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따뜻한 남국 호주로 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왔는데 온 지 4일째 되는 오늘에서야 모든 것이 하나씩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원래는 호주의 와인에 대해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제가 오면서 "수하물 분실 사고" 를 당했기에 그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 합니다. 와인 이야기는 좀 나중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시드니로 와서 브리즈번행 국내선을 탔는데요. 항공사는 버진 블루지요. 돈을 조금 아끼려고 버진 블루를 탔다가 낭패를 보게 됩니다. 버진 블루는 두 번째 탑승인데, 첫 번째 탑승에서도 1시간 20분 지연이라는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국내선 터미널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읽던 오바마씨의 책을 놓고 내린 것 때문에 찝찝해 하고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문제의 버진 블루입니다. 승무원이 친절해서 기분 좋게 탔는데, 이거야 원..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해서 배낭을 찾으러 제일 먼저 달려가 찾아보니 그 녀석이 전혀 보이질 않더군요. 어찌된 일일까 걱정을 하면서도 아직까지 짐을 잃어버린 적이 없어서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수하물 픽업이 끝난 뒤에도 나오지 않아서 "Baggage Blue" 라는 버진 블루의 수하물 센터에 가서 물어보았죠. 짐을 기다릴 때는 이름이 재미있어서 사진에 담아두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막상 일이 터지니 그런 것은 없었던 것이 되었지요.
블루 : 안녕. 뭐 도와줄까?
잠꾸러기 : 안녕. 내 배낭을 찾을 수 없어..
블루 : 진짜? 너의 탑승권과 수하물 딱지 좀 보여줘.
잠꾸러기 : 여기..
블루 : 잠시만 기다려봐.. (짐을 찾으러 안으로 들어가더니..)
...
..
.
블루 : (돌아와서는) 혹시 다른 쪽에 있는 것은 아니니?
잠꾸러기 : 없는데..
블루 : 그래. 그게 어떻게 생긴 것이니?
잠꾸러기 : 음.. 뚜껑은 파랗고, 몸통은 검정색의 큰 배낭이야.
블루 : 다시 한 번 조회를 해볼께.
잠꾸러기 : 그래.
블루 : 미안. 찾을 수가 없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주소와 연락처 좀 알려줘~
잠꾸러기 : 여기에 지금 와서 어디로 갈 지는 모르겠고, 이메일하고 로밍해온 전화번호 알려줄께.
블루 : 그거 텍스트 전송은 되는거지?
잠꾸러기 : 아마 그럴걸.
블루 : 혹시 가방을 열면 가장 먼저 뭐가 튀어 나오니?
잠꾸러기 : 흰색 후드하고 론리 플래닛 호주편을 비롯한 책 몇 권과 기타 잡다한 전선 뭉치가 나올거야.
블루 : 그럼 너의 이메일을 잘 확인해보고, 머물 곳 정하는 대로 우리한테 전화해서 주소를 알려줘.
잠꾸러기 : 그래.
블루 : 미안해. 잊지 말고 연락처 알려줘
잠꾸러기 : 그래. 잘 있어~
이렇게 되었지요. 계속 이메일을 확인하는데도 얘들은 연락이 없더군요. 참다 못해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보니 찾았다면서 어디로 보내줄 지 물어보더군요. 덕분에 짐은 당일 밤에 찾았지만 이런 일을 당할 경우 취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수하물의 사진을 찍어둔다. "백문이불여일견" 이라고 손짓발짓 다 해가면서 설명하는 것보다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이해시키기 유리하지요.
두 번째는 분실시 그 자리에서 임시 생활비를 요구하라는 점이지요. 도시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면 소지품을 분실하면 속옷 및 세면 도구를 당장 구입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미리 받으라고 합니다. 저는 몰라서 못했는데 좀 아쉽습니다. 영어로는 Out of Pocket Expenses 라고 한다니 꼭 알아두세요. 이는 고객이 요구하지 않으면 항공사에서는 절대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답니다. 그러니 강하게 밀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항공사에서는 이런 물건들을 구비한 서바이벌 키트를 준비해 준다고도 합니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것인데 당장 필요한 것은 늘 몸에서 떼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요. 여권 및 지갑 등은 늘 수중에 가지고 있어야 수하물 분실 시에도 다른 일정을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네 번째는 현지 주소와 연락처를 가능하면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래야 번거로운 절차 없이 당장 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예전에는 구입시 아무런 번거로운 절차가 없던 프리페이드 핸드폰 개통시에 간단한 서류작성 절차가 생겼더군요. 심카드를 사러 갔다가 없대서 급한 마음에 아예 새 제품 세트를 달라고 했는데 구입시에 여권 확인 절차와 함께 일정 양식의 서류를 작성해야 합니다. 여권 외에 신용카드 또는 은행카드 등이 필요하기는 합니다만 간단하니 너무 걱정은 마시고.. 이 서류가 등장한 이유는 프리페이드가 가입이 쉽기 때문에 테러 등에 이용될 소지가 있어서라고는 합니다만.. 없던 것이 등장하니 기분이 깔끔하지는 않군요.
다음 이야기는 "생활 기반 마련" 편이 되겠습니다. 저는 이제 장을 보러 가야합니다. ㅎㅎ 모두들 즐거운 저녁식사를 즐기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