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비행기 세 시간 연착의 아픔을 뒤로 하고, 어렵사리 애들레이드에 도착을 했습니다. 학교 학생이 마중을 나와서 Welcome Pack이라는 간단한 안내 서류와 택시 티켓을 주더니 사라지더군요. 택시를 잡아타고 학교에서 마련해준(공짜는 아니고) 임시 숙소로 이동을 하는데, 어리버리한 택시기사가 동네 한 바퀴 도는 바람에 요금이 두 배는 나온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학교에서 부담을 하는 것이라서 별 문제는 없습니다만, 청구서를 받은 학교에서 이 녀석이 괜히 택시타고 시내구경했다고 생각하지나 않을까 싶군요.
이번에는 비행기 지연을 맞이하여 호주 국내선 비행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3개 회사를 비교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회사들 이외에도 퀸즐랜드 내륙 지방을 취항하는 MacAir나 동부해안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Regional Express 등도 있으나 이용객도 적고 비행기도 흔히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기종이 아닌 몇십 명 태우는 소형 비행기인지라 생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1. 콴타스 (http://www.qantas.com.au)
Spirit of Australia 콴타스는 호주를 대표하는 항공사로 호주 기점으로 전세계를 연결하는 비행기를 운행함과 동시에 국내선 시장도 장악하고 있지요. 이용객이 적은 구간에는 콴타스링크라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소형 항공기도 취항하고 있지요. 기본적으로 콴타스는 저가 항공사가 아니지만, 저가 항공사(특히 버진블루)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하여 인터넷에서 저가로 좌석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콴타스 홈페이지에 가면 Red e-deal이라는 이코노미 좌석을 판매하는데요. 가격은 저가 항공사의 최저 가격보다 약 $10 ~ 30 정도 비싼 편입니다.
매진이 임박한 좌석은 Hurry! 가 뜹니다
사실 저는 콴타스를 타보지 않아서 서비스가 어떻다는 것은 잘 모르겠군요.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지만, 그냥 이용할 만하다" "좌석 간격이 다른 항공사보다 넓어서 타고 다닐만 하다" 는 의견이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수하물을 당연히 실을 수 있으니 때로는 저가 항공사의 수하물 옵션을 선택한 가격보다 싸기도 합니다.
콴타스는 Frequent Flyer라는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비행기 이외에도 호주에서 발행되는 신용카드 및 렌트카 업체 등 제휴 업체를 통해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합니다. 콴타스 이용시의 장점이라면 One World 동맹체의 일원인지라 원월드는 물론 JAL의 JMB 등에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는 점이겠지요.
콴타스의 경우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발권수수료가 높아서 인터넷으로 신용카드 결제시 건당 $7.70의 수수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작은 도시 지역을 운항하는 콴타스링크 항공기입니다. 귀엽죠.
2. 버진 블루 (http://www.virginblue.com.au)
저가 항공사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버진블루는 주로 보잉 737기종을 이용합니다. 전 좌석 이코노미 등급이지만, 조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조건이라는 것은 항공권 예약 후 비행기 변경, 승객 변경 등의 제한이 있느냐, 취소에 따른 수수료가 부과되느냐 등이지요. 여정이 확실히 정해졌다면 굳이 비싼 좌석을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버진 블루에서 가장 싼 좌석은 Go! Fare 인데요, 7kg 미만의 기내용 수하물만 반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굳이 무게를 재는 일은 없고 해서 지나치게 큰 짐이 아니라면 대부분 반입을 허용합니다. 짐이 많다면 $8을 더 지불하는 옵션을 선택하면 되지요. 좌석 간격이 조금 넓은 비상구쪽 좌석은 비행시간에 따라서 $25~45의 추가 요금을 받습니다.
비행기 앞에 Virgin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버진 블루는 동부시각 기준으로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좌석을 할인판매하기도 하는데요. 가까운 날의 좌석을 싸게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지요. 항공권 가격이 날이 가까워질수록 오르는 것은 마찬가지고요. 당일에 표를 구입한다면 가까운 거리라도 $150 정도는 지불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비행기표와 수하물에 대한 여행자보험 $9와 공기 보호한다고 하는 $1.24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기내서비스는 전혀 없고, 필요한 것은 돈 주고 사야합니다. 기내의 TV도 이륙 이후에는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봐야 한다는..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로 항공권을 결제시 건당 $3의 수수료가 부과되고,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다가는 $15를 더 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을 합니다.
