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여러분?
전 금요일엔 청년부 금요 찬양 예배, 토요일엔 새벽기도, 일요일엔 성가대원으로, 그리고 반주자로 봉사하느라
늘 바쁜 주말을 보낸답니다. 여러분의 주말은 어땠을 지 궁금하네요.
이번 주말은 다른 주말과 달리 조금 더 특별했어요.
제가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길만 건너면 있는 유대인들의 회당에 초대를 받았거든요.
문을 장식하고 있는 다윗의 별이 유대인들의 회당이라는 걸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럼 왜 유대인들이 우리 기독교, 크리스챤들을 초대한 걸까요?
바로 유대인들의 명절 혹은 축제일 중 하나인 "하누카"를 축하해달라고 우리를 초대한 거였답니다. 기독교인과 유대인들, 그리고 심지어 인도의 힌두교까지 다같이 모여 하누카를 축하해줬답니다. 역시 캐나다...멀티컬쳐 만세일까요.
사진을 보시면 알 수 있듯, 우리가 모인 곳은 예배당은 아니고, 친목을 다지고, 연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하누카는 8일 동안 치뤄지는 유대인들의 축제입니다. 성경에 보면 신약에 한 번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한복음 10:22)
하누카라는 말은 '봉헌(dedication)'을 뜻하며 등화의 절기, 빛의 절기라고도 불립니다.
또한 역사적 배경에 따른 봉헌 외에 정화라는 뜻도 있다고 하는군요.
기원전 4세기에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 이후 셀룩시드 왕조 (성경에선 수리아 혹은 시리아 왕조라고 합니다) 의 지배를 받을 때 유대인들의 성전은 안티오커스 4세 에피파네스 (Antichus IV)에 의하여 허물어지고 더럽혀졌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의 성전을 허물고 지은 제우스 신전에서 그들은 돼지를 잡아 그 피로 성전을 더럽혔습니다.
그들의 행동에 분노한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의 영웅 유다 마카비이오스 (Judas Makabaios; 마카비라고 많이 불리죠) 를 중심으로 독립전쟁을 벌여서 예루살렘을 되찾고 성전을 탈환, 재건립하게 됩니다. 하누카는 바로 이 성전의 재건립을, 그리고 제단의 회복과 성전 봉헌을 축하하는 축제이자 명절입니다.
하누카를 지키기 위해서는 메노라라고 하는 촛불과 하누키야라는 촛대들이 필요한데, 8일동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가며 매일 다른 초를 킨답니다. 8일 째 되는 날에든 모든 초에 불이 붙어있겠지요?
사진에 9개의 초가 있는 이유는 샤마쉬라는 초들을 점화할 때 쓰는 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저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어요. 메노라 사진은 실수로 지워버려서;;)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하누카가 크리스마스 기간이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크리스마스를 무시하고 하누카를 보낸다고 말하는데, 오늘 하누카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많은 유대인들이 그러지 않는다고, 오해라고 그러더군요. 아마 지역간, 그리고 사람마다 다른 것이겠지요. 그리고 사실 하누카와 크리스마스는 며칠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요즘엔 두 개의 명절 모두 즐긴다고 합니다.
자, 그럼 역시 축제일이니, 음악이 있어야겠지요? 그래서 저희 교회에서도 성가대원들이 톡톡히 활약했답니다.
한국어로 한 찬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즐거워해서 저도 무척 즐거웠어요.
게다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한국어를 알고 계시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같은 기본적인 한국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배려가 고맙게 느껴졌어요.
저도 예루살렘에서 어린이들이 부른다는 동요를 배워왔는데...벌써 잊어버렸지 뭐예요.
그리고 역시 축제답게 음식! 유대인들의 음식이라 빵도 평소에 먹던 빵과 다르고, 하여튼 많이 달랐어요.
아무래도 성경에 기초해서 생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걸까요? 하지만 전 매우 맛있게 먹었답니다.
배불리 먹고, 신나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집에 가기 위해 나오니 유대인들이 정수리에 쓰는 모자, 키파(Kippah, Kipot) 를 종류별로 다양하게 늘어놨더라구요. 원래 검은색 천만으로 된 것을 써야하지만, 요즘엔 다양한 디자인과 천을 쓴다고해요.
색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오니,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처음에 "전 시험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며 불참하려 했으나, 안 갔으면 후회했을 뻔 했어요. 정말 멋진 경험을 하고 왔답니다.
여러분의 주말은 어땠는지요?