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숙소 등을 찾을 때 흔히 쓰는 검트리(www.gumtree.com.au) 라는 사이트를 전에 한 번 언급한 바가 있는데요. 이 사이트에서 피싱 스캠이 상당히 많아서 요즘 경계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사실 저도 애들레이드에 도착해서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주당 $120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시티의 스튜디오 아파트가 나와서 메일을 보냈다가 피싱임을 알고 거래를 안 했는데요. 아마도 검트리 사이트의 이름을 듣고 접속해서 집을 찾다가 혹시나 사기를 당하는 분이 계실까봐 노파심에 제 경험담을 잠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유형은 이렇습니다.
1단계 - 부재중이다.
지금 내가 중요한 일로 해외에 나가 있는데, 그래서 집의 열쇠와 모든 서류를 내가 가지고 있다. 따라서 너는 집 내부를 볼 수는 없고, 외부만 볼 수 있다. 그리고 어플리케이션 폼을 작성해서 보내면 내가 판단해서 답장을 주겠다. 저는 이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어플리케이션 폼을 작성해서 보냈습니다.
2단계 - 좋다. 계약을 하자.
계약을 하자면서 자신이 알려주는 계좌로 Western Union을 통해 보증금과 첫 달 렌트비를 송금을 하면, 확인 후에 열쇠와 영수증 등의 문서를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이 웨스턴 유니언이라는 것만 아니었다면, 크게 의심을 하지 않았을텐데요. 이 웨스턴 유니언의 수수료가 셀 뿐 아니라, 송금 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어떻게 취할 조치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구글에서 본격적으로 스캠에 대한 검색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도 만에 하나 이 녀석이 진짜일 수 있으니 일단은 알겠다고 답을 하고 집 내부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3단계 - 왜 돈을 안 보내는거니?
이 녀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는데요. 돈을 언제 보낼 거냐고 물어서 내일 보내겠다고 답하고 끊었습니다. 이 사람의 영어를 들어보건대 영 신통치 않아서 더욱 스캠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이미 스캠이라는 것이 99%확신이 선 상황인지라 네가 열쇠를 먼저 보내면 내가 돈을 보내겠다고 이메일을 보냅니다.
4단계 -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우리 사이에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신뢰인데 너는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덕분에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메일을 한 번 더 보냅니다. 열쇠 보내라. 그렇지 않으면 연락하지 말고..
5단계 - 그래, 보증금 반만 내라.
결국에는 구차하게 보증금 반이라도 보내라는 메일을 보내왔고, 응답을 하지 않자 그대로 끝났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학교의 Accommodation Service에서 조차 검트리를 추천할 정도로 호주에서는 널리 쓰이는 사이트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처음 호주에서 이 사이트를 접하는 사람들은 자칫 싼 가격에 혹해서 낚시를 당할 확률이 높지요.
제가 의심하게 된 포인트는 몇 가지 있는데요.
1. 집 내부를 볼 수 없다. - 당연히 자신이 살 집의 내부를 살피고 살 지 말 지를 결정해야겠지요. 어디든 그렇지만 호주에서 집 내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나갈 때 혹시 망가지거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보증금을 다 돌려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가구 설치 여부도 중요하고요.
2. 키는 돈을 받으면 주겠다. -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어떻게 믿고 돈을 보낼 수 있을까요.. 혹시나 해서 웨스턴 유니언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돈을 보내고 트랙킹 넘버를 알려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하더군요. 차라리 호주 은행 계좌로 보내달라고 했더라면 나았을 것을 말이죠. 지역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자신이 다 가지고 왔다는 것도 좀 이상하고요. 대개 이런 경우에는 부동산 회사에 맡긴다고 하는군요.
3. 허술한 내부 사진 - 아주 조악한 화질의 어디서 다운받은 모델하우스 사진을 보냈더군요. 오히려 자기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 사진이 없다고 했더라면 믿음이 가겠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어느 광고에서 가져온 느낌이 확 나더군요.
4. 지나치게 싼 가격 - 다른 사이트에서 조회한 비슷한 위치의 집보다 싸더군요. 이 친구가 답을 한 내용에 따르면 자신이 집을 비우는 동안 집과 가구 등의 유지를 위해서 세를 놓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 가격이면 시티에서 독방 하나 쉐어해서 쓸 만한 정도 가격밖에 되지 않더라고요.
5. 다른 광고에서도 비슷한 답변 - 이 사람은 아프리카에 가 있다고 했는데, 또다른 사람은 영국 버밍험에 일하러 갔다며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죠. 그래서 검트리 스캠이라고 구글에 쳐봤더니 이런 내용들이 나오더군요.
6. 어설픈 영어 - 통화를 한 다음에 이 녀석이 사기꾼이라는 확신을 100%하게 되었는데요. 전혀 네이티브 같지 않은 영어에다(물론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닐 수 있지만 최소한 직업 때문에 외국에 나갈 정도 되는 사람의 영어 수준이 아니더군요)
참고로 덧붙이자면 검트리에서 사기꾼들이 즐겨쓰는 수법 중의 하나는 자신이 선교사인지라 아프리카에 나가 있다고 한다는데, 선교하려면 말을 잘 해야 하겠죠.. 통화해보면 다 들통납니다.ㅡㅡ+
이게 제가 처음 받은 메일이에요.
이게 검트리 사이트의 광고인데요.
개인들이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서 이런 사이트에 직접 광고를 올리는 것이고, 자신의 집을 내놓으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대개 사진을 첨부하기 마련입니다. 사진이 없다면 일단 의심하고 시작하세요. 저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사진이 없는 광고는 보지 않습니다. (물론 가짜 사진 올리는 녀석들도 있어요)
이 일을 겪은 이후 다른 광고들을 보고 이메일을 보내면서, "혹시 네가 부재중이고, 그래서 집을 내가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응답하지 말라" 고 했더니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학교 Accommodation Service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더니 스캠이라고 속지 말라고 당부하더군요. 아마도 처음 호주 땅에 발을 디디고, 긴장과 걱정 속에서 머물 곳을 구하다 보면 이런 일에 속을 수 있을 겁니다. 항상 주인을 직접 만나서 집을 보고 계약서에 서명을 하여 이런 불상사를 막아야겠습니다. 해커스 가족 여러분들도 늘 조심하시고 또 조심하시길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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