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떠돌아다니고 있는 잠꾸러기입니다. 지금은 어찌어찌해서 시드니까지 흘러와서 사흘을 보내고 내일은 애들레이드에 가기 전 멜번에 잠시 스톱합니다. 생활비를 잘 아껴서 쓰다보니 마지막에 방세 보증금까지 해서 약 700달러가 남는데 비행기값 지불하고 나면 2주를 버티기는 어렵겠다 싶어서 카드(엄마 카드 아닌 매달 은행계좌에서 자동이체되는 무시무시한 본인 명의의 카드)로 300달러만 써야지 했는데 넘겨서 쓰고 말았네요. 브리즈번 쪽에 갔을 때 머문 집 아이들 선물 사주고 고기 사고 어쩌고 하다보니 그냥 백팩에서 일주일 지내는 것보다 돈을 더 써버리게 되더군요. 당연히 백팩보다는 편했지만 남의 일을 도와주고 어쩌다보니 마지막 홀리데이에 많은 지장이 있었지만 보람이 있었다고 해야할까요.
어쨌든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인터넷뱅킹으로 결제를 하고 나니 남는 잔고는 약 80달러. 셔틀비 내고, 키 보증금 내고 어쩌고 나니 이제 남는 것은 손에 꼽히는 정도입니다. 내일 체크아웃하면서 키 보증금을 받으면 약 30달러가 안 되는 돈이 남는군요. 이 돈으로 멜번에서 버텨야 합니다. 시드니에 와서도 밥 한 끼 제대로 사먹지 못하고 이틀 동안 햄버거 한 개와 인스턴트 파스타로 버티다가 오늘에서야 사고를 쳐서 햄버거 사먹느라 8.45달러 그리고 저녁에 써큘러 키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비 피하러 들어간 카페에 20달러를 주고 파스타와 이상한 음식 하나 사먹으니 바로 배탈이 났습니다. 흑 ㅠ.ㅠ 지금 지갑에는 5달러 한 장 있다는군요. 그리고 인터넷 카페에서 4.5달러를 내고 1시간 30분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참 그립지요.
오늘 시드니는 비가 내리다 말다 내리다 말다 하는데 제가 안에 있으면 비는 그치고 밖에 나가면 비가 내렸습니다. 아무래도 비의 신이 저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려고 작정을 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작정하고 덤비는 것들에게는 견뎌낼 재간이 없기에 당하기만 했습니다. 제가 있는 곳은 울루물루에 있는 한 백팩커스. 원래는 회원인 YHA에서 머물고 싶었으나 돈도 없고, 자리도 없고 해서 겨우 예약한 곳이 이 곳입니다. 이름은 G-Day라고 나쁘지는 않은 VIP회원 백팩커스죠. 대개 YHA가 시설 면에서 백팩커스보다 조금 더 깨끗하고 시설도 좋은 편이라 YHA에 익숙해지다보니 백팩이 좀 그렇더군요. 이 곳도 부엌이 좁고 좀 지저분해서 별로입니다만 이 곳을 선택한 이유는 3일 이상 머물면 공항 셔틀버스비를 자기들이 내준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셔틀비는 12달러였는데 14달러로 올라서 지갑에 현금이 12.90달러만 있던 저는 긴급히 63달러가 남아 있는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야만 했고, 시드니 공항 국내선에는 ANZ ATM밖에 없는데 마지막 남은 돈은 BankSA계좌에 있는 거라서 2달러를 수수료로 뜯기니 "벼룩의 간"을 뺏기고 말았습니다.
어제는 The Rocks에 갔다가 시드니 하버브릿지 왕복을 하다가 목이 말라 죽을 고비를 넘겼다 살아나고 오늘은 Bondi Beach에 갔다가 비를 맞아 역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는데 밤에 들른 써큘러 키에서 배탈이 나서 세 번째 위기를 맞이하였다가 간신히 또 살아남았습니다. 이 배탈이 다시 언제 또 말썽을 부릴지 모르니 조심을 해야 하지요.
아침까지만 해도 비가 온다고 생각할 수 없었죠.
