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시드니는 지난 주 30도를 넘는 한여름 날씨가 지속되다가 오늘은 더위를 식혀줄 비가 내리고 있네요. 오늘 시드니 곳곳에서 많은 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 비 때문에 모처럼 열리는 행사의 흥이 한풀 꺾일 것 같습니다. 비만 안오면 잠시라도 시티에 나가볼까도 했는데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을 보고는 바로 도서관으로 갔지요.
오늘 해드릴 이야기는 '돈'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동안 시드니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 드려서 호주 유학생활에 대한 환상을 가지시는 분이 혹시라도 계시다면 꼭 현실적인 이 글을 읽고 환상을 깨주시기 바랍니다.
주제는 '등록금' 인데요, 한국에서도 비싼 대학 등록금이 벌써 큰 이슈가 된지 오래이지요. 하지만 호주의 등록금은 한국 대학 등록금보다도 많이 비싸서 유학생들을 많이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ㅠㅠ 게다가 요즘 호주 달러의 고공 행진으로 예년과 비교하여 학비 부담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먼저 등록금 계산에 있어 한국과 큰 차이점이라면 한국은 수강하는 학점수에 관계없이 학기 당 모든 학생이 일정 금액을 내는데요, 제가 다니는 UNSW는 학점단위로 학비가 계산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아래 표는 2010년도의 BUSINESS faculty 의 1학점당 학비입니다. 유학생(호주 영주권 및 시민권자나 뉴질랜드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 신분으로 business 계열의 대학원 석사 과정에 다닌다고 하면 한 학기당 24학점을 수강해야 합니다.
아래 표를 보니 내년 이 과정의 한 학점당 학비는 $610 이군요. 24학점 * $610 = $14,640 이 되고, 원화로 환산(달러당 1,100원 적용)하니 무려 내년 한 학기에 '일천육백일십만원'이네요.... 그렇담 1년에는 무려 '삼천이백이십만원'..... 꺄옥~~~
참고로 비지니스 계열이 UNSW에서는 학비가 가장 비쌉니다.
하지만 이것도 요즘의 호주 달러가 계속 오른다는 것을 가정하면 내년 3월 학비를 내야 하는 시기에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해결할 방법이 여러가지 있는데 왜 징징 거리기만 하느냐'라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첫번째, 24학점 이하로 수강 신청을하면 학비를 줄일 수 있지 않느냐!
학생 비자 소지자는 보통 full-time student 로 분류되고, 비자를 유지하려면 UNSW에서는 18학점 이상 수강하여야 합니다. 또한 대개의 과정이 정해진 기간 안에 졸업을 하려면 24학점을 들어야 되도록 짜여져있어서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24학점 이하로 듣는 것은 불가능하죠.
두번째, '장학금을 받으면 해결되지 않느냐!'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UNSW의 대학원 석사 과정은 research 과정과 coursework 과정의 두 개인데 research 과정은 장학금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coursework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coursework 과정에 다닌다면 교내 장학금은 거의 받기 힘들고 혹시라도 장학금이 필요하다면 외부 기관을 알아봐야 합니다만 그 역시도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세번째, 호주는 학생 비자 소지자에게 주당 20시간의 노동을 허용한다는데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벌면 되지 않느냐!'
역시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통 한 학기에 6학점짜리 4과목을 듣게 되는데 코스 아웃라인에 과목별로 주당 10-12시간을 자습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것은 관련 과목에 배경 지식이 있을 경우에 해당되는 사항이고, 전공을 바꾸었다고 하면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공부해야 합니다. 즉, 주당 최소 40-50시간을 자습해야만이 수업을 따라잡울 수 있다는 말인데요, 이 때문에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 많이 힘듭니다. 돈을 벌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면 성적표에 'F'가 찍힐 수가 있고, 이 과목을 재수강 해야 하니 또 그만큼 돈을 더 들여야 하죠..
혹시라도 아르바이트가 가능하여 주당 20시간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돈으로 학비를 내기는 커녕 방값과 생활비 내기도 벅찹니다.
따라서 학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머리 짜내어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1. 영주권을 받고 호주에 온다(영주권자는 Domestic 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학생비자 소지자 대비 30% 가량 저렴)
2.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과목 면제(exemption)를 받아 수강 과목 수를 줄인다..
하지만 향후 영주권이나 자격 신청 등 특별한 목적이 있다면 한국에서 수강해서 면제를 받았더라도 호주에서 다시 수강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3. 최대한 환율 우대를 많이 받아 환전 시 한 푼이라도 아낀다..............
아쉽게도 이처럼 군색한 방법뿐이 없네요..
비싼 학비와 높은 환율로 요즘 호주에 있는 유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 꿈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여기에 왔을 때의 꿈과 희망을 잃지 말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리라는 희망과 꿈을 가지고 끝까지 잘 이겨나갑시다! 서로 돕고 응원하면서 말이에요^^
※ domestic 학생은 유학생에 비해 조금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호주 대학 등록금 많이 비쌉니다. 이렇게 비싼 등록금을 호주 대학생들은 어떻게 감당하냐고요? 이들에게는 좋은 제도가 있습니다. 연방정부에서 대학 등록금을 대출해주고, 나중에 직장이 생겨 충분한 소득이 나오면 천천히 갚아간다고 하네요. 이는 호주 시민권자에게만 해당된다고 해서,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가 대학 또는 대학원 갈 즈음에 시민권을 신청하여 받는 사례를 주변에서 종종 봅니다. 더 놀랄 일은 호주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은 집 렌트 보조금도 나온다는 사실!
* UNSW 오실 분은 아래의 사이트에서 내년 학비 내역 참고하세요.
https://my.unsw.edu.au/student/fees/ScheduleTuitionFees.html
* UNSW 장학금 안내 사이트
http://www.scholarships.unsw.edu.au/scholarship/sc_al_authentication.login?p_status=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