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걀사원
인도에 있는 티베트 커뮤니티에서 가장 중요한 사원이자 달라이라마의 직할 사원입니다.
국가적 대사와 관련된 종교, 정치의식을 집행뿐 아니라
맥그로드간즈에서 벌어지는 달라이라마의 대중설법이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사원 자체는 콘크리트 건물로 건축적 미학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턱 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불현듯 무소유를 논하던 법정스님이 떠오릅니다.
빈 몸으로 와서 빈 손으로 간다는, 부처의 가르침 그대로 건축된 건물 같습니다.
이른 아침 사원 뜰에 모여 오체투지 절을 하는 티베트 사람들의 모습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참고하세요!
입장료는 따로 없으며 카메라&노트북&핸드폰 반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출입구에 락커가 있어 맡기면 되고 개방은 일출시부터 20시까지입니다.
안에는 널찍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쉴 수 있는 벤치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난간에 서면 멀리 아랫마을이 한눈에 조망됩니다.
마을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전경이라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애석하지만
오래 길이 남을 마음이라는 공간에 귀하게 모셔옵니다.
또 초로 만든 기도공간부터 일반 기도실이 있습니다.
한사람한사람 염원이 담긴 초가 활활 타오르며 동상 여기저기 담겨지고 세워진 각국의 동전들이 수북히 쌓여있습니다.
종교를 떠나 이곳에 왔다는 의미로 또 진심어린 순수한 마음으로 한국 동전 500원을 두고 왔습니다.
# 줄라캉과 코라
줄라캉은 달라이라마가 거주하는 저택으로 티베트 말로 궁전을 뜻합니다.
몇 차례에 걸친 중국 정부의 암살 시도 탓에 현재는 외부는 인도군에 의해, 내부는 개인 경호원에 의해 지켜지고 있습니다.
보통 때는 경계가 상엄하지만
달라이라마가 단체 접견을 하는 날이면 일반인도 남걀 사원에서 연결되는 통로까지 진입이 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코라는 일종의 순계길로 라운딩코스입니다.
티베트의 왕궁인 포탈라궁을 돌며 기원을 드리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돌다라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입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서 24시간 개방이라 볼 수 있는데,
우리네처럼 전신주 설치가 잘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해가 지면 위험합니다.
줄라캉에서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숲길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시작하여 한 바퀴 돌면 자연스레 남걀 사원쪽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때 조심해야하는 것이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오른쪽 길이 맞습니다.
호기심만땅소녀는 왼쪽길로 갔다, 남의 집에 무단침입한 꼴이 되었다는 후문이!
참고하세요!
#옴마니파메르홈
티베트 사람들은 이 문장을 외며 코라를 돕니다.
문자적인 뜻은 '옴, 연꽃 속에 있는 보석이여', 관세보살을 부르는 주문입니다.
티베트 사람들은 이런 뜻과는 상관 없이 그냥 많이 외우는데
그냥 많이 외우기만 하면 그 자체로 영험함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합니다.
중간쯤 돌면 자그마한 광장과 깔라차크라 사원을 만나게 됩니다.
커다랗고 둥근 마니차가 줄지어 행렬이요, 알록달록 깃발이 바람따라 펄럭이며 바위에 새겨진 문자!
굳이 정해진 시간이 아니어도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티베트 사람 손에 쥐어져 있는 무언가가 있으니,
이것이 마니차입니다.
티베트 사람들은 마니차를 습관처럼 틈만 나면 돌립니다.
매일 매 시간 드리는 기도, 그 기도 속에 담긴 염원을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 생각일기
코라를 돌다 한국 사람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다정한 부자관계인 줄 알았더니 스승과 제자였습니다.
약 1년 동안 세계를 돌며 세상을 배우는 학교,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과 유일무이 남학생!
교장선생님은 가족과 함께 약 3년의 여행을 떠나 돌아왔는데
지인의 부탁으로 자식을 맡고, 또 지인의 지인의 소개로 한 명을 맡아 현재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학교는 유령학교입니다.
정부인증은 받았으나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아니하며 사전 공부 없이 현장에 와서 몸소 배우며 알아가는 현재진행형 학교!
학생 10명에 선생님 3명, 선생님 중 한 분은 부인, 또 한 분은 외국인 청년, 청년은 여행하다 만난 외국인의 자식!
매일 한 명씩 1일 데이트를 하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 호기심만땅소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굴하지 않는 철판소녀, 그나마 다행인 것이 남학생이어서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는 학기 중이라도 선택 하에 1년 동안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할 수 있는 유예시간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아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은 아이의 삶이 아니며 행복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물론 부모의 마음이 이같으니 당연한 순리지만
가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용기과 힘을 실어주고 지도하는 것이
바른 부모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돈의 여부를 떠나 이 아이들의 부모들이 참으로 대단해보입니다.
아무리 부모의 명이 있다한들 세상밖으로 나온 아이들도 굉장합니다.
1년 동안 펼쳐질 수많은 일들과 사람들, 가슴 깊이 오래 간직할 수 있길 진심으로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