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내내 날씨가 흐리멍텅하더니 오늘은 비까지 왔어요!
들러붙는 감기군을 떼내려고 허니레몬 티를 한사발 끓여 퍼마시고 있습니다.
훠어이 감기야 가라-_-//
Annus Mirabilis | 12. 굿모닝, 인디아
그래, 저 바다와 하늘은 어쩌면 처음부터 경계도 없이 맞닿아 있었지
우중도시-_-밴쿠버에 비가 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만은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오네요(이 노래를 아시는 분 손들어 주세요!)
저는 경악했습니다-
올해로 36회라고 하면 대략 74년생쯤 되려나
해마다 펼쳐지는 인도 축제는 English Bay를 따라가는 전통 인도식 전차 행렬,
각종 문화 전시와 판매/홍보 부스,
그리고 공짜로 주는 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밥은 중요하죠.
자세한 정보를 드리고 싶은데 공식 홈페이지 아무리 찾아 봐도 나와 있는 것이 없네요.
교통통제는 이렇게 다 해놓고 GG치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하필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오는 게 아니겠어요!!!
같이 보러가기로 한 일행은 약속을 캔슬하고
홈페이지를 뒤져도 RAIN OR SHINE이란 말이 나오지 않아서 불안불안합니다.
그래도, 집 앞이니까 일단 나가는 보자-고 카메라를 챙겨 길을 나섰습니다.
11시부터 시작한다던 행렬은 12시가 가까이 되어도 NO PROBLEM 정신으로 무장했네
하염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하긴 했고
다행히 행사도 그럭저럭 하려는 모양인데
웅성웅성 우글우글 우왕좌왕 이판사판
행렬은 도저히 시작할 기미가 없어요.
행사에는 자고로 분위기 메이커가 있어야 하는 법
축제 분위기와 전혀 딴판인 페어리 혹은 삐에로들(혹은 둘 다일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왼쪽 무지개 스트라이프 치마의 아줌마가 사진찍고 있는 제게 다가와서
'특별한 날이니까 특별히 축복을' 이라면서 요술봉으로 툭툭 치고 갔습니다
제 감기 좀 떨어지게 해 주세요;ㅁ;
주인공은 늦게 나타나게 되어 있다네
행사의 히로인으로 보이는 언니떼가 등장하고 축제가 대열을 갖춘 후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태양의 첫 햇살을 수레로 타고 수많은 별들에 자취를 남기며 광막한 우주로 항해를-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을 끌고 간 행렬 선두의 마차를 제외하면
나머지 전차들은 행진하는 이들이 직접 끌고 있습니다.
고행도 아닌 것이;; 어쩐지 인도스럽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전차 중앙에 보시면 신의 초상이-어느 신인지는 모르겠어요. 시바, 비슈누, 칼리..
작년에 왔던 그 각설이와는 질이 다릅니다 여러분.
찬트(일종의 찬송가)에 흥겨운 멜로디를 붙여 북도 치고 나팔도 불면서 행진을 합니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각양각색의 전통의상 사리도 예쁘고 사람들 즐거워하는 것도 좋네요.
그런데 왼쪽 남자분 가오나시 닮게 나오신 것 같지 않나요? 죄송해요-.-;;
아가야 언니가 사탕 줄게 하루만 언니 동생이 되어주지 않으련?ㅠ.ㅠ
가두 마차 뒤를 따르던 꼬꼬마 기차 행렬에서
붉은 사리에 빈디를 한 꼬마 숙녀가 너무 예뻐서 몰카를 찍고 말았어요.
커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아니고 아슈르와라 라이** 뺨치는 미인이 되겠네요.
** : 시간이 되면 한번 찾아 보세요-줄리아 로버츠가 세계 최고 미인이라고 칭송한 인도 여배우.
신께서 비도 오고 기분이 꾸리하시니, 알아서 기어라!
어린 소년을 신의 아바타로 분장시켜 놓았네요!
동남아 어느 소수민족은 어린 소녀를 뽑아 살아있는 신으로 모신다고 하나요.
날 때부터 위치가 정해진다면 괴롭겠지만 오늘은 일년 중 하루 축제이니 소년에겐 좋은 추억이 되겠네요.
너는 무한하고 헤아릴 수조차 없는 시간을 측정하려 애쓸 것이다
머지 않아 너는 강둑에 기대어 흐르는 시냇물을 일으키고 거침없이 흐르는 물들을 앉아서 지켜보게 되리라
-칼릴 지브란, 예언자-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저도 서양인이 동양에 가진 환상에는 코웃음을 치지만
'인도'라는 나라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해요. 이것도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겠죠
진한 향과 색으로 가득하고, 어디에나 신이 있고 현자가 있고
누군가 '인도의 뒷골목으로 사라져버린다면'다시는 찾지 못할 것만 같은..
긴 수염과 머리칼의 구루(Guru, 영적 스승)이 앞에서 찬트를 외며 가고 있어요.
스승님 가르침을 주세요!! (>_<)
오늘의 포토제닉-아까 그 이쁜 언니. 결국 정면 사진 찍고 말았지롱
생각보다 퍼레이드 행렬은 길지 않은데다 밥 주는 데가 없어서
읭? 했지만, 제가 누구인가요. 의지의 한국인-밥은 먹고 말겠다!!-_-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퍼레이드 일부를 동영상으로 담아봤는데 잘 보이나요'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