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한 주를 보냈는데요. 주중에 글을 올리려다가 간신히 복구한 노트북이 또 말썽을 부려서 다시 밀고 새로 설치를 하고, 수업 자료 챙기고 그동안 너무 학교를 오래 떠나 있어서 잊어버린 것들을 공부하기 위해 책 빌리고 하다보니 늦어졌네요. 덕분에 오리엔테이션 할인 가격에 등록한 헬스장도 하루밖에 가지 못하고, 주말에는 친구가 놀러왔는데 잘 놀아주지도 못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생활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2주 밖에 되지 않은 학생이 무엇을 얼마나 잘 알겠습니까마나는 한국과 비교하면서 진행을 하도록 하지요.
일단 강의와 튜토리얼은 50분을 기본으로 합니다. 한국에서는 50분짜리도 있지만 전공과목은 대개 75분 수업이었는데, 30분이 지나면서부터 좀이 쑤시는 저로서는 50분짜리 수업이 상당히 좋더군요. ㅎㅎ
대학 수업의 기본인 강의는 "Lecture Hall" 이라 불리는 대형 강의실에서 이루어집니다. 강의는 주로 교수 혹은 박사과정의 대학원생이 맡게 되는데요(우리 나라와 비슷하죠), 제가 듣는 수업 중에는 적은 경우 13명, 많게는 206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강의를 듣습니다. 13명이 듣는 수업은 선생님이 태국 출신의 박사과정 대학원생인데 특유의 영어 발음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이 듭니다. 자꾸 듣다보면 출신별로 특정 발음이 이상하게 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알아듣는 요령이 생기면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들어와서 강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통계 수업이지요.
사진을 찍자니 왠지 초상권 침해에 걸릴 것 같아서 몰래 찍어서 좀 별로군요. ㅎ
다음 번에는 양해를 구하고 합법적으로 찍어야 할 듯합니다.
이 수업의 선생님은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A4용지에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수업은 시간 단축은 되지만 학생들의 집중력을 상당히 떨어뜨리는 것 같습니다. 칠판에 직접 그림이나 수식을 그려가면서 설명하는 선생님의 설명이 그립습니다.
튜토리얼(튜트)은 역시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이 튜터가 되어 문제풀이와 토론 등으로 수업을 이끌어 갑니다. 튜트는 고등학교 교실보다 작거나 비슷한 크기의 강의실에서 열리는데요, 어떤 곳은 골방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강의에서는 출석을 체크하지 않지만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튜트는 매번 출석 체크를 하고, 2번 이상 빠지면 학점이 안 나갈테니 각오하라는 경고를 하더군요. 튜트는 사람이 적어서 몰래 사진 찍기 어렵고, 처음부터 사진찍자고 하기 그래서.. ㅋ
호주 학생들을 비롯한 서양 학생들과 동양 학생들의 차이는 이 튜트에서 확실히 드러나는데요, 아무래도 "절제"를 미덕으로 삼느라 소극적인 동양 학생들과 달리 서양 학생들은 자기 표현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맞든 틀리든 일단 자기 의견을 내놓는데 열성이지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은 해도 그것을 영어로 옮기느라 버벅대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는 참 부럽기도 하면서, 영어 표현력을 빨리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ㅎ 튜트에 따라서 그룹 과제 혹은 개별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번에는 호주와 세계 경제의 튜트에서 발표를 하게 될 것 같고, 다른 수업에서는 그룹 과제가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도 튜트가 하나 있는데요, 학교 포탈에 접속해서 미리 문제를 좀 풀어보고 가야 합니다.
아마도 이 애들레이드 대학만 유별나서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닐테고, 호주의 대부분의 대학이 비슷한 시스템이리라 생각을 합니다. 튜트는 수업 별로 일주일에 1회 이루어지는데요, 덕분에 이 학교에는 강의실이 많이 있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나라의 강당 격인 강의홀이 여러 개가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일반 건물의 대부분을 연구실과 사무실이 차지하고 있지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에는 단과대학별로 건물이 있어서 제가 다니던 경영대의 수업은 늘 경영관에서 개설이 되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개념이 없고 강의마다 열리는 곳을 쫓아다녀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모두 경제학과의 기초 과목을 듣는데도, 여기저기 왔다리 갔다리 해야 해서 강의실을 기억하기도 돌아다니기도 귀찮습니다. 다행히 좁은 캠퍼스가 위안이 되기는 합니다만, 학과 사무실과 교수 연구실 등이 모두 따로 있어서 조금 어수선한 느낌도 들고, 같은 과 학생들이 모일만한 물리적인 공간이 없는 것도 아쉽더군요. 이는 한국과는 다른 캠퍼스 문화를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고 그런 결과이기도 한 듯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도서관 투어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도서관 시설 이용하느라 애를 먹은 "도서관 습격 사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