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Vice President의 환영사가 있었던 Bonython Hall이지요.
이번주는 O'week의 기간인데요. 교환학생이라는 신분은 참 애매모호하여 좀 어색합니다. 여기서 What are you studying? 이라는 질문에 대개 Bachelor of Economics, Master of Teaching 등 학위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Exchange Student라고 하면 딱히 소속감이 없어서 말이죠. 교환학생은 어떤 과목을 들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뭐라고 대답하기가 그렇습니다. 그냥 여러 가지 들어보려고 한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더군요. ㅋ
일부 수업은 Preliminary Lecture라 하여 수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업을 O'week에 하기도 합니다. 혹시나 해서 아직 신청하지 않은 Introduction to English라는 수업에 들어갔더니 아무래도 줄창 문학작품을 읽는 것 같더군요. 일단 98%가 대부분 Aussie로 추정되는 백인 학생들인데다가 문학과는 아픈 기억이 있어서 수강하지 않을 것 같군요..ㅋ 가뜩이나 없는 문학적 재능에 알아듣기 힘든 스피드로 말하는 녀석들과 어울려 작품을 논한다는 것은 스스로 위기를 불러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옆에 앉아 있던 일본인 여학생은 전공이 영문학이라고 이 과목을 듣는다고 하는데, 그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 되리라 보여집니다. ㅋ 어쨌든 언어적인 문제는 외국인 학생들이 순수학문보다는 실용학문쪽으로 몰리게 하는 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호주에서는 영주권 취득이라는 다른 목적도 존재하겠지만요)
주 3파의 수업은 사람을 아주 게으르게 만들 것 같아서 ESL 수업을 빼고 통계 수업을 하나 넣었는데 덕분에 주 5일 빵빵한 시간표가 만들어졌습니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50분짜리 강의 하나 때문에라도 학교를 가야 하니 무작정 늘어져 있지만은 않을 거라고 기대를 해봅니다. 듣고 싶은 수업이 있었는데 수강 신청이 조금 늦어서 이미 자리가 꽉 찬 상태라서 틈틈이 자리를 엿보고는 있는데 아직 빠지지가 않아서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달에 노트북이 사망한 이후 극적으로 부활을 하기는 하였지만, 제대로 된 복구 CD로 살려낸 것이 아니라 아직 기능상의 허점이 수두룩 합니다. 다행히 무선 랜은 되는데 유선 랜이 안 되고 블루투스는 작동할 생각을 안 하고 소리도 나지 않으며 오피스 프로그램도 없어서 참 난감한 상황이지요. 집에서는 무선 랜이 되지 않아서 집에서 열심히 타자를 쳐서 메모리스틱에 저장을 하고 학교에 와서 올리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 같네요. 모바일 브로드밴드라고 해서 메모리스틱같은 모뎀을 USB포트에 꽂고 일정량의 다운로드 양만큼 사용하는 상품이 있기는 한데요. 노트북의 시스템이 상당히 불안정하여 가입했는데 왠지 작동을 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서 그냥 불편하더라도 참기로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매 학기 2000MB의 다운로드 쿼터를 제공하는데요, 작년까지만 해도 500MB였는데 300% 증가한 것이라고 자랑을 하더군요. 약 2주가 안 되는 사이에 벌써 100MB를 넘겨서 사용했으니 아무래도 나중에 돈을 들여서 쿼터를 사야할 것 같습니다. 쿼터는 100MB에 $1라고 생각을 하면 되는데요. 이런 면에서는 우리 나라가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땅은 넓은데 사람은 없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호주 회사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좀 야박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호주의 다른 대학들도 다 이런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지요.
Uni of Adelaide의 학습 환경을 보자면 하나의 수업은 Lecture, Tutorial(Tute) or Seminar, Practical(Prac) 으로 구성이 되는데요. 프랙은 실험 같은 수업이라서 제가 듣는 수업들은 프랙이 없고 렉쳐와 튜트(튜토리얼)로 구성이 됩니다. 일부 수업은 렉쳐 대신 워크샵의 형태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렉쳐는 약 60~500+ 명 정도가 참여를 하고, 튜트는 15~30+ 로 구성이 되는데요. 한국에서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을 해서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했던 일이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3유닛짜리 수업을 들으면 대개 튜트 1시간과 렉쳐 2시간으로 짜여지는데요. 1시간 수업은 50분씩 진행되므로 한국에 비해서 강의의 비중이 적다고 할 수 있겠지요. 반대로 튜트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서 튜트에 2번 이상 빠지면 학점에 치명타를 입는다고 경고를 하고, 경제학 전공 수업은 수강 신청시 튜트가 주된 수업이고 렉쳐가 연계 수업으로 신청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Independent Learning 이라는 것인데요. 자신이 공부하는 것에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하라는 것이지요. 강의 시간이 많지 않아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선에 그치고, 그 이외의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자율적이지만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My Uni라는 학교의 인트라넷 서비스를 통해서 모든 수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인터넷은 좀 뒤떨어져도 학습 인트라넷 체계는 훨씬 더 잘 갖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제 들어갔던 수업에서는 교수가 주당 약 8시간 정도 스스로 공부하기를 기대한다고 하더군요. 한국에서도 주당 8시간씩 한 과목을 공부한다면 참 좋은 성적이 나왔을텐데, 모든 수업 자료가 영어로 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시간이 두 배는 걸리지 않을까 싶군요. 미션 임파서블로 보이기는 하지만 미리 읽어보라고 책을 두 권을 지정해주어서 집에 오는 길에 도서관에서 빌려서 왔습니다. 덕분에 도서관에서 혼자서 책을 빌리는 법을 익히게 되었지요. 도서관 투어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상하게 학교 투어는 참여하기가 싫어서 말이지요.. ㅋ 다 알면 재미 없어서 하나씩 알아가려고 한다는 이상한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수업의 평가는
85-100 High Distiction
75-84 Distinction
65-74 Credit
50-64 Pass
45-49 Conceded Pass
-44 Fail
이렇게 되는데요. 우리식으로 하자면 순서대로 A,B,C,D,F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Conceded Pass는 해당 과목이 전공과정의 이수과목이라면 Fail과 같고, 타전공자가 취미로 들었을 경우만 Pass로 인정되는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전공자가 49이하의 점수를 받는다면 보충 시험을 다음 학기 시작 전에 치르게 됩니다. Credit만 되어도 괜찮은 점수이고, Distiction이면 잘 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Credit 받기가 어렵다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긍정적인 사고로 보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상대 평가가 아니라 다행이다 싶습니다. ㅎ
그리고 수업마다 강조하는 것은 Plagiarism인데요. 워낙 강력하게 경고를 하다보니 한국에서 주로 써먹었던 사람들이 잘 안 보는 책의 내용을 많이 베껴서 숙제를 내던 행위는 할 수가 없을 듯합니다.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라는 말을 계속해서 듣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는 다소 느슨한 한국과는 좀 비교가 되는데요 역시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월요일에 있었던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를 잠시 하려고 합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자가 호주 배우 휴 잭맨이었지요. 덕분에 호주에서도(그렇지 않아도 원래 헐리우드에 관심이 많지만) 히스 레저의 오스카 수상과 더불어 아카데미가 더 큰 뉴스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O'week 이야기를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