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서 공부하고자 하는 애들레이드 학생들을 위한 "Adelaide Abroad" - Exchange Fair가 열렸습니다.
일단 Exchange Fair는 제가 생각한 것과 맞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는데요. 우선 호주 학생들은 거의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제대로 적중했고, 아시아계 학생 중에서는 한국에 관심을 갖는 애들이 적어도 한 둘은 있을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의외로 Engineering 학생들이 몇몇 와서 관심을 가지더군요. 기대했던 동남아시아 학생들은 아예 부스에 등장을 하지 않더라는.. 연아 양의 사진을 인쇄할 시간이 없어서 유진이 누나와 려원이 누나가 등장한 사진 들고 있었는데,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더군요. 켁..
Barr Smith 잔디밭에 대형 천막을 치고 부스를 설치했지요.
바 스미스가 누구인지 일단 알아내야 할 듯해요. ㅎ
호주의 Go8 중에서 동부 해안에 있는 학교들은 외국어 코스로 한국어와 Korean Studies 학위 과정이 개설이 되어 있습니다만 (로컬 학생이나 한국인이 아닌 학생들이 얼마나 공부를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는 그렇지가 않아서.. 애들레이드 대학에서 Asian Studies의 과목은 일본과 중국에 대한 과목이 다수이고, 호주와 아시아 태평양, 옵션으로 인도가 붙는 정도인지라, 한국은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는 편이지요. 그래도 한국 학생들이 가뭄에 콩 나듯 보이기는 하는 듯한데.. 거기에 외국 학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학생 덕분에 학교 내 공식 언어는 영어와 중국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뭐 이런 배경이다 보니 더욱이 중국과 일본을 놓아두고 한국을 찾을 리는 만무하고요,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거나 자료를 챙겨간 학생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하겠지요. 중국은 이 곳 자체가 중국인이 많아서 굳이 가지 않아도 될 듯하고..
일본은 없다??
해당국의 직원, 학생이 참가하면 국기를 그려주는 것 같아요.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WBC에서도 알게 모르게 드러나기도 했지요. 외국에 나와보면 일본이란 나라가 얼마나 강력한 임팩트를 주는 지 정말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사실 역사적인 감정과 함께 일본을 가장 우습게 아는 나라가 우리 나라인지라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서양인들은 대개 일본, 아니면 중국을 먼저 떠올리고, 중국보다는 일본을 상당히 선호하지요.
특히 호주와 일본의 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밀접한데요. 일본의 황태자가 영어 공부를 하러 온 곳도 호주였고, 호주의 대학과 일본 대학은 아주 가까운 관계라서 각 대학의 어학원에 일본 학생들이 단체로 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일본은 학기가 4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이번 달에 어학 연수를 마치고 돌아가는 일본 대학의 학생들 환송 만찬이 학교 곳곳에서 열리기도 하더군요. 어쨌든 호주인들도 일본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서, 일본 대학의 관계자나 학생들이 박람회장에 나오지 않았음에도 일본 대학의 브로슈어는 동이 나버렸습니다. 옆에 있던 중국에서 온 학생이 일본 대학 자료를 찾는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진땀을 내더군요.
한국의 대학들도 호주 대학들과 교류를 하여 이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기는 한데(역시 동부해안 동네에요, 여기는...), 대학의 정규 코스의 Non-award 프로그램이 아닌 부설 어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인정받는 형식이지요. 그리고 방학 때 겨울계절학기를 대체하는 형식이 대부분입니다. 경북대에서는 영문과 학생들이 UQ의 ICTE에서 한 학기 공부를 하는 것이 학점이 인정된다고 하는데.. 일본의 와세다 대학에 다니는 한 일본인 친구는 6개월 어학연수 + 6개월 방문학생 프로그램으로 UQ에서 공부를 한다면서 자기네 학교에서 여러 명이 같이 왔다고 하네요. 한국의 대학에서는 교환학생 외에는 별로 이런 프로그램이 많지가 않지요.
이런 이유에서 한국에서 호주로의 교환학생을 보내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고 하는데요. 양교 간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호주의 대학에서 학생을 받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교환학생은 현지 학교에 돈을 내지 않는데, 가려는 학생은 없는데 오려고만 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임이 분명하지요.
그러면 호주 학생들은 어느 나라에 관심이 많을까요?
당연히 미국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영국, 그리고 캐나다와 기타 유럽 국가 순이라 할 수 있겠네요. 현재 미국은 교육에서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 있지요. 당연히 미국의 유명 대학들은 다른 나라의 학교들과 활발히 교환 협정을 맺을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하지요. 덕분에 여기서도 지원 가능한 대학의 규모나 지명도는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미국 대학들과 맺고 있는 협정과 비슷한 수준이더군요.
영국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선택의 폭은 넓지 않은데,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더군요. 높은 수준에 언어에 장벽이 없어 토플이나 아이엘츠 성적표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자신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나라는 확실히 매력적이겠지요. 캐나다는 위치적으로 정 반대에 있고 추운 나라라서 그런지 호기심을 많이 갖는 것 같더라고요. 유럽은 한 나라에 가서 공부를 하면서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서인지 역시 인기가 있는데, 영어권 국가보다는 다소 조금 떨어집니다.
이에 반해 유럽의 대학들은 호주 학생 유치에 상당히 적극적인데요, 독일,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서는 학교 담당자들이 직접 멀고 먼 호주까지 날아올 정도의 열성을 보이더군요. 요즘 호주 각 대학에서 Exchange Fair가 열리는 철인지라 겸사겸사해서 왔겠지만, 역시 비영어권 국가인 그들에게도 영어권 국가는 매력적인가 보네요. 많은 학생들이 와야, 많은 학생을 보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
덕분에 아시아권 부스는 간간히 들르는 학생들로 대개 썰렁한 편이었고, 그나마 학교 직원이 참석한 싱가포르대학은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대학답게 수십 명의 사인업 리스트를 받더군요. (이 아저씨는 인쇄물은 없이 싱가포르대 뱃지와 사탕으로 학생들을 유인했는데요. 사실 저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제 앞으로 와서 자료를 집어갔어요. 자료만 챙기고 가버린 사람들 사인업리스트를 안 받아서 그렇지..) 과연 몇 명이나 지원을 하고, 다음 학기에 한국으로 갈 지는 의문이지만요.
덧붙이자면, 호주의 학계에서도 미국이 대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호주의 학문 중에서 의학, 생명공학 등은 상당히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인문학이나 사회과학(특히 경제, 경영학은 아시아권 학생들이 많이 옵니다만)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요. 그 이유 중의 하나가 호주 역시 Brain Drain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네요. 호주에서 우수한 인재들은 다 미국으로 가지 호주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첫 번째는 $$$의 차이요, 두 번째는 훨씬 연구하기 유리한 조건 덕분이라고 합니다.
애들레이드 대학의 경제학과에 있는 교수 및 연구원들의 90%가 외국 출신이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호주에서는 유학생들은 유입이 되지만, 우수 인력은 유출이 되는 문제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듣는 수업 중의 하나의 강사가 호주에서 다 뛰어난 사람은 미국으로 갔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해 남아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 하더군요.
학교에서만이 아니고 여러 고급 직업군에 걸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계신 회계사도 이 예가 되겠군요. 이 때문에 호주에서 고급 인력 수요를 충당하고자 이민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이번 경제 위기 덕분에 건설 인력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직업군에서의 이민은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전망인데요, 이는 연방 정부에서 자국민의 일자리 보존을 위함이라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 인력은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여 현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