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한국의 뉴스 사이트를 돌아다니다보니 실종되었던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되었고 합니다. 그리고 한 명의 유학생은 재정난으로 투신 자살을 하였고, 또다른 유학생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슬픈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풍족한 생활은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돈에 대한 강박관념은 크지 않은 편인데, 타지에서 주어진 예산 하에서 살다보니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더군요. 그래서인지 이 일이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는 않더군요. 저의 한 달 생활비는 장학금으로 주어지는 80만원, 지금 환율로 따지면 약 800달러가 안 되는 정도에 맞추어져 있지요. 이 금액이면 호주에서 한 달 동안 의식주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이 사는 집의 워킹홀리데이로 온 친구가 주당 700달러 이상을 벌고, 예전에 살았던 사람이 주당 1000달러를 목표로 공장에 간다고 하니까요. 그러다보니 매달 적자가 나지 않을 수 없고, 야금야금 모았두었던 쌈지돈을 쪼개서 쓰고야 말았습니다. 나중 수업료의 일부로 모아오던 돈인데 아쉬움이 크더군요.
일을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지만, 수강신청을 하고 나면 도저히 "정상적인" 일을 할 수 없는 시간표가 만들어지고 맙니다. 이번 학기에는 하나에 1주일에 6시간짜리로 구성된 수학 과목을 여럿 듣다 보니 주 5일 내내 수업이 있는데 오후 5시 혹은 6시에 수업이 끝나고 4일간은 9시에 첫 수업이 있고 다른 하루도 오후 내내 수업이 있어서 매일 중간중간 한 두시간 씩 비는 것으로는 도무지 일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주말에 시간이 비기는 하지만 평일에 수업이 빡빡한 만큼 과제도 해야 하고 코스 리더라고 해서 읽어야 할 글이 산더미요, 거기에 수학 수업은 매주 튜토리얼 문제를 풀어가고 프랙도 있어서 시간을 많이 뺏어가는 괴물입니다. 또 직접 음식을 해먹어야 하니까 슈퍼마켓에 가서 식재료도 사와야 하고, 청소와 빨래를 해야 하다보니 시간이 많다고 할 수도 없네요. 그리고 시간이 나면 혼자서 조금 더 진도를 나간 수학 공부도 해보고 싶고, 짬짬이 일본어 공부를 해서 귀국하면 일본어 능력시험을 응시해보는 것도 바람이지요.
지난 학기에는 한 달에 80만원으로 감당이 되지 않을 그런 집을 구해서 살다보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모아둔 쌈지돈을 몽땅 털고, 학자금대출에서 생활비 명목의 돈까지 가져다 쓰고야 말았지요. 덕분에 돈걱정과 해도 늘지 않는 영어, 그리고 계속 여기 저기 한 군데씩 병이 나는 몸 덕분에 아름다운 기억은 별로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해야겠네요. 그래서 기말고사 끝나고 집을 바로 나와서 이번에 새로 외곽지역으로 옮겨 이사를 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있지요. 다행히 집세에서 많은 금액을 줄일 수 있어서 800달러 이내로 생활을 맞추고, 그리고 가능하면 매달 200달러 정도는 남겼다가 돌아가기 전에 짧게 여행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들은 튜터라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 하지만, 저의 영어 실력은 스스로도 불만인지라 안 되겠고, 수학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설픈 지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된다 싶어서 못하겠더군요. 그러다보니 모든 것이 변명밖에 되지 않는 결론은 게으른 베짱이 학생밖에 되지 않는데요. 이번 학기는 그래도 지난 학기보다는 돈이 나갈 곳이 많이 줄어들어서 조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갔을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병이 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셔서 저도 그냥 부담을 갖지 않고 지내고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호주유학게시판에서 재정적인 문제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신데, 일을 하지 않고서도 꾸준하게 생활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돈이 있느냐의 문제는 참 중요한 것 같아서 입니다. 돈이 부족할 때 타지에서 받게되는 스트레스는 엄청나지요. 한국에서는 주머니에 천 원짜리 한 장만 넣고 다니더라도 교통카드만 충전이 되어 있으면 별다른 걱정이 없던 것이, 먹여주고 재워주는 집이 있기 때문이고 하다못해 친구들에게 미안하더라도 잠시 신세를 질 수 있었던 덕분인데요. 여기서는 돈이 없으면 방을 비워야 하고, 굶어야 하고 모든 것이 돈과 관련되어서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지요. 몇 시간씩 일을 한다면 용돈벌이는 되겠지만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나 여러 가지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호주라는 나라와 학교생활이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어려운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제 경우와 같이 시간표가 아침부터 해질때까지 학교에 붙들어 놓는다든지 공부의 난이도가 다소 있다면 더욱 그러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정적 상황" 이 걱정이 된다면 공부에 신경을 쏟기도 어렵고 생활에 있어서 심리적인 부분도 중요하기 때문에 하니 이 문제가 해결이 된 다음에 유학을 준비하시기를 권장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도 이러한 부분을 간과했던 것이 참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학교 직원분께서 "부족할텐데 괜찮겠니?" 라고 물어보셨을 때 "모자라면 몸으로 해결해야죠" 라고 쉽게 이야기했지만, 해결이 쉽지가 않군요.
어쨌든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월초에 6월 Monthly Award에서 1등의 영광을 누리게 되었는데요. 여러분들과 함께 영광을 나누고자 했으나,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애들레이드 공항에서 비행기 놓친 사건 때문에 발생한 예기치 않은 비용 지불에 상금의 대부분이 들어가고야 말았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잘 안 보이시는 앨리스님께서 뉴질랜드발 국제우편을 보내셨던 것을 보고 나서, 저도 꼭 무언가 하나 해보고 싶었던지라 조그만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어찌보면 자기만족이요, 하나의 기록을 남기고자 시작했던 이 게시판에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되어 참으로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기쁨은 함께 나누면 두배가 된다고 하지요.
이벤트 퀴즈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읽어주신 분들이면 쉽게 답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1. 호주의 6개 주 중의 하나로 주도는 애들레이드이며, 품질좋은 와인의 산지로 유명한 곳은?
a) New South Wales b) South Australia c) Queensland d) Tasmania
2. 다음 도시 중에서 잠꾸러기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은 어디일까요? (아직 소개하지 않은 곳을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a) Melbourne b) Adelaide c) Sydney d) Perth
3. 잠꾸러기는 현재 학교에서 어느 스포츠 클럽 회원일까요?
a) Softball b) K-1 c) Tennis d) Rugby
4. 애들레이드에 흐르는 강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a) 토렌스강 b) 트랜스강 c) 도너츠강 d) 야라강
5. 잠꾸러기가 일광욕을 즐기려고 찾아가려다 실패한 곳은 어디일까요?
a) 보타닉 공원 b) 글레넬 해변 c) 강의실 d) 도서관
정답을 ehyu@paran.com 으로 30일 오후 10시를 넘기지 않고 10시에 가장 가까운 시각에 보내주신 세 분을 선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은 한국시간 GMT +09:00 기준입니다) 개인 정보는 담지 마시고, 답만 써서 보내주시면 제가 개별적으로 답장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기념품의 내용은 저의 친필 엽서 + @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