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시티blue city 조드푸르
영화 <김종욱찾기>로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허나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은 고작 두 컷 정도, 사다르바자르 시계탑 한 컷, 기차역 한 컷!
촬영지가 조드푸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면 조드푸르인지 전혀 알지 못했을 겁니다.
미로처럼 얽힌 구시가지, 중세 기사문학에서 뽑아낸 것 같은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메헤랑가르성,
군데군데 파란색으로 칠해진 가옥들!
점묘화를 보는 듯 파란색의 가옥들이 조드푸르의 상징입니다.
그 옛날 브라만이 다른 계급과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집을 파란색으로 칠했다고 합니다.
그 전통 지금까지 남아있으니,
오늘날 일반인도 푸른색으로 칠할 수 있다고는 하나 인근 브라만들이 가만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 사다르바자르
조드푸르 외성 안에 있는 시장으로 구시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입니다.
마하라자 시절 메와르 왕국의 모든 특산물과 귀중품이 주로 이곳에서 거래되었으며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향신료와 차 종류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우리네처럼 방부제를 쓰지 않으니 그 향이 깊고 진하며
시럽이나 색소대신 자연 그 자체인 잎이나 열매를 말리거나 빻아 사용하니 고유의 모양 그대로 진미를 전합니다.
주인은 시음이라며 여러 가지 종류의 차를 내옵니다.
핑크 구아바, 리치, 녹차, 진저, 시나몬, 아삼티 등
그저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절로 듭니다.
▶ 보기에는 다소 지저분해보이나 빵맛은 상당히 좋습니다.
인도의 빵은 정말 극단적입니다. 아주 달거나 아주 담백하거나!
참고로 북인도의 빵은 화덕에 구워 프랑스의 바게트처럼 바삭하고 담백합니다.
반면 달달한 것은 크림이 한가득, 그 크기는 어찌나 큰지, 한국 것의 두 배는 되는 듯합니다.
# 메헤랑가르성
개관 4~9월 8:30~17:30/ 10~3월 9~17시
입장료 400루피/ 카메라 100루피
말와르 왕조 시절 권력의 상징이자 도시의 가장 강력한 랜드마크,
사방이 평평한 대지 위에 우뚝 선 높이 121m의 구릉입니다.
영원무궁한 권력의 세습을 꿈꿨던 야심가 라오조다가 인도의 고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지은 이름, 태양의 신!
하늘과 가까이 맞닿아 있는 모습이, 특히 늦은 밤 조명으로 물들인 성의 모습이,
이름대로 하늘 위 떠있는 붉은 태양을 연상케합니다.
인도 유일무이 양심 있는 관람지입니다.
다른 곳은 인도인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몇 배에 달하는데 이곳만큼은 인도인에게도 300루피를 받았습니다.
물론 원화로 따지면 그리 큰 돈이 아닐 수 있으나 현지인과 몇 배나 차이나는 금액을 보면 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시내에서 메헤랑가드성을 가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오토릭샤
2. 도보
오토릭샤를 타고 가면 15분 내에 도착
도보로 가면 25~30분 소요, 가는 길이 꼬불꼬불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다소 헷갈립니다.
도보로 가도 문제 없으나 오르막이 급경사라 힘이 드니, 갈 때는 오토릭샤, 내려올 때는 도보가 좋을 듯합니다.
▶ 인도의 열녀문 사띠
31개의 은색 손도장은 사띠를 거행한 왕가 여인들의 증표입니다. 사띠란 힌두교식 장례의 일종입니다.
남편이 죽고 나서 화장을 거행할 때 살아있는 부인이 장작더미 속에 들어가 죽는 분사라는 의식을 뜻하는 말입니다.
일종의 순장인 셈인데 참으로 잔인하고 끔직합니다.
문제는 지금도 일부에서는 사띠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헌데 자의에 의한 행동이라면 모를까,
여성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이권을 노린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는 범죄라고 합니다.
▶ 사띠가 있는 곳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메헤랑가르의 심장부로 마하라자와 마하라니(왕비)들이 살던 곳입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마하라자들의 일용품인 의복, 가마, 안장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시대상을 표현하는 그림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궁전이라 그런지 내부 장식과 인테리어들이 화려합니다.
강렬한 색상은 아니지만 조각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같은 모양이 없으며
단조로우면서도 세밀하고 아름답습니다.
항상 보면서 생각하길, 낮은 높이에 있는 것은 손이 닿는데 그 이상 높이 되는 것은 어찌 했을까,
물론 사다리를 이용하면 될테지만 그리해도 신기합니다.
▶ 마하라자 가족 사원인 차문다 데비사원
박물관을 구경하고 다시 나와 조금 더 오르면 넓은 광장이 나오고 광장을 조금 더 지나면 성벽이 보입니다.
성벽 시작에는 대포가 있고 그 끝에는 데비사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로열패밀리만 출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일반인도 출입이 자유로우며 사원의 종을 울릴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종을 울리고 기도를 드립니다.
사리를 입은 어른부터 엄마 따라 온 어린아이, 혼례복을 입은 신혼부부, 배낭을 멘 여행자.
그들의 염원은 무엇일까요?
제 손으로 직접 치지 아니하면서 그들의 종소리에 맞춰 저 또한 소원을 빕니다.
땡- 땡- 땡-
박물관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도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전망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어두워진 저녁, 노란 조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성의 모습,
마치 거대한 보름달처럼 세상을 환히 밝힙니다.
성이 위로 있어 어느 숙소에 머물든 성의 전경이 잘도 보입니다.
굳이 루프탑 레스토랑을 찾지 않아도 골목 어귀에서 고개만 들어도 성의 전경이 잘도 보입니다.
# 생각일기
한국에 있을 때도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는데
인도에서는 더더욱 올려다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창문 열면서 한 번,
위아래 좌우 고개를 돌리며 스트레칭 삼아 한 번,
지저귀를 새를 보기 위해 한 번,
기차 타고 초원을 보며 한 번,
저녁 노을 지는 석양 때 한 번,
밝은 때는 뜨거운 태양의 온기를 느끼고
어두울 때는 달과 별의 정기를 받으며
자연과 가까이, 좀 더 가까이
친숙해지기 위한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