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애들레이드는 오늘 드디어 40도를 넘어간다고 하더니 36도에서 머무르는 듯합니다. 호주의 일기예보는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이죠. ㅋ 지난 주말에는 금요일에 39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다가 화요일에는 41도까지 갈 거라고 하더니, 어제는 말을 바꾸어 36도 정도라고 하는군요. 내일부터는 기온이 뚝 떨어져 20도대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낮은 온도는 아니지만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니 좀 쌀쌀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도시는 상당히 건조한 덕분에 햇빛만 피하면 더위는 참고 지낼만 하지만, 햇빛은 호주 햇빛 아니랄까봐 강렬합니다. 지난 달에 멜번에서 햇빛과 맞장을 잠시 뜨다가 크게 데인 다음에 썬스크린을 늘 바르고 다니며 조심하고 있어서 아직 큰 피해는 없습니다만, 썬스크린의 잔인한 기름기에 피부가 견뎌내질 못하고 있습니다.
O'week도 이제 끝나고 다음 주부터 학기가 시작을 하는데 생각했던 만큼 O'week이 재미있지는 않았고(지나치게 한국적인 저로서는 정서적 괴리감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관심있던 스포츠 클럽 등에 대한 정보 수집하고 리스트에 이름 적고, Preliminary Lecture를 들으며 수업 탐색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참 난감한데 그나마 한 두명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오늘 오후부터는 교내의 Gym에 가서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시사 잡지를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호주에 있으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둔해지는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호주인들이 호주인 챙기기는 아주 대단한데요. 그 영역은 스포츠, 연예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아카데미 시상식과 여러 이벤트에 참가하는 호주 스타들에 대한 호주인들의 반응입니다.
지난 달에 있었던 호주오픈에서도 호주 선수들의 경기가 프라임타임인 7시 30분에 배치가 되었지요. 16강전에서 호주의 옐레나 도키치(태생은 유고슬라비아입니다만 호주로 귀화했지요)의 경기가 세 시간이나 걸린 덕분에 전년도 우승자 노박 조코비치는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경기를 시작하고야 말았지요. 그 경기를 이기고 8강에서 로딕과 경기를 하다가 기권하면서 온갖 불평을 늘어놓았는데요. 무더운 날씨와 경기 스케쥴을 들더군요. 조코비치야 뭐 어쨌든 간에 호주의 언론이 라파엘 나달이나 로저 페더러의 승리보다 도키치의 승리를 더 크게 보도했음은 물론이고요.
Dokici~~~~~ng!!
한 신문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동사로 만들더군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우리는 국적보다도 "핏줄"을 더 중요시하는데 반해서 호주는 "호주 국적"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도키치의 경우에는 과거 첫 호주오픈 참가시 도키치의 아버지가 도키치는 유고 선수로 출전한다고 해서 호주인들이 엄청난 야유를 퍼부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호주 선수로 출전하면서 홀로 승승장구하며(시드를 배정받지 못해 대진이 어려웠던 관계로 매경기 풀세트 접전 끝에 상대를 이겼죠.) 4강까지 진출하자 그녀는 호주인들의 희망이자 유일한 버팀목이 되었지요.
이는 영화계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작년에 숨진 히스 레저가 골든글로브에 이어서 아카데미에서도 남우조연상을 차지하자 호주 언론들은 이 소식을 빼놓지 않고 보도를 했습니다.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느 호주 배우가 수상 후보에 오르느냐부터 시작해서 수상 결과에 대한 평가까지 주요 뉴스로 다루어집니다.
휴 잭맨과 비욘세가 공연을 했대요.
더군다나 이번 아카데미의 사회자는 그동안 코미디언들이 맡아오던 관례(?)를 깨고 호주 배우인 휴 잭맨이 맡았는데요. (이 친구는 시상식을 마치고 영화 "호주" 홍보차 일본으로 날아갔답니다) 덕분에 시상식 며칠 전부터 휴 잭맨이 사회를 맡아 긴장 속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계속 하였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그의 진행에 대한 호주 평론가들의 평가는 물론, 현지 언론의 평가까지 뉴스로 다루더군요.
호주의 대중 문화는 미국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데요. 특히 영화나 드라마는 더욱 그렇죠.(그러나 호주 사람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약간 부정적인 인식을 하는 듯하고 우려하고 있지요.) 대부분의 드라마가 미국의 드라마이고, 채널을 돌리다보면 하우스, 위기의 주부들, NCIS, 심지어 만화영화 심슨까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호주에서 제작하는 프로그램도 미국에서 포맷을 그대로 수입해 와서 진행자와 출연진만 호주 사람들이 나와서 연출할 뿐입니다. 오프라 윈프리 쇼나 데이비드 레터맨의 Late Show도 밤에 볼 수 있고, 미국의 아침 뉴스도 호주의 아침에 보여줍니다. 아마 50% 이상이 미국 프로그램이지 않을까 싶군요. 덕분에 호주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이 누군지 정말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고, 헐리우드의 소식을 자기네 연예계 소식인 양 전합니다.
예전에는 앤양 좋아했었는데..
프라다에서 장난 아니었죠. ㅋ
어쨌든 휴 잭맨의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놓고, 호주에서는 대단한 찬사를 보냈는데요. 내년에도 그가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을 맡아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일부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궁금해서 미국의 뉴스 사이트를 뒤져서 잠시 정보를 수집해 보았습니다.
Newsday 라는 뉴욕의 신문 조사에 따르면 65.5%가 "excellent", 21.5%가 "good", 8.1%가 "satisfactory" 그리고 5%가 "fail"이라고 했다는군요. Entertainment Weekly 가 독자들에게 잭맨이 내년에도 사회를 맡아야 하는가는 질문에 70% 이상이 찬성, 29%가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부정적 반응은 휴 잭맨이 "excrement" 와 "pubic hair" 라는 단어를 비롯 수준 낮은 유머를 구사했다는 것인데요, 시상식의 마지막만 보아서(호주의 채널 9에서 밤에 녹화 중계를 했습니다) 어떤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들었어도 그의 유머가 수준이 어떤지 알 리는 없지요. ㅋ
사진을 조금 더 올리고 싶은데, 사진 업로드 창이 자꾸 에러가 납니다. 아무래도 컴퓨터 혹은 인터넷 연결의 문제인 것 같은데 딱히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