스카이 워크라는 전망대 주변 한 바퀴 도는 것과 스카이 점프라는 192m 짜리 번지점프가 있는데
역시 이 날은 모든 외부 액티비티는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어차피 모두 예산 범위를 초과한 실현가능성 제로의 일입니다만..
뒤늦게 읽어본 가이드북에 따르면 스카이 점프를 하고 나면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이렇게 구경을 하고 다시 시티로 돌아가 일찍 저녁을 해서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순간 날이 맑아져서 사진을 찍겠다고 다시 웨스트헤븐 마리나로 갑니다.
예쁜 야경 사진이 나오겠다 싶었으나..
자리를 잡는 순간 하늘은 다시 구름으로 뒤덮입니다.
하늘이 끝까지 도와주지 않지만 그래도 사진으로나마 담아봅니다.
일반적으로 일요일은 야경을 찍기에 가장 좋지 않은 날인데
그 이유는 건물의 조명이 많이 들어오지 않고 차량의 통행도 많지 않아 빛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날이 아예 흐리면 사진이 아주 별로가 된답니다.
조금 더 어두워진 후에 찍은 사진은 흔들려서 엉망이더군요.
어쨌든 이 길을 두 번이나 왕복을 한 끝에 다시 돌아와
스카이 타워를 보며 쓴 입맛을 다시고 여행을 마칠 준비를 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저의 흥미 혹은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정반대이지만
이 웹사이트와 어울릴 것 같은 사진과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