버진 블루는 Velocity Rewards 라는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요. 버진 블루는 호주 서부를 중심으로 운항하는 스카이웨스트와 남태평양 지역의 국제선인 퍼시픽 블루와 폴리네시안 블루, 그리고 아시아 지역을 연결하는 버진 아틀란틱, 최근 장거리 노선 취항을 시작한 V Australia 까지 자회사로 두었지요. 그리고 에미레이트 항공, 하와이안 항공, 말레이시아 항공 등과도 제휴를 하고 있습니다. 버진 블루의 마일리지 적립은 거리가 아니라 항공권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데 $1에 5point 적립입니다.
저는 버진 블루를 세 번 타 보았는데, 첫 번째는 1시간 조금 넘게 지연, 두 번째는 수하물 분실(결국 되돌려받기는 했지만..ㅋ), 세 번째는 탑승 과정에서의 실랑이 등으로 전혀 좋은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실랑이 이전까지만 해도 직원들이 꽤 친절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좀 그렇군요.
버진블루의 주 기종은 737-700, 737-800 이지요
버진 블루의 예약화면. 고페어!는 이미 자리가 없군요. 당일에 예약하려니 멜번~애들레이드 구간이 $179라는..
3. 젯스타(http://www.jetstar.com)
콴타스가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버진 블루에 대항하기 위하여 설립한 자회사지요. 비행기 수는 많지 않아서 각 주의 수도를 오가는 비행기가 하루 2~3회 정도에 불과하고(버진블루는 거의 1~2시간마다 있지요), 주로 지역 거점을 기준으로 1시간 내외의 거리 운항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젯스타가 비행을 늘릴수록 모회사인 콴타스의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콴타스가 그다지 선전하고 있지 않은 국제선 노선의 취항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젯스타가 허브로 삼는 지역은 골드코스트지요.ㅎ
젯스타는 현재 주로 사용하는 비행기가 에어버스 320 기종입니다. 항공사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항공기도 오래되지 않아 깔끔하지요. 국제선은 370 기종을 이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전좌석이 동일한 등급의 이코노미 클래스이며, 다리를 좀 펼 수 있는 비상구 좌석은 추가로 $30를 더 지불해야 합니다. 좌석은 젯세이버, 젯플렉스, 스타클래스가 있는데요. 젯세이버를 제외한 젯플렉스와 스타클래스는 콴타스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합니다. 스타클래스는 기내용 수하물을 제외한 짐을 30kg까지(젯세이버, 젯플렉스 20kg) 실을 수 있지요. 체크인 할 짐이 없다면 젯세이버 라이트를 선택하여 젯세이버보다 $10 저렴한 티켓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젯스타의 주력 모델인 에어버스320
역시 기내서비스는 없고, 돈으로 해결을 봐야 하며 대부분의 조건이 버진 블루와 비슷합니다. 티켓을 전화로 구매하면 수수료 내야 하고, 인터넷 신용카드 결제시 $3 수수료도 같지요. 버진블루가 23kg 체크인 수하물 + 7kg 기내용 수하물인데 젯스타는 20kg 체크인 + 10kg 기내용이라는 점이 조금 다르죠. 그리고 기내에 TV가 없습니다. ㅎ 그러나 여기도 기내용 10kg 제한은 눈에 띄지 않는 한 무게를 재지 않고 통과를 합니다.
저는 젯스타를 6번 이용을 했는데, 놀랍게도 2번의 정시도착, 2번의 10분 이내 지연, 1번의 1시간 30분 지연, 그리고 3시간 지연을 겪었습니다. 짐은 잃어버린 적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랄까요.
젯스타의 예약화면. 피크 시간에는 좌석이 없어요. ㅋ
이 3자 구도에 타이거항공이 등장하여 역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원래 호주를 기반으로 한 회사가 아닌데다 취항 노선이 제한적이라 아직까지는 큰 경쟁은 불러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회사는 멜번을 허브로 하고 있는데 브리즈번, 시드니, 다윈 등의 수도에는 취항하지 않고, 애들레이드, 퍼스, 골드 코스트와 기타 작은 도시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호주 국내선 비행기의 지연이 잦은 것은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 느긋한 호주인의 천성이 한 몫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신문에서 보니 작년 브리즈번 공항에서 가장 정시 출발률이 높았던 항공사는 콴타스인데 79%정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젯스타가 78%로 그 다음이고 버진 블루는 자료가 없었는데 5번 중 1번 이상은 출발부터 지연이니 정시 도착이 어려울 수 밖에요.
따라서 호주에서 비행기로 이동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필히 앞뒤로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두고 일정을 계획하시기를 강력히 추천을 합니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아직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애들레이드의 이야기를 담아보겠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