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는 역시 Dark Side입니다.
잠시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보려고 왔다가
"해결사" 노릇을 하게 되어 별의별 경험을 다 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병원에 두 번이나 다녀오고 (제가 아픈 것은 아닙니다만)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왔다죠.
제가 있는 집의 아저씨께서 "공 사건" 이 있던 날에 일하다가 다치셔서 병원에 가셨다고 합니다.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다행히 단순 타박상이라고는 했지만 응급실로 가서 엑스레이를 찍기까지 6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는군요. 다른 것은 느릿느릿해도 병원에서도 여기의 일처리는 느려 터져서 정말 급한 환자가 오면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되더군요. 수요일에는 작은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습니다. 피 검사와 소변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이틀이나 사흘 후에야 알 수 있다고.. 피검사도 처음 찾아간 병원에서 한 것이 아니고 옆에 있는 다른 피 검사 전문병원에서 해야 하더군요. 중한 병이라도 걸렸다면 결과가 나오기 전에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겠더군요.
일반적으로 목요일은 시티의 외곽에 있는 동네 쇼핑센터가 9시까지 연장영업을 하는 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쇼핑센터를 찾는데 여기에는 10대 양아치 청소년들도 덩달아 등장을 합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이 여가 시간을 보낼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적어도 PC방과 노래방이라는 값싼 장소가 있으니 말이죠. 그런데 이 나라에는 이런 장소가 드물다보니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시간을 보내는 곳은 쇼핑센터입니다. 물건 구경이나 하면서 떼로 몰려다니며 노는 것이죠. 그런 녀석들이 9시가 되어 쇼핑센터가 문을 닫자 우르르 버스 정류장으로 와서 담배를 물고 피우며 시끌벅적하게 만드는데 분위기가 봐줄 만한 상황이 아니더군요. 딱 보아도 애들인데 담배를 피우고 있어도 보안요원은 그냥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애들과 잡담만 할 뿐이지 뭐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사고의 위험이 있는 행동만을 금지할 따름입니다. 개인주의의 어두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기는 애들에게 훈계하다가 맞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 그냥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리즈번의 남쪽 교외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어둠이 깔린 후부터는 버스 정류장에 보안요원들이 자리를 하여 정류장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보안요원이 버스에 동승하여 혹시 있을 지 모르는 승객의 난동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들어 인구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고 도시가 팽창하면서 부수적으로 따르는 부작용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고 오래간만에 만난 영어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서쪽 교외로 가는 철도에서는 절도가 빈번히 일어나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몇 년 전에는 있지 않았던 일이랍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 시티와 규모가 큰 지역 거점의 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무인역으로 운행이 되고 있어서 역 구내에서 당장 큰 일이 일어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요. 제가 전에 *u*k 을 하자던 변태를 만난 것도 역 플랫폼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이름난 휴양도시 골드 코스트는 치안이 더 멍멍이판이라서 아예 술병을 들고 버스에 올라타 마시는 사람들도 흔합니다. 길이나 버스에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법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술을 마시면 곱게 취하지 않는 이 녀석들은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아 역시 보안 요원이 정류장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이런 녀석들을 제거합니다.
적어도 한국은 공공장소가 밤늦은 시간에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음에 반해 이 곳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접근성이 떨어져 차량을 구입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대중교통의 안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차량이 필수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밤에 쓰다가 인터넷이 끊겨서 글을 쓰다 말았는데 다시 이어 쓰고 마무리를 지어야겠습니다. 어쨌든 며칠간 일을 돕느라 계획했던 휴가는 거의 보낼 수 없었지만 목요일과 금요일은 조금 여유로운 저 혼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2년 전 엄마처럼 신경써서 잘 해주시던 영어선생님은 모처럼의 만남에 반가워하시며 기꺼이 점심을 사주시고, (이유는 아직 학생이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저의 장래에 대한 여러 질문을 하시더군요. 몇 가지 또 안 좋은 이야기들을 하셨는데 여기에 남기기에는 조금 그런 것 같고요. 그 분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호주는 영어 사회이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는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민도 생각을 하시고 호주에서 정착하여 사는 것을 고려하시지만 호주의 나름대로 잘 정비되어 있는 사회복지제도 - 특별히 재정지원 측면에서 - 와는 달리 여기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며 장기간 지내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를 않고 오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왔던 2년 전만 해도 인기 직종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강화된 이민 심사 때문에 영어 점수 취득이 어려워지면서 호주에서 일은 일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쓰면서 결국 영주권 지원도 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여기의 임금이 높지만 물가 역시 비싸기 때문에 이런 저런 요소들을 다 고려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10달만에 찾은 변화한 브리즈번의 사진을 몇 장 소개하며 저는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있을 때만 해도 공사중이던 건물들이 완공이 되면서 스카이라인이 많이 바뀌었더군요.
Kurilpa Bridge라는 인도교가 새로 생겼습니다.
시티 북서쪽의 강 상류쪽으로는 또다른 다리 "Go Between"을 건설중이더군요.
Wheel of Brisbane 은 역시 타고 싶지 않았어요.
저에게는 대관람차를 혼자 타면 참 거시기하더라는 경험이 있습니다.
쿠릴파 브릿지는 생긴 것도 독특하지만 조명 시설을 잘 해 두었더군요.
쿠릴파 브릿지에서 본 브리즈번의 야경입니다.
밤이 되어도 안 탑니다. 헤헤
사실은 돈이 없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