본디 아니죠 본다이 비치까지는 약 7km 정도의 거리인데 버스비가 없기에 가볍게 걷기로 합니다.
센테니얼 파크라고 하는 곳이라네요.
내가 가고자하는 곳은 공원이 아니라 본다이 비치다!
가볍게 무시해줍니다.
지도를 안 들고 와서 - 깜박한 것이 아니고 본인의 능력을 믿어보겠다며 - 길을 헤메다 2km는 더 돈 것 같더군요.
어쨌든 Oxford Street을 찾아 잘 갑니다.
호호.. 가운데 길로 죽 따라가면 되겠구나 했는데..
보행자 접근 금지.
아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람..
옆으로 가다보니 저런 육교를 넘어가랍니다.
이 때까지도 푸른 하늘이 살짝 보이기는 하는데..
본다이 정션에 도착을 했습니다.
본다이 비치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죠.
시티가 아닌 곳 치고는 상당한 규모입니다.
제가 가면 Bondi Beach는 Bitch가 되고
Surfers Paradise는 Suffers Paradise가 되지요.
꼭 해변에 가면 날이 좋다가도 나빠져서 즐길 수가 없더군요.
흠.. 관심이 가는데요.
Bondi Road와 Old South Head Road 둘 중 하나로 가야하는데
더 편한 본다이 로드를 놓고 어려운 길을 택합니다.
이 길도 맞네. 죽 따라가면 된다는데..
가다가 길 제대로 헤맵니다.
아.. 여기는 어디일까요?
분명 비치가 가까이 있기는 할텐데..
저기 서퍼가 있다. 저 녀석을 따라가보면..
저 녀석 따라갔다가 길을 다시 잃어버리고 다시 헤맵니다.
어쨌든 그 후에도 갖은 고생과 역경을 넘기며 본다이 비치에 도착하는데 성공을 합니다.
그런데 비가 내립니다.
가자 맥도날드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보자!
어제의 경험으로는 많이 걸을 때는 잘 먹어야 한다.
"그러나 잘 먹을 돈은 없으니 가장 비싼 햄버거를 사먹자."
마이티 앵거스 버거입니다.
나중에보니 칠칠맞게 질질 흘리며 먹었더군요.
비가 그쳤습니다.
살짝 파란 하늘도 보입니다.
바람이 심해서 - 시속 27km 이상이었다죠 -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이것은 채널 10의 Bondi Rescue에서 보던 그런 광경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비키니 아가씨들도 보이지 않고..
그래도 바다를 보며 기분좋아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할 일이 없네요.
서핑을 할 것도 아니요 이런 날에는 해수욕도 아니올시다라서..
전에 lifeinsydney님께서 소개하신 그 Coastal walk를 따라 걸어보기로 합니다.
날이 이런데.. 비가 올 거라고 생각했겠습니까
조금 있으면 남은 구름도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만..
브론테까지 갔다가 돌아오려고 했으나 경관이 괜찮아서 쿠지까지 갑니다.
브론테를 지나서 가다가 비를 맞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뒤로 가지도 못하게 되지요.
용케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비를 피했고,
이어서 가다가 다시 비가 와서 바베큐 장소에서 비를 피하고
조금 괜찮아지자 가다보니 피할 장소가 없는 곳에서부터 물벼락을 맞게 되는 거지요.
쿠지에 가는 동안 비의 폭격이 시작됩니다.
여기가 쿠지인가..
얼른 쿠지가 나와야 한다고..
쿠지 맞답니다.
그래서 비에 젖어 물이 줄줄 흐르는 채로 시티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일찍 돌아왔답니다.
버스비는 4달러 20센트래요. 아이고 비싸라..
SA학생은 시드니에서 학생할인 혜택이 적용이 당연히 안 됩니다. ㅋ
하버브릿지 한 번 넘어다니고 와서는 금방 지쳤는데 이제 몸이 적응이 됐는지 약 17km 걸었는데도 멀쩡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써큘러 키까지 갔다가 시티로 왔는데도 여전히 팔팔합니다.
그러나 저의 찢어진 지갑은 이제 더이상 새어나갈 돈도 없으니 앞으로 더욱 주의를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