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기 미쿡 대학에서 교육 관련 프로젝트 주제로 모로코 간 건데
대학 얘긴 안하고 놀러다닌 얘기만 했죠 ㅋㅋ
드디어 대학 이야기 J
모로코의 수도 Rabat에는 경쟁이 아주 센 사립대학인 HEM이 있어요.
이 학교는 경영, 경제 이런 관련 쪽으로 특성화된 유명한 대학이라고 해요.
이 곳 방문한 저희는 교수님으로부터 간단한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어요.
모로코의 대학들은 거의 수업이 프랑스어로 진행되어요.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역사가 뿌리깊어
프랑스어가 아랍어와 함께 공용어기 때문이구요.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죠. 심지어 아랍어조차 프랑스 단어가 섞인 독특한 아랍어라고 해요.
암튼 이 대학도 프랑스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곳. 교육 체제도 프랑스 교육시스템을 도입해왔죠.
그러나,
프리젠테이션을 해준 그 곳 교수님은 영어를 굉장히 잘하셨어요. 미국에서 공부를 하셨대요.
모로코 국가의 경제, 사회, 교육 이런 전반적인 것을 쭉 설명해주셨는데 매우 유익했어요.
그 분이 하신 말씀 중에 모로코사람들은 유럽, 특히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프랑스가 세계의 중심인 줄 안다고. 미국보다 프랑스 우선이래요.
유럽 외에 영미권, 아시아권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 더욱 시장이 넓어지고
기회가 많아지는데 그것을 잘 볼 줄 모른대요. 그걸 아는 프랑스 역시 모로코에서 뽑아낼 것
다 뽑아낸다고. 모로코의 큰 기업들의 CEO 대부분은 프랑스인이라고 하네요.
전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정말 모르는 세계의 다른 축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교수님 설명을 오랜시간 들으며 질문도 하고 얘기도 나눈 후엔
점심을 HEM 대학생들과 함께 했어요. 여기 학생들은 영어도 꽤 잘하는 편이에요.
명문사립대에 입학한 학생들이라 그런지 영어 교육도 오랜 기간 받은 것 같았어요.
저희는 미국과 모로코의 교육시스템 비교라는 큰 주제 안에서
팀별로 탐구할 소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각자 그 프로젝트에 맞는 질문을 하면서 얘기를 나눴죠.
제가 속한 팀의 주제는 저희 미국 대학의 Liberal Arts Education 시스템과
모로코의 교육 시스템 비교를 하는데, ‘다양한 경험’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미국 대학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예를 들어 미국은 교양 선택 폭이 굉장히 넓고, major-minor 시스템도 있어 전공도 폭넓게
공부할 수 있고요. 제가 있는 대학은 제가 모로코에 가게 된 것처럼 1월 한 달간
해외탐방 프로젝트, 인턴십, 개인 연구 프로젝트, 봉사활동 이런 것을 제도적으로 하게끔 되어 있거든요.
그러나 모로코 대학은 딱 아카데믹한 부분만 있고 다른 분야를 탐험할 기회가 전혀 없어요.
자신이 가야 할 전공은 중학교 정도 시기에 정하면 그걸로 끝이죠. 고등학교 때
그것 관련된 것 심화로 듣고 대학 때는 다른 전공으로 바꿀 수 없어요. 부전공, 복수전공 뭐
이런 것도 없죠. 그리고 Module 시스템이라고 한 학기에 연관된 수업들을 묶어서 총 8-10개
이렇게 들어야 해요. 엄청난 전공 심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죠.
미국 것이 좋다라고 하기보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에요.
여기서 만난 브라힘이라는 친구는, (경영 대학에 다니지만 음악 쪽 일도 하고 싶다던 ㅋㅋㅋ)
모로코와 자기 대학의 이런 시스템이 좋다고 했어요. 공부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 제가 있는 미국 대학에서 자신 전공과 상관없는 수업을 다양하게 들어야 하는
학교 제도 때문에 짜증내는 친구들도 많이 봤거든요. 왜, 한국 대학들도 미국 대학이랑 비슷하죠.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각 분야의 교양 이런 거가 있자나요. (저야 너무 좋아라 했지만)
암튼 이런 저런 생각을 나누고 잡담도 하고 장난도 치고, 어느새 친해진 두 학교의 학생들. J
같이 간 맥클리나와 모로코 친구 브라힘.
HEM에는 한 번 더 갔었는데 주 모로코 미국 대사인 Sam Kaplan의 간담회가 있어서에요.
규모가 있는 컨퍼런스 였는데 마침 저희가 초대되었어요.
미국 대학에서 모로코를 탐방 중인 저희였으니깐요.
우리 컨퍼런스 참석한다고 드레스업 하고 포즈잡고 사진 찍고 J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1년이 지난 것을 기념하며 이제까지 모로코와 미국의 관련 사안들을
검토해보고 질문도 받고 뭐 이런 자리였어요.
별의 별 질문이 다 있었는데 일부러 주목 받으려고 이상한 질문 하는 사람도 있었고
너무 지나간 신종 플루 이야기를 해대서 야유를 받은 사람도 있었어요 ㅋㅋㅋㅋ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수하에서 일하는 유대계 미국인인 Sam Kaplan은 미 정부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이더라구요. 거의 오바마 예찬론자 수준; 암튼 국제적인 다양한 이슈들이
거론되었는데 제가 모르는 주제도 있어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도 많이 들렸고 그랬지만
세계가 돌아가는 사정에 좀 더 밝아져야 겠구나, 아직도 공부할 것들이 많구나, 하는 것들을
느끼며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는 기회가 되었어요.
한국에 있을 땐, 맨날 한국 뉴스 듣고 한국의 시각에서 본 세계를 읽다 보면 제한적인데
내가 모르는 세상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직 난 우물 안 개구리구나 하고 느꼈죠.
생뚱맞다고 생각한 모로코에 온 것을 감사하며,
눈도 생각도 마음도 넓어지고 있구나 뿌듯해하던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